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도시락 까 먹었던 사람들과의 인연

사각사각몽당연필 7 5,330

어제 오랜만에 동부에 사는 선배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선배는 해병대를 막 제대한 까까머리에 순박함이 묻어나는 시원시원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친오빠도 아닌데 친오빠 같은 선배. 전화하면 꼭 "오래비다" 라고 하는 ㅋㅋㅋ

 

2002년에 만났는데,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선배의 절친이 선배를 소개했죠. 

저희 셋은 같이 수업도 듣고, 팀플도 같이 하고, 도서관에도 같이 다녔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같이 많이 한 것은 도시락을 같이 까 먹었던 것입니다. 

 

대학교마다 어딘가에는 분명히 언덕이 있잖아요~

바람 솔솔 불어오는~

그 언덕에 오르면 학교의 전경이 다 보이는 그런 곳이요. 

 

거기서 저랑 선배, 제 동기들, 다른 학번 선배들~ 몇몇이 모여 학교 내에 있는 도시락 집에 가서 각자 먹을 도시락을 사와서 

그 언덕에 올라가서 먹었거든요. 

식당에서 먹으면 더 편할 것을...뭐하러 그것을 사서 힘들게 언덕까지 올라갔나 몰라요. 

나중엔 그 언덕엔 그 선배와 선배의 절친, 그리고 저만 올라갔어요. 

저는 그냥 그 언덕에 올라가서 밥 먹는 것을 좋아했고, 

선배는 저 혼자 가서 먹는 것이 싫다고 올라왔고, 선배의 절친은 둘만 언덕에 보낼 수 없다고 같이 왔지요 ㅋㅋ

 

여기까지 이야기 하면 무슨 로맨스가 있을 것 같지요? ㅋㅋㅋㅋ

저희에겐 그런 로맨스는 없었습니다. 정말 셋이서 친오누이보다 더 오누이스럽게 지냈거든요. ㅋㅋㅋ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각자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하고, 해외로 나가고, 다시 들어왔다가 공부하다가, 해외로 나가고...

저도 미국에 오기 전에 필리핀에 3년쯤 살았는데, 

선배의 절친도 필리핀에 오게 되었죠. 선배는 뉴질래드로 가고. 

필리핀에서 선배의 절친과 저는 차로 16시간이 넘는 곳에 서로 살고 있었지만 한달에 한 번은 만났어요. ㅋㅋ

그러다가 저는 미국에 왔고, 선배는 뉴질랜드에 있다가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왔다가 

2년 전에 미국으로 왔는데, 동부라서 아직까지 만나지는 못했어요. 

그냥 전화로 안부를 묻는 사이죠. 

 

어제 통화를 하다가 도시락 까 먹었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나마 우리 셋 중에 가장 한국에 가까운 시일에 있었던 사람이 선배라서, 

몇 년 전에 학교에 갔는데, 학교도 많이 변했고, 

우리가 도시락 까 먹었던 그 곳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없었던 그늘막도 생겼고,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예쁘게 다져졌고, 여기 저기 앉을 수 있는 의자도 마련, 화장실도 생겼다고~ㅎㅎㅎ

저희가 밥 먹었을 때는 그냥 잔디밭...말이 좋아 잔디밭이지..아마도 풀밭? ㅋㅋㅋ

그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한시간을 넘게 수다를 떨었네요. 

 

 

조만간 달라스에 한 번 방문하겠다고 하는 선배의 이야기에 눈물이 글썽했습니다. 

내후년에 미국에 들어올 것 같다는 선배의 절친 소식도 전해줘서 감회가 새롭네요~

남편에게 마구 마구 자랑했습니다. 

나는 이런 긴~~ 추억을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선배들이 있다고~

미국에서 성장한 남편은 그런 추억이 없거든요. ㅋㅋㅋ

 

달라스에 어디 도시락 까 먹을 수 있는 명당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노래도 신청하고 갈게요~ 김종국의 사랑스러워~ 입니다. 

