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경제는 지금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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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경기 침체’라는 단어가 매체들을 통해 자주 들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것은 이미 몇 달이 지났고, 천정부지로 올랐던 가스 가격은 물론 전기료, 외식비, 자동차 등 각종 소비재와 렌트비, 주택 등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의 긴 터널이 이제 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나 하는 기대는 중국의 봉쇄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망 문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모두 꺽여 버렸다. 

팬데믹 기간에는 정부 지원금이 나오고 주식도 올라가고 저금리에 물가도 낮았는데, 지금은 지원금도 안나오고 주식은 폭락했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니, 오히려 팬데믹 때가 더 풍족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경제는 지금 소비와 생산, 고용 등이 곳곳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속적인 금리인상에도 고용과 소비가 버텨주고 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 등의 비즈니스 활동이 냉각되며 고용과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 우려되고 있다. 

S&P 글로벌의 비즈니스 활동을 가늠해 주는 PMI 지수는 6월 52.3에서 7월에는 47.5로 급락하며 2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중에 서비스 산출 지수는 6월 52.7에서 7월 47로 역시 급락하며 2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 산출지수는 6월 50.2에서 7월 49.9로 25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PMI 지수가 50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급속 냉각되거나 후퇴하는 불경기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이 수치의 급락은 미국의 상품 생산과 산출, 서비스 제공을 하는 기업들과 업체들이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의 3중고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비즈니스 활동과 투자를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 활동의 냉각과 후퇴는 고용주들이 채용을 동결하거나 감원에 나서게 해 견고했던 미국의 고용시장도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일자리가 불안해지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못하게 되어 고용과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불경기로 추락하는 악순환이 된다. 

7월에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매주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는 노동시장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요 기업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고용을 축소하거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잇따라 공표하고 나섰다. 

구글, 애플, 메타플랫폼 등 빅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채용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고,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서는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 포드도 8000명 규모의 감원을 추진하고, 이미 1000명 이상 감원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신규 채용도 줄이기로 했다. 

감원 계획을 밝혔던 테슬라는 보유한 비트코인의 75%를 팔아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주가가 폭락한 뉴욕증시를 비롯해 월가에서도 대량 해고를 예고하고 있고 가상화폐, 부동산 업계 등으로 감원바람이 번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난 몇달 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용시장에도 냉기가 감지되면서 올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 침체 확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경기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7월 연준 베이지북을 보면, 5개 지역에서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조업 주문과 생산이 부진하며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고용시장이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면 연준도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시점을 고민할 것이며, 9월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베이비 스텝(25bp)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고공 행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개스 가격의 하락이나 옥수수와 밀 선물가격의 하락, 해상 운송비 하락 등 시장이 주목하는 각종 통계를 소개했다.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인 에버스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현재 각종 지표를 참작한다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9.1%는 정점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아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시간대의 7월 소비자태도지수에 따르면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로 전달의 3.1%에서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20년간 평균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임금과 함께 상품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것이 사실이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가상승 속도가 줄어든다고 해서 물가가 안정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웰스파고 은행의 새러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물가는 높다”면서 “올해 내내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문가 마이클 버리는 “최근 미국 소매 업체들이 넘치는 재고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과잉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세일 등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할인 행사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경우 연준도 공격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경기 침체 리스크도 완화되면서 경제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코로나 재확산,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고용 시장 둔화 등 아직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될 수 있는 만큼 증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앞으로의 물가 동향에 대해 “많은 경제 전문가가 이미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거나 꺾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몇 달 뒤에는 상황이 덜 혼란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과거 예측이 틀렸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칼럼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자신의 과거 전망이 “매우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펼쳤을 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겁먹을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도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보였다.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더라도 소비하는 대신 저축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금 역시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당시 과거 사례들을 감안했을 때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시장의 일시적 과열 역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틀렸다. 크루그먼 교수는 예기치 못한 물가 상승을 일으킨 가장 강력한 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 변화라고 했다. 

그는 실제 저축 규모나 지방정부 지출, 고용 수준 등 당시 낙관론의 토대가 됐던 근거 지표들이 예측과 비슷하게 나타났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이상하게” 물가가 치솟았다면서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과거의 경제모델을 대입한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달라진 소비 패턴이 인플레이션에 가속도를 붙였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주로 재택을 하는 생활 방식의 변화로, 여행 등 서비스 지출이 줄고 상품 구매가 폭증한 가운데 발생한 ‘물류 대란’이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켜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발 조기 퇴직, 이민자 감소, 육아 공백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이 대대적인 임금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과거에 비해 지난해 경기가 훨씬 과열됐다는 점도 기존 모델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밖에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봉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대외 변수 또한 예측이 빗나가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크루그먼 교수의 고백은 뉴욕타임스(NYT)의 대표 칼럼니스트 8명이 각자 과거에 쓴 칼럼의 오류를 인정하는 ‘반성문’ 칼럼 가운데 나왔다. 

NYT는 정치·외교·경제·기술·사회 각 분야에서 “내가 틀렸다(I Was Wrong About…)”로 시작하는 제목의 8개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여기서 크루그먼 교수는 “이 모든 경험은 결국 ‘겸손’에 대한 교훈이었다. 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과거의 경제모델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같은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편리하게 느껴졌다”면서 “돌이켜보면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상 앞에서 그런 방식의 추론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깨달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전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세대가 처음 경험한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닥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라는 거대한 먹구름, 그 먹구름 이후에 폭우가 쏟아질지, 그 먹구름이 폭풍을 몰고 올지, 그 먹구름이 조용히 지나가고 다시 햇살이 나올지… 정확히 예측할 전문가는 이제 없는 듯 하다.   

 

머니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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