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사연 하나 올려요

고추잠자리 3 4,725

안녕하세요. 채은씨, 오늘 아침엔 어느 정도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지금은 쫌 덥네..하는 느낌이 옵니다. 

아침에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국 뉴스 중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사연 하나 올려요. 

 

제가 미국 오기 전에 살았던 곳은 마을 버스가 하루에 4번 들어오는 그런 산골이었어요. 

어렸을 땐, 가로등 하나 없었던 동네였습니다. 

그래서 밤에는 교회의 빨간 십자가만이 이 곳이 마을이구나......하고 알 수 있었던 곳이었죠. 

 

동네가 어딘가를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도 아닌, 그냥 버스로 치면 종점인 동네였습니다. 

 

그런 동네에 하루에 한 번, 외부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어요. 

 

바로 집배원 아저씨였습니다. 

 

산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군대 간 아들들의 소식을 갖고 오시는 반가운 분이셨고, 

도시로 공부하러 가고, 일하러 간 자녀들이 보내는 갖가지 소포를 배달해주시는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지금도 그 분이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대학가기 전까지는 부모님과 살았는데, 

그 때까지는 그 아저씨가 변함없이 배달해주셨거든요.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미숫가루도 타 드리고, 

추운 겨울날에는 뜨거운 만두도 드리고, 고구마도 드렸었는데, 

음식을 같이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반가운 분이었고, 고마운 분이었거든요. 

 

그 동네는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오면 마을 버스도 안 들어와요. 

하지만 우리 집배원 아저씨는 오셨어요. 

노란 우비를 입고, 집집마다 배달되어야 하는 것들을 갖다 주셨어요. 

그러니 당연하게 음식도 나눌 수 있었지요~

 

그 집배원 아저씨 덕분에 쓰러져 있던 할머니가 구급차에 실려 가실 수 있으셨고, 

가끔 정전이나 단수 된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우편물만 배달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도 주시고, 

동네의 집안 구석 구석을 잘 아시고, 도와주시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데, 

오늘 한국 뉴스에서 집배원 아저씨가 자살 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곧 추석 명절이 다가 오는데, 이 분은 사고가 나서 몸이 많이 아픈데, 우체국에서는 계속 나와서 일해 달라고 하여...

끝내...힘든 결정을 하신 것이죠. 

이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집에 오셨던, 자전거도 타고 오시고, 오토바이도 타고 오시고, 우비도 입고 오셨던 그 아저씨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줄줄줄 흘렀네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시는 분이, 오늘은 아침엔 너무나 슬픈 소식을 전해줘서 마음이 참 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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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작가하고싶어
ㅜㅜ
슬퍼요.
우체부 아저씨 ㅠㅠㅠㅠ
저도 아파트 말고, 주택에 살 때, 우체부 아저씨 오시면 너무 반가워서~
물도 드리고 과일도 드렸었는데 ㅠㅠ
Lovelygirl
저도 이 기사를 보고 참 속상했습니다.
택배나 우편물이 참 중요한데, 얼마 받지도 못하시고ㅠㅠ
일은 힘들도 ㅠㅠ
하이채은
저도 이 기사 봤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ㅜㅜ
이곳 미국에서는 절대 그렇게 대우하지 않겠죠? 지금 저희동네 미국 우편배달부 아주머니, 아저씨랑 비교도 해보면서....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드네요.
고추잠자리님은 또 특별한 추억이 있으니 더 그러시겠어요.
좀 슬픈 이야기지만 방송에서 청취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