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골디락스 시나리오 현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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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고자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몇달간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타격을 주고 있다. 

다음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의 올해 마지막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PMC)를 앞두고 11월에 발표된 경제지수들은 경기침체의 암울한 전망 속에서 한줄기 긍정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7%를 기록해 올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8.0%로 9월(8.4%)보다 낮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도 한달 전보다 0.2% 상승하는 데 그쳐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웠다. 이 수치들은 모두 전문가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또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미국의 소비는 굳건했다. 10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3% 증가했고,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소매판매는 지난 2월 1.7%의 증가율을 기록한 뒤 하강 곡선을 그리며 7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내 상승 전환해 1%대로 복귀했다. 이는 상승률이 1%이하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엎은 것이며,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의 소비가 되레 견고해졌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약 70%는 소비자 지출로 움직여진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소매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의 주택과 주식 시장 등 일부 경제 섹터들이 높은 금리로 인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가정들은 소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경제 수치가 나타나자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고 물가를 잡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왔다.

 

연착륙에 대한 희망

금융정보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는 “연준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NDR은 “골디락스 시나리오 하에서라면 연준이 연착륙을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점에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10월 중순에 이미 저점을 지났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문사 샌드 힐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브렌다 빈지엘로 최고투자책임자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두고 “예상했던 것보다 연착륙에 더 근접해 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월가 전문가의 분석은 추가로 나왔다. 

또한 최종 기준금리 수준도 시장 일각의 예상인 5%대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마이클 콜린스 PGIM 픽스드인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착륙은 매우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착륙 이유에 대해 “기업 실적과 수요는 줄겠지만 여행업과 외식업 부문 고객 급증으로 서비스 섹터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세 완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며 “아마 향후 1~2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경제에 정말 좋은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같이 성장세가 둔화하면 인플레이션은 3%대로 떨어지고 연준의 기준금리는 5%가 아닌 4%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종 연 5%를 넘길 수 있다는 월가 일부 분석과 정반대의 주장이다. 

콜린스는 “연착륙과 경착륙 각각의 확률은 아마 50 대 50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연착륙이 매우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시나리오가 되든 금리는 예상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무회계 기업 RSM의 경제학자 투안 응우옌은 소매판매 증가에 대해 “연말 명절 쇼핑이 2년째 일찍 시작되면서 10월의 소매 매출 데이터가 9월 대비 상승했다. 지금으로서는 경기 침체가 가까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시사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대 쇼핑시즌인 연말 대목이 11월과 12월에서 단순히 10월로 앞당겨진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 활기를 띠느냐에 따라 경제가 판가름 날 것으로도 예고되고 있다. 달리말해 미국민들이 11월과 12월에서 최대 쇼핑시즌에 지갑을 계속 연다면 경제가 내년 초에는 가벼운 불경기를 의미하는 소프트 랜딩, 즉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도 생길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이다. 

경제가 내년에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물가를 상당폭 진정시키는 동시에 불경기에 빠져도 마이너스 1%도 채 않되는 소폭 침체에 그치고 실업률도 많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며 매우 짧은 기간에 반등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준의 고민, 복잡한 셈법

소매판매 호조는 경기가 아직 침체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연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듯 하다. 쉽사리 꺾이지 않는 소비 수요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축의 고삐를 쥔 연준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연준 고위 인사들은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금리인상 중단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폭이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내년까지 상당폭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75∼5.25% 사이의 어딘가가 합리적인 상륙 지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종금리 수준을 예측했다. 

11월 기준금리가 3.75∼4%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총 1%포인트가 넘는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데일리 총재는 “지금으로서는 금리 인상 중단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아예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시장 전망치를 하회해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보인 데 대해선 “긍정적인 뉴스”라면서도 “단 한 달의 지표만으로는 아직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월러 이사는 속도조절론의 근거가 된 물가 상승세 둔화와 관련해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한 번의 물가 보고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물가상승률이 우리의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이고 의미있게 떨어지려면 내년에도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물가안정의 복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물가안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예측에 따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때 미 기준 금리가 내년 6%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은 지금은 쑥 들어갔다. 5%대 초반이냐 4%대 후반이냐를 두고 투자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연준이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아예 인하하는 ‘피벗(정책 전환)’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엇갈린 견해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사실엔 토를 달지 않지만, 긴축 기조 자체는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1월 내년 5월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연 4.75~5.0%보다 0.25%포인트 높인 연 5.0~5.25%로 수정했다. 

연준이 12월 빅스텝을 밟은 뒤 내년 2·3·5월에도 3차례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디락스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되었다. 경제학자 슐먼이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과열되지도 않고,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큼 냉각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태를 골디락스에 비유했다.

 

 머니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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