“발달 장애인들에게 세상을 만나는 통로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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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만남] 성인 발달 장애인 학교 자원봉사자 한소망 선생 

 

한소망 선생(가명)은 2019년 EIS 아카데미가 시작될 무렵부터 자원봉사자로 합류했다. 한 선생은 마음이 맞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 몇 명과 ‘기빙트리’라는 이름으로 식사봉사를 하던 중 EIS를 알게 됐다.
그는 “기빙트리는 아줌마 몇 명이 모여 밥 해주는 모임”이라고 소개하며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색다른 음식, 좋은 음식을 해 먹이고 싶어 EIS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모아 새우 냉채 샐러드와 마파두부를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선생님들 일손이 부족한 것을 보고 매주 수요일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화요일 담당자와 일정을 바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EIS 아카데미에는 자폐증과 다운증후군 등을 가진 발달 장애인이 있고,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며, 20대 후반 학생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한 선생은 “기본적인 것들을 어느 정도 혼자 하고 글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근무력증 등 좀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여자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밥 먹는 것도 도와주고, 화장실에 같이 가주는 등 손길이 좀 더 필요한 아이들 옆에 있어준다. 요가동작을 함께 하고, 같이 노래도 부르며 칭찬도 자주 해준다.
아울러 한 선생은 자신이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저 이야기 들어주고, 웃어주고, 박수 쳐주고, 양치질 깨끗이 하는 것 도와주며 같이 있어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폐 아이들은 처음에는 친해지기 힘들었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 서로 알아가고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처음 봉사할 때보다 쉬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두렵고 공포스러운 순간도 많았다”며 “아이들이 나를 때리기도 하고, 특히 남자 아이들은 갑자기 와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고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처음에는 날뛰던 아이들이 차분해지고, 처음 낯을 가리던 아이,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가 다가와서 먼저 인사하며 반겨주고, 풀어진 신발끈을 묶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순수하고 착해서 많이 배운다”며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한동안 만날 수 없었는데, 그동안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 선생은 아이들이 손이 좀 더 가는 존재,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일 뿐 부족하거나 모자란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는 만나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는데, 많은 봉사자들이 오면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그들에게 세상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봉사 일이 쉽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충분히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바람도 덧붙였다. 한 선생은 “함께 있어주는 역할 이상으로 아이들 프로그램을 담당해주실 분이 더 필요하다”며 “재능을 기부해주실 분이 있었으면 좋겠고,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해 줄 분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한 선생은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 중 성경통독을 하며, 작은 자를 섬기고 이웃에게 하는 것이 곧 내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셨는데, 섬길 대상을 찾은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EIS아카데미를 통해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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