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미국 경제, 연착륙인가 경착륙인가?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점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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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심화에 긴축정책을 단행하면서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경기 불황 속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과 재계에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위기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5월 주요 7개국(G7) 회의를 위해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 세계 경제 전망은 확실히 도전적이고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식품·에너지 가격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효과가 있다”며 “전 세계의 생산과 소비가 줄고 인플레이션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옐런 장관은 미국 경제가 위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며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과 경제의 힘을 고려할 때, 미국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여러 방면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미국보다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대응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도 5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낙관적 시나리오에서조차 경제는 둔화할 것”이라면서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최소 약간 더 올라가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기간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 CEO의 절반 이상이 향후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 조사에 따르면 2분기 CEO 신뢰지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앞으로 몇 년간 물가상승률이 내려가겠지만 미국은 매우 짧고 약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20%는 “물가상승률이 향후 몇 년간 계속 높은 수준일 것이며 미국의 성장이 상당히 느려질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올해 하반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에서 2.4%로 낮췄고, 내년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했다. 

 

◈ 파월 연준 의장, 경기 연착륙 주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심각한 경기 침체보다는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금리 인상을 밀어 붙일 것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퓨처 오브 에브리싱’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연준은 계속 금리 인상을 밀어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덜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잘 견딜 수 있는 상태”라면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어려움을 잘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업률이 약간 올라가더라도 여전히 노동시장은 강력할 것”이라며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으로 향하는 길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6월과 7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기정사실이 아니며 계획일 뿐”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2.5% 수준으로 추정되는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도 여지를 남겼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을 일컫는다. 

파월 의장이 ‘연착륙’을 주장하는 근거는 ‘굳건한 고용시장’이다. 지난 4월 미국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6%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 고용(실업률 4%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에 기록한 50년 만의 최저치(3.5%)에 육박한다. 

일자리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배로 늘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실업자 1인당 취업 가능 일자리 수는 1.9개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 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파월 의장이 “빈 일자리가 이례적으로 매우 많은 상황인 만큼,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연착륙론자가 기댈 또 다른 구석은 가계 저축이다. 무디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팬데믹 절정기에 약 2조7000억 달러의 초과 저축을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레미 쉬린 UBS 애널리스트도 “소비자의 여력과 기업의 재무제표, 전반적으로 건강한 고용 시장을 볼 때 경기가 연착륙할 좋은 기회가 있다”며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낮고, 시장이 30% 정도 하락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착륙(Soft-landing)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지 않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경기 하강이 이뤄지게 한다는 의미다. 수요를 죽이지 않고 진정시킬 만큼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인플레도 잡겠다는 의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끗이라도 어긋나면 시장이 급락하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경착륙(hard-landing)을 할 수도 있다.

 

◈ 경착륙에 대한 경고도 이어져

 

경착륙에 대한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가 연착륙하거나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서머스는 높은 임금 인상률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4월 고용지표를 보면 경제활동 참여율은 62.2%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임금 인상률을 완화하려면 결국 더 많은 노동 공급이 필요한데, 노동 시장 참여율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경착륙론자는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한 소비 위축에도 주목한다. 모건스탠리가 5월 초 소비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62%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석 달 전 설문에서는 해당 질문의 응답률이 56%였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은 향후 몇 달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고, 응답자의 26%는 개인 재정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석 달 전 설문에서 동일한 질문에의 응답률은 각각 43%와 23%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제 봉쇄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면전 장기화로 인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도 문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지난 5일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로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며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상을 하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머니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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