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이라고 하면 혹시 아세요?

사회복지학과 4 4,719

안녕하세요. 채은씨!

어제도 시원한 비, 오늘 새벽에도 시원한 비, 덕분에 선선한 8월 중순을 보내고 있네요!

어제 교회에서 같은 목장에 있는 분들끼리 점심 식사 때 갓 담은 김치와 여러 종류의 녹색 채소를 쌈장과 함께 먹으면서

"농활"이라는 단어가 어디선가 쑥~~ 튀어나와 서로가 경험한 농활의 추억을 이야기 했답니다. 

 

채은씨, 농활이라고 하면 뭔지 아세요?

20년 전 쯤, 2000년이 시작되기 전에 저는 대학교에 입학했고, 방학이 아니어도 봉사 할 곳이 있다면 찾아가서 봉사활동하고, 점수 채우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여름 방학을 앞두고..5월 중순이었나? 학교에서 진행되는 갖가지 축제들이 끝나고...학교 여기 저기에 "농활" 봉사단을 모집하는 포스터가 쫘르륵 붙어 있었죠. 

서울에서만 20년을 살았던 저에게 농활은 뭔지 전혀 몰랐죠. 사돈에 팔촌까지 따지자면 누군가 한 명은 농촌에 살았을텐데, 사돈까지 알아보기엔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ㅋㅋㅋ 아버지의 가족들이나 어머니의 가족들 중에는 농촌과 아무 상관없이 대부분 서울이나 서울 인근에 사셔서 농촌이라고 하는 곳은 텔레비전으로 본 것이 다였습니다. 

부모님의 허락을 맡고, 과 동기들과 농활에 신청했는데, 과 선배가 배정한 저의 임무는 김치 담그기 였습니다. 김치 담그기...하하하하..이런...그리고 식사 준비!

그 때 당시에 제 어머니도 일을 하고 계셔서 김치는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담가 주셨는데, 그래서 엄마가 김치 담그는 것은 본 적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 임무는 농활을 떠나기 이틀 전에 알았고, 제 어머니는 출장 차, 한국에도 안 계셨죠. 

집에 여자라고는 엄마랑 저 밖에 없는데, 아버지나 오빠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그래서 김치를 파는 동네 반찬 가게에 가서 김치 담그는 법을 물어봤습니다 .

 

"한줌 뿌려" "배추가 죽어야 해, 싱싱하면 안된다." "먹어보고 쫌 짜다 싶어도 소금을 더 넣어야 해" 

뭐라 뭐라 말씀하시는 것을 부지런히 적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너무 헷갈렸습니다. 

무슨 욕심을 내서인지 배추김치, 열무김치, 깍두기까지 세가지를 물어봤거든요;;;;

 

모든 재료는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구하거나 사거나...이런 조건으로 생전 처음 시외버스?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경상도 어딘가로 갔습니다. 

 

장마철이라서 비도 신나게 내리고, 개구리도 엄청 울고, 매미도 귀가 아플정도로 울고, 마을 회관엔 동네 모기가 다 온 것 같드라구요. 

우리의 숙소이자 본부는 마을 회관인데, 화장실도 불편, 샤워할 곳도 없고 ㅠㅠ 너무 더워서 선풍기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것 같았어요. 

옷을 많이 갖고 갔는데, 땀이 많이 나서 패션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시간별로 저는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그러나..아뿔사;;; 세탁기가 없는 것 있죠? ㅋㅋㅋㅋ 벗은 옷을 예쁘게 잘 넣어 둔 것이 아니라 대충 쌓아 뒀거든요. 

