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힘센 여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힘센 여자입니다.
얼마 전, 드라마 힘센 여자 도봉순이 끝났죠?
친구가 알려줘서 하루에 그 모든 것을 다 봤습니다.
오빠들은 혹시 보셨나요?
오빠들이라서 귀엽고 귀여운 여배우만 보시고, 혹시...그 주인공이 갖고 있었던 슬픔이 잘 이해가, 혹은 공감이 되셨나요?
저는 100% 공감해서요.
물론 제가 도봉순처럼 장정 둘을 어깨에 들쳐매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버스를 멈추고, 깡패들과 싸우고 하는 그런 초능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ㅋㅋ
사실...솔직히는 차라리 그런 초능력이 있으면 덜 억울할 것 같습니다.
저는 힘만 센;; 조절을 못하는, 그리고 정의로운 일이 아닌 소소한 곳에서 사건을 일으켰던 트러블 메이커였습니다.
양치 하면서 칫솔을 잘 버립니다. 힘차게 힘줘서 양치하다보니 약한 칫솔의 손잡이가 쉽게 부러져요.
박스에 물건을 넣어 이동시키는데, 저는 그 많은 물건을 버틸 수 있었지만
약한 박스는 그 물건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박스 밑으로 물건이 새어나와 ㅠㅠ 버린 물건, 아니 음식이 많았습니다.
사기나 유리로 된 주방 제품을 설거지 하다가 힘 조절 못해서 많이 깨쳤습니다.
병뚜껑 열기, 와인 오픈, 오래된 꿀단지 뚜껑 열기는 기가막히게 잘합니다.
냉장고나 바퀴없는 피아노도 혼자 잘 옮깁니다.
만두에 들어갈 김치를 천에 넣고 천을 돌려서 김치 국물 짤때..그 천을 많이 찢었습니다.
엄마가 그 이후로 국물만 빼는 기계를 사셨습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많아요.
그런데, 더 슬픈 것은 힘 쓸 때, 꼭 저를 찾고, 제가 했는데 그것이 안되었을 때, 저를 욕해요.
줄다리기 하는데, 저는 손힘은 세지만..하체부실이라ㅠㅠ 발란스가 희안찬란하죠?
어렸을 땐, 남자 애들이랑 많이 싸웠는데, 남자 애들은 제가 힘 센 것 알아서 힘으로 싸우지 않아요.
말로 싸워요. 근데 저는 말을 잘 못했었어요. 아, 이래서 신은 공평한가보다.....합니다.
다 커서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도 그 어느 누가 "들어줘라. 도와줘라" 이런 말 대신 "쟤는 힘이 세서 괜찮아"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여자인데 말입니다.
제가 여자인데요. 강원도 삼척에서 쭉 살다가 미국에 왔어요.
외모는 여자 여자 해요. 키도 그리 크지 않아요. 그냥 힘만 세요.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제가 힘이 센 것을 알아요. 그래서 힘 쓸 일이 있으면 저를 꼭 불러요.
여자를 쫌 귀하게 여겨주는 미국에서도 ㅠㅠ 저는 여전히 힘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를 모르는 다른 나라로 가야 하나? 요즘 걱정입니다.
미국에선 대학교 다니고 있는데, 알게 모르게 제가 힘이 센 것은 알아서
미국 친구들도 조심스럽게 저에게 힘 써야 할 일을 부탁하거든요.
워낙 조심성이 없어서 힘 조절이 안되요.
그래서 참 속상해요.
대학도 이제 1년 남았는데, 시험도 많이 남았고, 졸업하면 한국으로 가야 하나, 미국에 있어야 하나..고민도 많이 됩니다.
ㅠㅠㅠㅠ
오빠들,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