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021년,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장기 레이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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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백이 산업화와 근대화과정이 가져올 “위험사회”를 경고한 이래, 21세기 인류는 기후변화위기와 맞물려 급증하는 다양한 재난상황을 경험해 왔으며, 그 정점에서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팬데믹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시작했던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전지구적 재난상황 속에서 저물어 버렸고, 3차 대유행 한복판에서 시작한 2021년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올해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보건의료분야는 물론 통계학, 데이터과학, 경제학,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모형들을 개발해 오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예측들은 종종 잘 들어맞지 않거나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바이러스나 과학적 사실에 있다기 보다는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구성하는 공동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말에 긴급승인된 다수의 백신들은 새해에 거는 희망의 중심축에 놓여있지만,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herd immunity)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전세계 공동체가 넘어야 할 산맥은 여전히 거대한 듯 보이며, 그 끝이 언제 어디쯤 있을지도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인간의 행동에 기반한 노력들은 2021년에도 여전히 바이러스 확산 저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이야말로 매우 변화무쌍하여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정책을 통해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우리 한인들이 살고 있는 미국의 경우, 마스크 착용률은 팬데믹 초기 (10% 미만)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지만 여전히 70% 중반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초기부터 90% 이상을 유지해 온 한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2-30%의 미국인들은 마스크 자체의 효과성에 대한 무지나 오해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들이 하루 20만명 이상 확진자를 쏟아내고 있는 미국내 3차유행의 중심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39%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응답하였고, 이들 중 절반이상은 백신의 안전성이 검증된다 할지라도 여전히 거부의사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신접종이나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팬데믹을 통제하고 종식시키려는 정책들의 성패는 누가 어떠한 이유로 왜 마스크나 백신을 거부하는지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팬데믹 추세를 예측하고 정책도구를 개발하는데 달려 있다 할 것이다.

 

2020년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전세계의 놀림감이 될 정도로 완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미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하였고, 새롭게 출범하는 연방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 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극단의 양갈래로 나뉘어진 미국사회를 통합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은 코로나19에 의해 드러난 미국내 정치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종교적 복잡성을 고려할 때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새로운 정부에 대한, 새로운 백신에 대한, 새로운 한해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희망은 혹시 올해 겪게 될 더 절망적인 상황의 충격을 배가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종식시점을 2022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19는 단거리 달리기라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코로나19가 코로나 22나 23에게 바톤을 전달해 줄 수도 있다. 그동안 나름 K-방역을 전파하는 감염병 대응 모범국가였던 한국도 장기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약간 휘청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장기 레이스에서는 현재 앞서 있는 국가나 공동체, 개인이라 할지라도 언제 뒤쳐질지 모르며, 눈깜박하는 사이에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할 시간들이 수없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2021년 한해에 대한 희망은 작년 한해 코로나19를 정면으로 겪어가면서 각 개인, 가족, 공동체가 새롭게 체득한 지식, 습관, 경험, 지혜, 행동양식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만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으며, 이것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지도 모를 장기 레이스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텍사스 한인들 모두가 2021년 한해 동안 펼쳐질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장기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길 기대한다.  

 

김도형 교수

․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채플힐) 도시계획학 박사

․ UTD 경제정치정책대학  교수, 부학장

․ 공간보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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