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지나니, 대보름이 오네요~

달달무슨달 4 3,535

안녕하세요. 영아씨~

 

오늘 모임이 있어서 좀 늦게 집에 들어오는데,

저 하늘에 둥근달이 더 둥굴게 둥굴게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유난히도 더 밝게 느껴졌는데,

그러다 우연히, 아! 정월대보름이 가까오고 있구나!!!! 생각이 났습니다.

 

구정 명절이 지나고, 보름이 이렇게 순식간에 오네요.

떡국 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시간이 정말 후다닥 지나네요.

 

미국에선 정월대보름이라고 뭐...특별한 것은 없네요.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 드렸는데,

대보름날에 동네에서 잔치한다고~

부녀자들??ㅋㅋ 이 모여서-무슨 말인지 아세요?

동네 아낙네?ㅋ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선물 포장하고, 음식 준비하고, 떡 만들려고 쌀을 담그고 있다고 하네요.

 

맞아요. 제 부모님은 농촌에 계세요.

농번기 때는 참 바쁘지만, 겨울엔 이렇게 마을 회관에 모여 음식도 나누고, 도시에서는 경험 못할 다양한 동네 놀이가 진행되요.

 

여기서 동네 놀이란,

윷놀이, 노래자랑, 쥐불놀이 등입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이 행사는 진행되요.

모이는 구성원의 연령대만 살짝 다르구요~

 

참, 아까 떡 만들려고 쌀을 담갔다고 했잖아요.

부모님 동네에서는 떡을 꼭 직접 만들어요.

진짜 큰 대야에다가 찹쌀과 맵쌀을 솜씨 좋은 할머니가 말씀하시면

그 다음 서열의 할머니가 되에 담아 쌀을 대야에 옮기죠~

 

회관 밖에 있는 아궁이에서는 계속해서 장작이 들어가

아궁이 위에 있는 가마솥에서는 뜨거운 물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넘치고 있죠~

 

적당히 불어버린 쌀을 찐 다음에 적당히 식으면

회관 창고에 고이 모셔놨던 무거운 돌절구를 아저씨들이 힘겹게 갖고 나와요.

깨끗하게 씻어서 절구 안에 헝겁 조각을 넣고,

쫌 젊은 아저씨들이 아닌 쫌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방망이로 헝겁 조각에 들어가 있는 쌀? 밥?을 쳐요.

뭐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네요. 매친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아시죠?

 

절구에 들어갔다 적당히 방망이에게 매를 맞은 그 덩이는 마을 회관 방으로 들어가

솜씨 좋으신 그 할머니의 지휘아래 순식간에 적당한 두께와 싸이즈로 깔아 놓은 비닐 위에 사사삭! 하고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콩가루가~~ 휘리릭~ 하고 뿌리죠!

 

그리고 그 솜씨 좋은 할머니는 둥근 접시를 칼 삼아 일정하게 잘라서 고소한 인절미를 완성하게 됩니다.

 

접시를 칼 삼아 무 썰듯, 많이 뜨거운데 한번도 안쉬고, 그리고 진짜 기계로 자른 것처럼 일~~정하게 인절미가 쉬지 않고, 나옵니다.

 

그 사이에 밖에서는 계속해서 절구에 그 덩이를 넣어 방망이질? 매치기질?을 합니다.

 

다 되면 그것은 다시 방으로 들어오고~

 

그 사이에 또 가마솥에서는 오곡밥이 지어지고 있죠!

정월대보름은 오곡밥 먹는 날이잖아요~

 

겨울이라서, 별일 없으면 온 동네 사람들이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 오기 때문에

음식이 진짜 많이 필요하거든요.

 

또 한 쪽에서는 돼지도 잡아서 바로 국도 끊이고, 수육도 나오고, 육회도 나오고~

완전 동네의 큰 잔치죠!

 

그렇게 적당히 음식이 준비가 되면 어르신들부터 식사하면서 "더위팔기" 놀이 하세요~

내 더위 사라~~~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인사도 나누시죠.

