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자꾸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제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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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글 남깁니다. 

 

저는 결혼한지 15년되었고, 세 자녀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남편입니다. 

미국 IT 회사에 다닌지 20년 가까이 되었네요. 

가끔은 자택 근무도 하고, 필요하면 사무실에 나가는데

근무 경력이 늘어나면서 자택 근무를 더 많이 하게 되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더 많아졌고, 예전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돌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많이 생긴 동시에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더 많아 졌습니다. 

 

예전에는 아내가 다 알아서 했겠지 하고, 정말 미친듯이 일해서 

집안에 뭐가 있는지, 어떤 가구, 전자제품이 있는지,애들의 옷 싸이즈가 어떤지 잘 알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우리 집에 어떤 청소기가 굴러 다니고, 냉장고는 몇 개 있고, 세탁기는 어떤 회사의 것인지, 

장은 주로 어디로 보러 가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아내가 혼자서 애들 라이드 하고, 장 보러 다니고 집안을 정리했을 생각을 하니 참 미안하드라구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 저기 창고, 싱크대, 거라지를 보니깐 깨진 거울, 아이들 옷, 인형, 신발, 우산, 컴퓨터 등등....

제 눈에 아무리 봐도 다시 쓰기 어려울 것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옷은 세탁이 되어 있는 상태인데 찢어진 곳도 많고, 색이 바래서;;; 다른 곳에 도네이션 하기도 곤란한 상태였습니다. 

신발도 분명 세탁은 되어 있는데, 밑장이 너덜 너덜 ㅠㅠ 

인형은 털이 여기저기 다 빠져 있어서...누가 받아도  기분이 썩 좋을 것 같지 않은..

 

아내에게 물어 봤습니다. 왜 버리지 않고, 갖고 있냐구요. 

아내의 대답은 참 힘들었을 때, 어렵게 큰 맘 먹고 산 것이라서...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겠다고 하드라구요. 

아내는 몇 개의 박스를 보여줬습니다. 

세상에나...거긴엔 우리가 신혼 때 부터 썼던 스탠드, 쿠션, 도시락 통, 신발, 손수건....애들 옷 등...차곡 차곡....그 안에 있었습니다. 

 

저희 집이 큰 것은 아닌데...박물관도 아닌데...여기저기 있는 박스는 장식품처럼 보였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오래된 물건들, 그리고 못 쓰는, 혹은 안 쓰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이들 방에도 아이들이 그린 그림, 노트, 그림책, 크레파스, 종이접기 한 것 등....

 

저는 큰맘 먹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이제 버리자."

아내의 대답은 "안돼" 였습니다. 

이유는 그 시절에 참 어렵게 살았을 때를 기억하고, 언젠가는 다시 쓸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내가 쫌 꼼꼼한 편입니다. 절약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그 흔한 일회용품을 집안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절약 정신 때문에 제가 마음 편하게 일했고, 아이들이 학교를 잘 다녔지만, 그래서 아내에게 정말 고맙지만

이 상황을 보니...왠지 궁상 떠는 것 같아서 서글픈 마음도 있고, 안쓰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물론 제일 미안하지요. 돈을 잘 못 벌어다 줬기 때문에 아내가 더 절약하면서 살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분명히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몇 개 없기 때문에...버리는 쪽을 택하고 싶네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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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여름이좋아
이사를 하시는 것이 어떠신지...?
싱벙지니
일단 상자를 하나 마련하세요^^
이건 버리는 게 아니라, 미련이 남은 물건을 담아 두는 거야. 일단 포장을 하고 지켜보는 거에요. 그래도 쓰나 안 쓰나~ 분명 안 쓸 것이 분명할텐데요..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아내분 맘이 한 결 편하고, 물건은 정리가 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오랜 시간 한달, 육개월, 1년 간 안쓰는게 확인 되면 갖다 버리는 거죠. 그 상자 말이에요.
된장국
여자의 입장에서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