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이슈] 미약하고 완만하게 회복하는 미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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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지북을 통해 읽는 미국 경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경기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경제가 ‘미약한’에서 ‘완만한’ 정도로(slight to modest pace)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10월 21일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모든 지역 전반에서 경제 활동이 계속 증가했지만, 성장 속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약에서 완만한 정도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바로 이전 베이지북의 대체로 완만한(modest) 성장이었다고 표현한 데서 소폭 후퇴한 것이다. 

연준은 “경제 활동의 변화는 분야별로 매우 다양하다”며 “대체로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이지만 상당한 정도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보고서에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단어가 20차례나 등장했다. 

연준은 일부 지역의 소매 판매가 정체되고, 향후 은행 연체율 증가 우려가 나온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제조업 활동은 대체로 완만한(moderate) 속도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베이지북에서 연준은 제조업과 관련해 “항만과 운송, 유통 기업의 활동 증가와 동반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증가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연준은 주거용 주택시장은 신축, 기존 주택 모두에서 계속해서 꾸준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지만 낮은 재고로 인해 활동이 제약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은 모기지 수요 증가가 전체 대출 시장의 핵심 동인으로 언급했다”면서 제조와 주거용 주택, 은행이 다른 부분보다 성장세가 빠르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반면 상업용 부동산 여건이 여러 지역에서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과 임대 활동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창고와 산업 공간만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소비와 관련해서는 “소비자 지출 성장세는 긍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소매 판매 정체, 약간의 관광 활동 증가를 보고했다”며 “자동차 수요는 꾸준했지만 재고가 적어 매매를 제약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이전 베이지북보다 다소 낙관적으로 연준은 평가했다.

연준은 “지역들의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이라며 “불확실성은 상당한 정도”라고 말했다. 많은 지역의 식당 주인들은 야외 식사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추운 날씨로 인해 매출이 둔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지역의 은행들 역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는 했지만 연체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 베이지북에서는 “응답자들의 대체적인 경제 전망은 완만하게 낙관적이지만 일부 주는 비관적인 응답을 내놨다”고 전했다.

연준은 고용에 대해 성장세는 느리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증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무급휴직, 일시해고 등이 계속 보고되지만 고용 증가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가장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물가와 관련해서는 “지난 보고서 이후 물가가 전 지역에서 완만하게 올랐다”고 진단했다. 지난 베이지북에서는 “물가 압력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완만했다”고 봤다.

 

 미국 경제는 K자 회복 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그 회복이 두 갈래로 나눠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고 있으며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는 K자형을 보인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을 곡선 형태로 볼 때 급반등으로 회복하는 경우 V자형, 이보다 천천히 회복하는 경우 U자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과 몇 달 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회복 이전에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회복은 하고 있지만 그 형태가 ‘K’자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K자형의 상향 부분은 교육 수준이 높은 부유한 사람들, 디지털 기업, 필수품 공급업체, 기술 선도 분야 등으로, 현재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K의 하향 부분인 저임금 노동자, 전통적 기업, 관광 및 공공 모임과 관련된 분야는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 속도도 늦고 앞으로 수년 동안 그 타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8월에 1% 증가했지만, 전체 개인 소득은 7월보다 2.7% 감소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실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봉쇄정책 등으로 팬데믹 초기 3월과 4월에만 모두 2천2백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분기 경제는 전년도보다 31.4%나 위축됐다.

시간이 지나고, 방역 통제 조치가 해제 또는 느슨해지면서 고용은 점차 회복되어 10월까지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일자리 중 약 1,140만 개를 되찾았지만 이는 전체 사라진 일자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업률도 7.9%까지 내려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두 배가 넘는다. 회복된 일자리는 정보, 관리, 전문 서비스 등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산업에 몰렸다. 이 분야의 일자리는 연말까지는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지출 감소, 퇴거 증가, 채무 불이행 등 K자형의 하향 부분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는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 서비스 회사 노던 트러스트는 “많은 기업이 거의 정상 운영 상태로 돌아왔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자리 회복 상황을 분석해 보면 교육 수준의 영향도 크다. 9월까지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고졸인 경우 9월을 기준으로 2월과 비교했을 때 11.7% 고용이 줄었으며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지 못한 이들은 같은 기간 18.3%의 일자리가 줄었다. 두 그룹을 합친 일자리는 4백40만 개가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일자리의 약 40%에 해당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직업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원격 재택근무 가능성 여부다. 노동부의 보고서를 보면 관리직과 비즈니스 및 금융 업무의 6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백인 근로자는 30%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던 데 비해 흑인은 19.7%, 히스패닉 근로자는 16.2%에 그쳤다. 또 소득 상위 4분의 1그룹은 61%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소득 하위 4분의 1그룹은 9.2%에 그쳤다. 저소득층 유색 인종의 경우, 재택근무의 기회가 그만큼 적었기 때문에 고용 안정도 보장받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금에 따른 희비도 분명하게 엇갈렸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인 에버코어 ISI의 조사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시간당 임금이 16달러 이하인 노동자의 수는 지난 2월에 비해 26.9% 감소했다. 반면 시간당 임금이 28달러 이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수는 같은 기간 오히려 1.2% 늘었다.

 

 경제 회복에 상당한 시간 걸릴 것…

국제통화기금(IMF)은 종전에 잡았던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았지만, 미국 실물경제가 코로나19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10월 중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내놨던 전망치(8%)보다 3.7% 높아진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V자형’의 급격한 반등까지는 아니지만 주요 선진국 가운데 상향 폭이 가장 크다.

그러나 IMF는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2021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3.1%로 기존 전망치(4.5%)보다 낮게 잡았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복귀하려면 2022년까지 가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도 줄줄이 미국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대형 투자은행 JP 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등은 코로나19로 주저앉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JP 모건은 올 4분기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2.5%로 낮췄다. 내년 1분기 성장률 역시 2.5%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의 경제 회복은 부양책에 의존한 ‘스테로이드성 회복’으로 4·4분기 경제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부터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경제회복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다. JP 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빗 켈리 수석 글로벌 스트래지스트는 “경기 회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테로이드성 회복”이라며 “재정부양책의 스테로이드가 제거되면서 경제는 더욱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4·4분기 경제성장률은 3·4분기보다 더욱 느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 중 절반가량이 회복됐다면서도, 팬데믹으로 폐쇄된 산업이 재개하기까지는 “여전히 기어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경제가 쉽사리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올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에서 3%로 낮춰 잡았다.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 정체가 미국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올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3%로 내려 잡았다.

 

베이지북 이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Federal Reserve Board)가 발표하는 미국의 경제동향종합보고서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기업인과 경제학자 등 경제전문가들의 의견과 각 지역경제를 조사·분석한 것을 모은 책으로 매년 8차례 발표된다.

표지 색깔이 베이지색이므로 현재의 명칭으로 불린다. 그러나 1970년부터 1982년까지는 붉은색이라 레드북(Red Book)으로 불렸으며 정책을 입안하는 데에 참고자료에 불과하였다. 

1983년부터 공개 발간하며 산업생산활동과 소비동향·물가·노동시장상황 등의 경기지표를 담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머니 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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