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경기침체’ 퇴장중 … ‘골디락스’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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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금리동결, 마침표 VS 쉼표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달려온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인상 행보가 15개월 만에 드디어 멈췄다. 

연준은 지난 6월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5.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은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연준은 높아진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6월·7월·9월·11월에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불안이 불거지자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결국 약 15개월간 열 차례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은 일단 멈췄다.

하지만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보이기도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동결의 전제조건으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또한 회의 후 발표한 결정문에서 금리 동결을 “이번 회의(at this meeting)”로 한정했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동결한 위원회 결정은 오직 이번 회의에만 적용된다”면서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했다.

특히 최종 도달할 목표 기준금리에 대해선 오히려 더 ‘매파적’(긴축 정책 선호)으로 변했다. 

FOMC의 경제전망 요약(SEP)에 따르면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최종 기준금리 중간값은 지난 3월 전망치인 5.1%보다 높은 5.6%로 0.5%포인트 올랐다. 

예상대로면 앞으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말 최종 기준금리 예상도 4.3→4.6%, 내후년 말은 3.1→3.4%로 모두 상향했다. 이 때문에 6월 FOMC 결과를 놓고 ‘매파적 멈춤(hawkish skip)’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 목표를 더 높인 것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서다. 이날 발표한 FOMC의 경제전망 요약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월 예측치인 0.4%에서 1%로 대폭 상향됐다. 반면에 예상 실업률은 4.5→4.1%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개인소비지출 기준)은 3.3→3.2%로 소폭 하향됐지만, 근원물가(3.6→3.9%)는 오히려 올라갔다. 강한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실제로 두 번 더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품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3.84%까지 급등하며 긴축정책 강화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지면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오히려 전 거래일보다 떨어졌다. FOMC의 발표가 일종의 의도적 ‘블러핑(bluffing·물가 단속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허세를 떠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시장에서 이번 금리동결을 마침표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 절반이 올해 50bp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는 발표에 대해 “미사여구는 매파적이었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물가 상승세가 계속 약화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블러핑’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프랑스 금융사인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0.25%포인트 추가 인상은 가능하나 0.5%포인트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파월 의장도 7월 기준금리를 올릴 건지 묻는 질문에 “7월 회의와 관련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그때 상황에 맞춰 정책을 정하는 실시간 회의(live meeting)가 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골디락스 기대감

물가 안정 속에 경제는 성장하는 ‘골디락스’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물가를 끌어올린 주원인이었던 고용시장 과열이 잦아들기 시작한 가운데 소비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6월 실업수당 청구가 시장 예상치보다 늘었다. 원래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는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그만큼 더 늘었다는 의미이기 떄문이다. 하지만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이런 고용시장 둔화 조짐은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자리는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최근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실업수당 통계는 ‘고용 활황→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예전보다 느슨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고용은 다소 식어가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강했다. 5월 소매판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보다 높았다.

미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경제 성장에서 소매판매를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본다. 최근에는 고금리와 높은 물가 상승세로 소비가 다소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지표는 여전히 ‘파란불’이다. 

실업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고용시장이 탄탄하고, 코로나19로 늘어난 저축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아 소비 여력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기 침체가 쉽게 오지 않을 거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안정 속 경기 호조를 뜻하는 골디락스를 미 경제가 맞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웰스파고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경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연내 경기 침체가 없을 것”이라며 “침체가 온다면 내년 초일 것”이라고 했다. 

경제매체 CNBC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급격한 경기침체와 대규모 일자리 손실 없이 인플레이션을 2%대로 낮추는 길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주장했다. 매체는 파월 의장 발언이 향후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면서도 투자자들이 다소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경고했다. 솔로몬은 “미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그간 실시된 긴축을 고려할 때 우리는 더 험난한 여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이 줄었다고 본다면서도 “조금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했다.

솔로몬은 “미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연착륙 상태로 현 상황을 헤쳐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경제가 여전히 느리고 부진한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은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경제성장률이 0~1%, 인플레이션이 3.5~4% 수준인 환경에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향후 금리 동향에 대해 “나는 좋은 예측자가 아니다”라면서도 “완고한 인플레이션은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경제 환경을 좀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 자사가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대출과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빙트랜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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