 

 

그렇게 점심 식사가 끝나면 어머니들은 부침개도 만들고, 잡채도 만들고, 만두도 빚고~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음식을 하고, 계속 먹고 그러네요..ㅋㅋ

 

밖에서는 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이 멍석을 깔아 놓고 윷놀이를 합니다.

사실 윷을 던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말판에 더 신경쓰고 옥신각신 하는 어른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윷가락이 던져 질때마다 응원하는 소리, 탄식하는 소리가 깊어지죠~

아, 그립네요. 그 소리들이!

 

그리고 그 날은 마을에 들어오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도 종점도 아닌데 회관 앞에 멈춰서

식사도 하시고, 윷놀이 구경도 하시고, 떡도 얻어 가시고 그래요~

 

1년 동안 동네 어르신들 잘 모시고 시내 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1년도 잘 부탁드린다는 그런 의미로 대접하는 것이죠!

 

그리고 딱히 하시는 것들이 없으신 애중간한 분들은 노래방 기계를 작동합니다.

회관 밖에서요~

어떤 분은 노래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장구를 치시는 분도 계시고, 꽹과리를 치는 분도 계세요!

계속해서 춤을 추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 날을 위해 1년 동안 참고 참았던 흥을 노래와 악기, 춤으로 표현하시는 것이죠.

어린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용돈이 마구마구 쏟아져요~

저도 어렸을 때, 노래 부르고 용돈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엄마에게 다 헌납했지만요..ㅋㅋ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이면 돌아가면서 저녁을 일찍 먹어요!

 

오후 내내 또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모두가 함께 나누죠.

 

그리고 남자 어르신들과 쫌 젊은 아저씨들은 쥐불놀이 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요.

깡통에 구멍을 내고, 나뭇가지를 넣고, 솜을 넣고, 철사로 깡통을 꽁꽁 묶어서 돌리게 편하게 만들어 주세요.

어떤 분들은 논이나 밭에 장작을 쌓아 두시고,

어느 지점에는 구덩이를 파 놔요.

구덩이를 파는 이유는 그 곳이 장작을 올려 놓는 스팟이고..ㅋㅋ

그 구덩이에 밤에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먹을 음식이 들어가는 자리예요.

그 음식은 "닭"입니다. ㅋㅋㅋ

우리 마을에만 있는 전통 같아요.

 

양계장 하시는 분이 닭을 몇 마리 잡아서 깨끗하게 손질해서 양념을 뿌려서 호일에 고이 고이 싸서

그 구덩이에 넣고, 그 위에 다시 장작을 쌓아서 불을 지핀 후,

장작이 숯이 되었을 때에 숯을 치우고, 호일을 꺼내면 거기서 맛있게 익은 닭 요리가 나옵니다.

쥐불놀이 끝난 후, 지쳤을 때, 먹는 마지막 음식이죠~

 

쥐불놀이 할 때는 신나게 깡통도 돌리지만 폭죽 놀이도 하고,

장작 위에 그릴을 올려 낮에 잡은 돼지고기도 구워먹고, 떡국도 구워먹고,

라면도 끊여 먹습니다.

놀면서도 쉬지 않고 먹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이기 때문에 불이 날까 걱정도 되는데

아저씨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봐줘요~

어린이들이, 청소년들이 혹시나 놀랠까봐요~

 

아, 어머니들 이야기를 중간에 멈췄네요.

이른 저녁을 먹고, 마을 회관을 깨끗히 정리한 다음에 모두 방으로 들어와(아, 마을 회관은 진짜 큰 방이 몇 개 있어요~)

대망의 윷놀이를 합니다!!

마을 회관이 떠나가라 소리도 지릅니다.

창문이 들썩일정도로 호탕하게 웃고, 신나게 응원합니다.

 

1년 중, 하루, 그렇게 저녁에 모여 신나게 놀고, 신나게 소리 지르고~

 

윷놀이가 마칠 때 쯤, 마을 이장님과 부녀회장님은 미리 준비한 선물들을 골고로 나눠주시고,

감사 인사도 하시고, 올 한해도 건강하시라고, 농사도 잘 지으시라고, 행복하시라고 인사를 하죠.

