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가정이 꼭 필요! 입양을 멈추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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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여섯 아들 입양한 구미 명곡교회 양동훈 목사 

 

‘식구’란 ‘같이 먹는다’는 말이다. 지금이야 가족이란 말이 더 익숙하지만, 원래는 식구라고 했다. 함께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끼니를 나누는 사람이 가족 아닌가.
구미 명곡교회 양동훈 목사 가족은 출생자녀 3명에 아들 6명을 입양해 총 열한 식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의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2018년 ‘3대장 5총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양동훈 목사에게서 그의 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본인과 가족 소개를 한다면?
2012년부터 예장 합동교단에 속한 구미 명곡교회를 섬기고 있다. 1남 2녀의 출생자녀가 있었는데, 이후 3명을 입양했고, 명곡에 와서 3명을 더 입양했다.
큰아들이 28살이고, 27살, 22살 딸,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3학년, 여섯 살, 다섯 살 아들, 거기에 우리 부부까지 열한 식구가 살고 있다.
목회하면서 자녀들과 함께 양봉하고, 고추농사도 짓는다. 우리 가정이 이사 오면서 마을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뛰놀고 어르신 한 분만 계시던 교회에도 이젠 젊은이가 더 많아졌다.

◈ 입양을 결정한 이유는?  
열일곱 살 때 예수님을 처음 영접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신학을 공부하겠다 결심한 뒤 고신대학교 신학과에 진학했다.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담임목사님과 관계 속에서 힘든 상황을 겪으며 ‘교회가 뭐냐’, ‘목사가 어때야 하나’를 많이 고민했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하나님을 붙들고 성경을 다시 보면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것과, 하나님이 나의 ‘아빠’가 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너도 사랑이냐’ 하는 질문을 통해 저를 돌아보게 하셨고,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다. 신약을 읽으며 여호와 하나님을 아버지 하나님으로 가르쳐주신다는 것을 보게 됐다.
동시에 ‘너도 아빠냐?’ 하는 물음에 직면했고, 나도 사랑이 되고 하나님 아버지를 닮기 위해 입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 가족들 생각은 어떠했는가?
셋째아이 낳고 얼마 안 됐을 때, 개척한 지도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당시 자녀들하고만 예배 드렸었는데, 그 때 아이들에게 “아빠가 생각할 때는 엄마도 나누고, 아빠도 나누고, 가정도 나누는 것이 최고의 기부인 것 같다”며 “아빠는 입양을 해야 할 것 같다”하는 내용으로 설교를 했다.
부모님도 믿지 않으시고,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집사람도 동의해서 첫 입양을 결정했고, 그렇게 해서 찬영이가 오게 됐다.

◈ 아들만 여섯을 입양한 이유는?  
재산상속 문제나 성격 등의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남자아이 입양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남자아이만 입양했다. 당시에도 여자아이를 입양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도 입양은 처음이었다. 핏줄이 다른 아이를 데려와 호적에 올리고 키우면서 더욱 절실히 생각한 것이 있다.
“아이들에겐 정말 엄마 아빠가 필요하구나!” 찬영이를 데려와 키우면서 평생 부모 없이, 가정 없이 살아갈 아이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자꾸 눈물이 나고 기도가 나와서 다른 아이들을 계속 자녀로 삼게 된 것이다.

◈ 입양제도의 어려움을 느꼈다던데?
입양기관이나 가정법원 등 행정절차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입양이 너무 쉬워서도 안 되지만 법적 절차가 너무 복잡한 것도 아이에게 좋지 않다.
아이는 하루라도 빨리 입양가정의 일원이 되어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절차가 복잡해지고 법이 까다로워지면서 하루하루 입양이 늦어져 적응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또 자꾸 법이 바뀌면서 호적에도 친자로 기재되지 않고 친양자로 입적돼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된다.

◈ 친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양기관이 국내 가정으로 입양 보낼 경우 200만원 가량을 받고, 외국으로 입양할 경우 2,000만원에서 8,000만원 정도 받는다. 원칙적으로 국내 가정 입양이 우선이고, 못 찾을 경우 해외 가정을 찾는다.
실제로 아이가 입양가정을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입양기관에서 아이를 돌보는 경비가 있다 보니 기관은 해외입양 쪽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또 한국 내 입양의 경우 친권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많다. 친부모가 아이를 버리고 3개월, 6개월, 10년 연락이 안 되는데 친권이 살아 있어서, 친권에 발목이 묶여 입양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참 안타깝다.

 
◈ 연장아 입양이 무엇인가?  
다섯째까지는 신생아 입양을 했고, 여섯째 아이는 시설에서 22개월까지 지내다 우리 가정에 왔다. 이를 ‘연장입양’이라고 한다. 입양할 때는 신앙을 갖고 하나님 사랑으로 길러보겠다고 데려오지만, 키우다보면 ‘내 신앙이 이것 밖에 안 되나’ 싶은 순간이 있다.
자기가 낳은 아이도 키우면서 미울 때 있고, 큰 소리도 나고, 벌도 주고, 매도 들지 않나. 우리 가정도 연장 입양하면서 관계형성에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
아이는 하루 속히 가정으로 가야 한다. 가정이 아닌 곳에 방치되면 방치될수록 인격과 애착형성이 어려워진다.

◈ 정인 양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  
정인 양 사건 때문에 입양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실 이 사건을 통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입양가정도, 입양부모도, 입양된 아이도 아니고, 바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법이 계속 강화돼 입양이 더욱 힘들어진다.
입양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정인 양 사건을 보며 안타까운 점이 있다. 공분하며 추모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이모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정인 양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 한 아이라도 더 입양하는 입양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입양을 멈추면 안 된다.

김지혜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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