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경기침체에 대한 새로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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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촉발된 일련의 은행 위기로 여러 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경기침체에 대해 새롭게 전망해야 했다.

SVB 사태에 의한 전염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 뱅크는 SVB 사태 이후 며칠 만에 파산했다. 

정부의 조치로 두 은행의 계좌 소유자들의 피해는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다른 소규모 및 지역 은행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도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재정 지원을 하고 300억 달러의 보증금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지난 3월 22일 또 금리를 0.25% 올렸고, 올해 최종 금리 예상치를 지난해 12월과 같은 5.1%로 제시했다. 이는 한 번 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앞서 올해 금리가 최고 6%까지 오를 것이라던 우려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연준이 성명서에서 “계속된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할 것”이라고 표현한 점도 완화적으로 읽혔다.

그러나 금리 안상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장 불안감이 증폭됐다. 

양대 경제 수장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이를 해석하는 투자자들의 혼란이 높아진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3월 (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SVB 사태로 촉발한 은행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감독 기관으로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나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위협이 높아졌을 때 연준이 예금자를 보호할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예금 안전을 믿어도 좋다며 SVB 등 일부 은행 파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은행들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연방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의 은행 위기에 관해서 상원 의원들 질문을 받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광범위한 보호를 약속한 파월 의장의 발언을 뒤집어버렸다. 

의회 승인 없이 예금 보험을 확대할 수 있는 조처에 대한 질문에 옐런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옐런 장관은 기본적인 보호를 언급하면서도 그 한계를 명확히 했다. 

당국은 예금자들의 은행 저축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면서도 예금 관련 포괄적 보험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25만 달러 한도를 넘어서 은행예금 보증을 확대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당시 옐런 장관의 폭탄 발언으로 주식은 폭락했다. 마이크 베일리 FBB Capital Partners 리서치 총괄은 투자자들이 이미 달걀 껍데기 위를 걷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장관의 발언이 더 보태진 것이라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으나, 시장에서는 은행권 불안으로 금융 환경이 긴축되고, 경기가 악화하면 연내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마코 콜라노비치가 이끄는 JP모건 전략가들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연준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이 상황을 항공기에 빗대며 “꼬리 회전(시장 신뢰 부족)에 빠졌고 엔진이 꺼지려고 하는(은행 대출) 상황에서 이제 연착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JP모건은 “중앙은행들이 성공적으로 전염을 억제하더라도 시장과 감독당국의 압력으로 신용조건이 더 빠르게 긴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분석가들은 현재 시장을 ‘민스키 모멘트’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매컬리는 러시아 금융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미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1919~1996)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 이론을 도입해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라는 이름을 붙였다. 

금융 자산 시장이 과열되면 투자자들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빚을 내 투자한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고 이로 인해 가격 추가 하락으로 건전한 자산까지 투매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스키 모멘텀이 경기가 순환하는 자본주의 질서에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JP모건 외에도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은행 위기가 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금융위기 이전에도 최근 몇 달간 경제가 갑작스레 하락할 수 있는 ‘코요테 모멘트’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코요테 모멘트는 이미 벼랑 끝에서 도망쳤지만, 갑자기 추락하는 것을 모르는 행복한 상황을 뜻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안팎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각한 영향 없이 현재의 혼란을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른 부문과 경제 전반으로 번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금융·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트시 셰트 무디스 신용전략국장 등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은행 리스크가 다른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회피 심리가 퍼져 은행들이 신용 제공을 줄이는 경우다. 

가장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이 시나리오는 “여러 주머니에서 동시에 리스크가 구체화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무디스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올해 내내 금융 여건은 계속 긴축적이고 성장은 느려지면서 이미 신용 문제를 가진 다양한 부문과 기업들이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미 문제가 생긴 은행들과 비슷한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을 그 대상으로 지목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SVB처럼 곤경에 빠진 은행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민간 기업과 공공 단체들로 위기가 전염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해당 은행들과 예금, 대출 등 거래를 해왔거나 이 은행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을 통해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실수로 은행 문제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시나리오가 꼽혔다. 

예를 들어 당국이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빠르게 진화하는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무디스는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금융권 위기 대처에 “대체로 성공할 것”이라는 게 무디스의 기본적인 전망이라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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