 

선물이 뭔지 궁금하죠?

선물은 미역, 고무장갑, 바가지, 비누, 치약, 수건, 라면, 참기름, 비닐 장갑 등등~

시내에 나가야만 구할 수 있는, 살 수 있는 생필품들이죠.

그것 하나도 너무나 귀했던 시절이니깐요.

 

이번엔 선물이 뭐냐고 여쭤봤더니 듣고 나서 깜짝 놀랬습니다.

제가 상상할 수 없었던 고퀄리티 선물이었거든요.

 

병원 진료권, 전기 물 주전자, 전기담요와 방석, 부황기 등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뻐꾸기 시계도 있었다고 했는뎅~~

 

가격도 오르고, 상품도 퀄리티가 확 올라갔고~

ㅎㅎㅎㅎㅎ

 

그 추억이 이 밤에 엄마와의 통화를 통해 생각이 나네요.

 

참 따뜻한 정이 있었던 그 마을, 그리고 여전히 그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

접시로 자른 인절미 하나가 꼭 먹고 싶네요.

폭죽이라도 하나 사서 남편과 함께 공원에 가서 폭죽놀이라도 해야 할 것 같네요.

잡채라도 간단하게 만들어서 함께 나누고 싶네요.

미국에 부럼도 있나??ㅋㅋㅋ 모르겠네요.

아이들 눈썹에 밀가루를 뿌려서 놀라게도 하고 싶네요.

아시죠? 대보름밤에 잠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속설이 있잖아요~ㅎㅎㅎ

 

사실 쥐불놀이 끝내고 집에 왔을 때, 거울을 보면 얼굴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만져서 숯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데,

아주 까맣지도 않는 눈썹이 더 까매진 경우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디서 그런 속설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한 번 놀려 먹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윷놀이를 해야겠습니다!

 

상품도 좀 준비해줘야 하겠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막 좋아지네요~

아, 이참에 연도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연 만드는 재료를 달라스에서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달라스의 더운 여름을 위해 내 더위 사라~ 이 인사도 해야겠어요!!!

 

 

 

이 밤에 둥글게 둥글게 떠 있는 달을 보며 주저리 주저리 써 봤습니다.

쫌 길죠?ㅋㅋ

시간 많을 때 읽어 주세요!

정월대보름 전에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그래도 저랑 비슷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영아씨!

 

 

 

 

 

 

 

 

 

 

 

 

 

 

 

 

 

 

내 더위 좀 사세요!!!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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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월에태어난나
오곡밥! 맞아요! 오곡밥을 먹어요!
정월대보름 날엔 자정까지 가족들과 치킨 먹으면서 윷놀이 했죠.
자면 눈썹 하얗게 변한다고해서요.
정월대보름이 이번주 토요일이네요!
영스러움
달달무슨달님~~~

너무나 정겹고 따뜻한 사연, 울컥했다가 웃음 빵~터지는 사연.....정~말 감사해요.

까마득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귀한 추억들을 제대로 된 시간에 소환(?)해 주신거에요.

맨~마지막 줄...." 내 더위 좀 사세요 " 에서 저 뒤로 넘어갈 뻔 했어요. 유쾌한 웃음이 한참 나왔죠.

정월 대보름의 기억들을 추억하며 내일 방송에서 정성들여 소개할게요.

달달무슨달님도 가족과 함께 둥근 달 보시면서 소원도 비시고 화목하고 복된 시간 만드시길 바래요.~~

지디미톡
어뜩해 어뜩해~~~~
영아님... 더위 사셨다^^
여기 텍사슨데!!!^^

사연 와우!!! ^^
저에겐 비록 이런 추억이 없지만
달님 글을 읽으며 부러움이 들었습니다.

가족분들이 꼭!
좋은 상품 타시길^^ 기원합니다.
달달무슨달
아, 여긴 텍사스죠~ 또 파셨죠? 그럼 되요~
알래스카 쯤에 사시는 분들께 파시면 우애좋고 누이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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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중 설날이 지나니, 대보름이 오네요~ 댓글4 달달무슨달 02.08 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