 

선배가 뉴질랜드로 가기 전에 이 노래가 한~~참 유행했는데요. 가기 전 날, 언덕이 아닌 노래방에 가서 선배가 이 노래를 열창했죠!

부탁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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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하이채은
진짜 특이하기도 하고 재밌기도한 추억이 있으시네요.....
저는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되는 것. 이성이 아닌 오빠동생으로 지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몽당연필님 사연을 보니 가능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추억을 공유하고 또 지금까지 연락이 되면서 타국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는 선배들이 있으셔서 너무 좋으시겠어요!!
도시락까먹기는 중고등학교때만 했던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학때까지~~~ㅎㅎㅎ 그래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거겠죠?
재밌는 사연 따뜻~한 사연 감사드리구요,
목요일 2부 순서에 사연과 신청곡 띄워드릴께요!
사각사각몽당연필
ㅎㅎㅎ 거기 있잖아요~ 한솥도시락이라고~
거기가면 도시락 팔아요~
김치볶음밥, 치킨마요가 제가 제일 좋아했던 메뉴입니다~*
학교에 한솥도시락이 있었거든요!
저에게는 은혜였죠~~~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집밥 다운 밥이 늘 그리웠거든요~
선배들이 있어서 저는 참 행복했고,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연락해도 늘 반갑게 이야기 해주고, 안부를 전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내일 방송 잘 들을게요! 감사합니다.
각설탕하나
대학 다닐 때, 그런 언덕이 있었죠~
저희 학교도 있었는데, 술병이 많이 돌아 댕겼죠 ㅋㅋㅋ
도시락은 무슨 ㅋㅋㅋㅋㅋ
고래 고래 소리 지르고 술 마시는 곳이었는데~
도시락을 까 먹고~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니 한편으론 부럽네요!

근데 어떻게 로맨스가 없었을까요?
거...참....ㅋㅋㅋ 희안하네~
사각사각몽당연필
ㅎㅎㅎ 저는 그 언덕이 기독교 학교라서 채플 밑에 있었어요~
채플이 언덕 꼭대기에 있었거든요.
나름 성스러운 곳이라 채플 인근에서는 음주가무를 하면 안되서~~
물론 저는 조신하게 선배들과 도시락만 까 먹었습니다~

로맨스는요~~ㅎㅎㅎㅎ
제가 여자답지 않게 생겨서 그랬나요? ㅋㅋㅋㅋ
그건 아니구요. 저는 그 때 군대간 남자 친구가 있었고,
저랑 원래 친했던 선배는 고향 오빠였고, 지금 동부에 살고 있는 선배도 다른 대학에 여친이 있었던 시절이라..ㅋㅋㅋ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ㅋㅋㅋㅋ
목욕탕과 화장실만 서로 같이 다니지 않았지..가족과도 같은 사이로 지냈습니다~
로맨스가 나올법한 상황이 없었죠 ㅋㅋ
하이채은
답변을 들으니~~~로맨스가 생기지 않았던 상황이 조금 이해가 되네요~~ㅎㅎㅎ
그런 선배들이 있다는게 참 부러워요^^
심쿵심쿵
오오오~~~
저도 사랑스러워~ 노래 좋아요~
김종국 노래는 다 좋아요~
터보였을 때에도 좋았고, 혼자 할 때도 좋았어요~
김종국 노래 튼 김에 터보 노래도 하나..어떻게 안될까요?? "회상"!!!!!
완전 저의 페이보리 곡!!!!
남편한테 불러 달라고 그렇게 해도 키가 높다고 ㅋㅋㅋㅋㅋ
회상도 부탁 드려요~
하이채은
맞아요 김종국 노래 다 좋죠? 저희 방송에서도 가끔씩 들려드리는데....들으셨나요?ㅎㅎ
근데 키도 높고 부르기 은근 어렵다고 하더라구요~~남자분들께....
회상도 내일 사랑스러워와 같이 들려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