아..그 냄새;;; ㅠㅠㅠㅠ 흑흑흑;; 서울에서만 산 티를 너무 낸 것 아니겠습니까??? ㅠㅠ

 

그리고 문제의 김치 담그기....마을 어르신들이 주신 열무와 어린배추로 반찬 가게 아줌마가 알려준 레시피로 사력을 다해...담갔는데, 

배추는 죽지 않고, 여전히 싱싱해 보이고, 열무는 왜 그렇게 연약한지;;;; 열을 맞춰서 자르고 싶었는데, 잘 안되고, 밀가루로 죽을 쑤웠는데, 처음 보는 그것이라 그런지..이게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선배가 사온 무를 대상으로 이빠진 칼로 썰려니...팔이 다 후둘거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추로 저는 김장 김치를 담글뻔 했고, 열무김치는 동치미처럼 김치국물을 한강으로 만들었고, 깍두기는 무를 잘못 선택해서...무에 바람이 들어가 참으로 맛이 없었죠. 

막김치나 겉절이처럼 했어야 하는데 저는 무턱대로 김장 김치를 하려고 준비를 했으니..그것도 어린 배추로 말이죠~

농활에 같이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랬죠~ 동네 어르신들도 놀래고~ㅎㅎㅎ

 

다행히 이장 어르신께서 집에 있는 김치를 막 주시고, 부녀회에서 바로 바로 김치 담가서 주시고~

다른 어르신이 집에 있는 세탁기를 마을 회관으로 보내주셔서 저는 김치 담그는 일에서 벗어나 빨래하고, 그 빨래를 다시 빨래줄에 널고~

엄청 큰 전기 밥솥에 밥하고, 어르신들이 주신 김치들과 갖가지 채소들을 깨끗하게 씻어 식사 준비하는 것으로 제 첫번째 농활을 마쳤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농활에 참여했는데요. 여자들은 잘...농사 짓는 것에 참여를 안 시키드라구요. 

고작해야 고추 따는 것, 김 메기..등....혹시나 다칠까, 혹은 농사를 망칠까..해서 바깥일을 하는 남자들을 서포트 해 주는 역할 정도만 했습니다. 

 

비 오는 날, 이장 어르신이 수박과 감자를 쪄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 10년 전만 해도..그러니깐 88올림픽이 있었던 그 때죠! 

그 때에 농활 때문에 온 대학생들이 저녁에는 학생들이 있는 집으로 가서 과외도 해 주고, 

까막눈인 어르신 집에 가서 편지도 써 주고, 여러가지 문맹으로 인해 못하신 일들을 정리도 해 주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도 고쳐주고, 집안에 비가 새는 곳이 있으면 고쳐주고, 도배도 해주고~

참 고마웠었다고. 물론 지금도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늘 바쁠 때, 찾아와서 농사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도우려고 애쓰는 청년들이, 대학생들이 고맙다며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 인사하신 그 이장 어르신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그리고 담가 주셨던 그 겉절이, 여기 저기에 자라고 있었던 녹색 채소들.....고기가 없어도 흰밥에 녹색 채소들을 겹치고 겹쳐서 싸 먹으면 진짜 맛있었는데요. 거기 가서 또 그렇게 먹고 싶네요. 상추, 깻잎, 꽈리고추, 마늘, 쌈장, 미나리, 쑥갓....호박잎까지...

 

요즘에도 농활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제 대학 생황 중, 여름방학에만 있었던 아름답고 귀했던 추억...이 생각나 살짝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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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곰다섯마리
하하하~ 저 대학생 때는, 학사경고 맞은 애들이 필수도 다녀왔어야 했는데~~
저는 딱 한 번만 다녀왔는데, 기억이 새록 새록 나네요.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에 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그러고 왔는데 말입니다.
하이채은
안녕하세요 사회복지학과님!
자기전에 게시판을 확인했더니~~~재밌는 글 올려주셨네요! 감사해요*^^*
농활~~물론 알죠~ㅎㅎ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은 농활 다녀왔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저는 아쉽게도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안보내서.....농활을 가보진 못했어요.
지금은....김치 잘 담그시나요?ㅎㅎㅎ
사연이 조금 길어서~~~방송 중에 언제 소개해드리면 좋을까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시간 내서 꼭!! 소개해드릴께요~감사해요^^
하이채은
내일 (8월17일 목요일) 2부 시간에 방송에서 사연 소개해 드릴께요^^
소중한 사연~~~~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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