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듣는 매혹의 컨츄리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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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텍사스의 시골 길을 달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평화롭고 은혜로운지..
삶의 치열함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평온해지는 마음은 원래 심성이 곱게 태어난 인성 때문만은 아니다.
고요하고 고즈넉한 시골 길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맞는 여명은 한 편의 영화보다 더 삶의 가치를 높여준다.
음악이 멋진 풍경이 만나 선사하는 환상의 세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곳에 존재했지만,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만 특별하게 허락하는 마법같은 세계다.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행운이다.
처음 듣는 곡이다. ‘소녀의 기도’ 익히 들어 아는 선율이 아니다.
소녀의 기도를 기대했지만, 전혀 다른 컨츄리 스타일의 바이올린 선율에 소름이 돋았다.
듣는 귀뿐만 아니라 온몸이 들썩이게 한다. 좁은 공간을 벗어나 대 평야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다.
바람 소리와 따뜻한 햇볕과 선율이 함께 섞여 듣는 동안 내내 평온해졌다.
음악이 주는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데 연주가 끝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더 신나는 ‘Orange blossom special’이다.
이민생활의 막다른 벽 앞에서 보는 하늘 같다. 벽만 보면 분명 답이 없는데 하늘을 보면 막다른 골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는 연주자의 선율은 한계 화음을 벗어난 그 무엇이 있다. 그런 연주자 앞에서 기교는 치기일 뿐이다. ‘나호연 바이올리니스트’도 그런 분이다. 인천시향에서 8년, KBS 교향악단에서 12년을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다 44세에 소련의 명문 림스키코르사코프 국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안주의 세계에서 거친 야생의 세계를 동경했던 꿈도 한 몫 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다른 삶을 만난다. 연주자의 길에서 바이올린 제작가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아들이다. 바이올린에서 첼로로 바꾸자 두각을 나타내고 소련과 유럽의 유명 콩쿠르를 휩쓴 영재 아들 때문이다. 아들은 첼로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주변을 놀라게 하고 체코 콩쿠르에서 4등과 비엔나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 영재 아들이 성장해서 지금은 알칸사스 주립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아들이 성장한 만큼 나호연 씨는 가벼워졌다. 이전엔 바이올린 소리로 삶을 해쳐왔다면 이제는 소리를 채독하고 즐기는 도구가 되었다. 오늘 연주도 그가 직접 제작한 악기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창출해냈다. 그래서 그런지 더 흥겹고 경쾌했는지도 모른다.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악기는 연주자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지금 그의 품에 있는 악기가 명품이다. 그 어떤 전설 속의 악기보다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그런 악기로 듣는 ‘Orange blossom special’은 더 특별했다.
마치 소리가 꽃처럼 울려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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