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아나의 씽씽정보] 사라져가는 처소격 조사 ‘에’ / 의지없이 수동형이 되어가는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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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처소격 조사 ‘에’

 


요즘 한국 사람들은 어느 장소에 간다고 할 때 ‘~를 간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시장을 간다’, ‘거기를 갔었다’, ‘학교를 가다’... 어떤 장소에 간다는 표현에는 처소격 조사인 ‘에’를 쓰는 것이 맞다. ‘시장을 간다’가 아니라 ‘시장에 간다’, ‘거기를 갔었다’가 아니라 ‘거기에 갔었다’, ‘학교를 가다’가 아니라 ‘학교에 가다’로 써야 맞다는 뜻이다.

또 요즘 들어 아주 심각하게 잘못 쓰이는 표현이 바로 ‘~을/를 찾다’인데, ‘대통령이 수해지역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의사가 노인정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늦은 시간에 친구가 술집을 찾았다’처럼 ‘~을/를 찾다’라는 말의 오용이 정말 심각하다.

“응? ‘찾다’를 쓰려면 ‘~에 찾다’는 이상하니 ‘~을/를 찾다’가 맞는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애초에 ‘찾다’는 단어 자체가 잘못된 동사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어디어디에 간다’는 의미로 쓰려면 ‘찾다’가 아니라 ‘찾아가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을/를 찾아가다’가 아니라 ‘~에 찾아가다’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찾다’만 쓰면 ‘무엇을 찾는다’ 즉 ‘Find’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물을 찾다’, ‘헤어진 가족을 찾았다’처럼 말이다.

그리고 ‘찾아가다’는 그냥 ‘가다’라는 말보다 행동주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단어다. ‘떼인 돈을 받으러 수소문 끝에 그 집에 찾아갔다’처럼 집이나 학교와 같이 늘 편하게 가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는 잘 안 가 모르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특정 장소를 물색해 그곳으로 가는 행동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일상이나 언론에서 이 ‘찾아가다’를 너무 많이 너무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한다. 위에 언급한 예문들은 ‘대통령이 수해지역에 찾아가’, ‘의사가 노인정에 가서’, ‘친구가 술집에 왔다’ 등으로 바꿔 써야 적절한 표현이 된다.

또 한가지 이상하게 쓰는 단어가 ‘집’이다. 요즘 많은 한국 사람들은, 특히 젊은 층은 ‘집에 가다’ 대신 ‘집 가다’라고 쓴다. ‘얼른 집 가자’, ‘지금은 없으니까 집 가서 줄게’ 등 마땅히 집과 같이 써야 할 조사 ‘에’를 쓰지 않는다.

이는 영어식 문법을 그대로 가져다 쓴 예라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는 ‘집에 간다’고 할 때 ‘Go to home’이 아나라 ‘Go home’이라고 한다. ‘~에, ~으로’를 뜻하는 ‘To’를 생략하는 것인데, 한국 사람들은 이런 외국의 문법을 무분별하게 한국어에 가져다 쓰고 있다. 한국어에는 한국어만의 문법이 있고, 이를 제대로 따르고 후대로 지켜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의지없이 수동형이 되어가는 한국어


 

대부분의 언어에는 능동형과 수동형이 있다. 능동형은 행동주체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표현이고, 수동형은 행동주체의 의지가 없이 상황 등에 따라 내가 어떤 결론에 놓이는 형태다.

그런데 요즘 한국어에서는 거의 모든 표현이 수동으로 바뀌고 있다. 바로 ‘되다’는 단어를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붙이는 것인데, 한국 방송만 틀어도 아주 쉽게 이런 표현을 들을 수 있다.

그 예만 해도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지만, 몇 가지 들자면 ‘상을 받게 돼서 기쁘다’, ‘기계가 열을 많이 받게 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방을 많이 먹게 되면 혈관이 막히게 된다’ 등 요즘 일상이나 방송에서 ‘되다’가 너무 많이, 너무 잘못 쓰이고 있다.

앞서 예를 든 문장들은 ‘상을 받아서 기쁘다’, ‘기계가 열을 받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막힌다’로 바꿔 써야 적절하다. 하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의 언어는 어떠한가?

한 동물쇼를 보는데 어떤 사람이 ‘늘 마주치던 길고양이를 입양하게 됐다’고 말한다. 고양이를 입양할 때 자신의 의지는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인가? 분명 자신의 뜻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일을 왜 굳이 수동형으로 표현하는가?

또 다른 TV 쇼에서는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번에 식당을 오픈하게 됐다’고 한 업주가 이야기한다. 이 업주는 자신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음식점을 열어놓고 마치 남의 의지였던 듯, 자신의 뜻은 없고 상황이 그렇게 되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다.

사실 이 문장에서 고쳐야 할 부분은 더 있다. 우선 ‘식당’은 비영리와 영리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라 영리목적일 때에는 ‘음식점’이 더 적절한 단어다. 

식당은 ‘Dining Room’, 음식점은 ‘Restaurant’, 이렇게 다른 나라 말로 바꿔보면 오히려 그 차이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오픈’ 역시 외국어이므로 ‘열었다’, ‘차렸다’처럼 한국어로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렇게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어떤 사람들은 “뭐 어때, 말만 통하면 그만이지” 식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늘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이 언어에는 품격이 있다. 적절한 단어를 올바른 문법으로 쓰는 것은 소중한 한국어를 오래오래 고품격으로 지켜가는 방법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혹시 나 자신도 ‘되다’, ‘된다’는 불필요한 수동형을 쓰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점검해보고 만약 그렇다면 고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소피아 씽 (Sophia Tseng)

AM 730 DKnet 라디오 아나운서

텍사스 공인 부동산 에이전트

214-701-5437

Sophia@RealtorTse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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