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전화에 친절하신 우리 아버지~

사랑스럼쟁이 3 5,543

안녕하세요! 채은씨! 명절 같지 않은 명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시간 맞춰서 한국에 계신 분들께 전화하느라~ 이번 한 주간, 늦게 잔 날이 많네요. 

그래도 그 중에서 친정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로 한참 웃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스팸 전화에도, 보이스피싱 전화에도 진짜 친절하게 잘 받아 주시거든요. 

지금도 한국에 그런 스팸 전화가 많이 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진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스팸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는 그걸 다 받아 주세요. 

겁나 친절하세요. 

 

예를 들면,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의 신용 점수가 좋으셔서 무이자 2000만원에...블라 블라"

 

그럼 저희 아버지는

"아, 그래요? 고생하십니다. 오늘 몇 사람하고 통화했어요? 아...미안해서 어쩌나. 난 돈이 필요없는데~ 내가 다른 사람 소개해줄까요?"

이러십니다. 

 

그리고 한참 유행했던 조선족 말투로 가족 중에 누군가를 인질로 잡아서 돈 내놓으라고 하는 전화가 많았잖아요. 

때는 2004년, 저희 큰오빠가 특전사로 쿠웨이트로 파병이 결정되었을 때였어요. 여름이었는데....

출국하는 날은 기밀이라 진짜 언제 출국했는지 모르는데, 출국 전에 모든 가족이 부모님 집에 모였었어요. 

그 때, 조선족 아저씨께서 아버지께 전화하셨죠. 

 

"***님의 아버지시죠? 맞으시죠? 지금 여기는 군 병원인데요. *** 중사가 낙하 훈련하다가 추락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수술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블라 블라 블라~~~~~~ 3000만원을 빨리 송금해주셔야 합니다. "

 

우리 가족들은 다......웃겨서 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그 웃음을 다 참았습니다. 

그냥 아버지께서 어떻게 말씀하실까 기대했지요~

 

저희 아버지는 매우 천천히 또박 또박

"아...그렇습니까? 고생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조선족 아저씨는 

"아...혹시 아들이 없으십니까?.........................."

 

약간의 침묵 후, 아버지는 

"지금 저는 우리 아들과 같이 있습니다. 더운 날, 고생이 많으십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또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사실 아버지는 큰오빠가 수술 받고 온 줄 아셨다는...ㅋㅋ 그래서 멀쩡하게 집에 온 오빠를 보고 수술이 잘 끝났다고 답했다는 것 ㅋㅋㅋ

 

또 몇년 전에 천안함 사건이 있었잖아요~2010년인가? 암튼 그 사건이 있었을 때, 제 막내 남동생이 군인이었거든요.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안되서 아버지에게 또 전화가 왔죠. 조선족 아주머니에게서 

 

"***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아드님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수술이 필요하여 현재 서울 **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보호자 동의는 저희가 대신 해 드리는데, 병원 수술비가 바로 입금되어야 수술이 가능...블라 블라.....아드님이 매우 위급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엄마 말씀에 의하면, 살짝 뻥졌다는...ㅋㅋㅋ

 

아버지의 답변은 역시나 천천히..또박 또박...

"아, 그렇습니까? 아직 죽지는 않았지요?"

 

상대방은 

"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그럼 그 아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제 아이는 공군이고, 지금 진주에 있답니다만...빨리 그 군인의 부모님을 찾아 주시는 것이.."

 

절대 놀라지도 않으시고...ㅠㅠ 당황하지도 않으시고....있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십니다. 

화내지도 않으시고..ㅋㅋㅋ

 

이번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웃은 것은....저를 상대로 했다네요~

저는 한국을 떠난지 10년이 넘어서 한국에 남아 있는 신용 정보나..전화번호....증명서...뭐...그런 것이 없어요. 

그런데 명절을 앞둔 주말에, 9월 30일 토요일 ㅋㅋㅋ 

친정 엄마와 막내 남동생이 아버지와 장을 보러 가셨는데, 

실제 장은 엄마와 동생이~ 아빠는 친구분 가게에 앉아서 사오는 짐을 잘 맡아 두고 계셨죠~

마트가 아니라 5일장이 서는 곳, 재래 시장에서 장을 보셔서 계속 손으로 짐을 들고 다니면 무겁잖아요~

그래서 뭔가를 사면 아버지가 있는 곳에 짐을 맡기고, 또 다른 물건을 사러 다니는 것이죠~

이 때, 누군가 아버지께 전화를 하셨죠~

 

"***님의 보호자 맞으시죠? 지금 따님께서 부모님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병원으로 이동중인데, 급히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합니다..블라 블라 블라~~~~"

 

저희 아버지, 역시나 천천히 또박 또박

"아, 그렇습니까? 연휴인데 고생 많으십니다."

 

놀라지도 않고, 너무나도 차분하게 말씀하시니깐..상대방이..살짝..놀랬나봐요. 

 

"아....혹시 따님이 없으십니까?" 그러드래요. ㅋㅋㅋㅋㅋㅋ

 

아버지는

"네, 현재 한국에는 제 딸이 없습니다만......지금 병원에 가고 있는 딸은 제 딸이 아닌 것 같네요. 빨리 보호자를 찾아 주세요. 수고하세요" 

그랬더랍니다~

 

우리 아버지~~ 언제나 정정하시고, 언제나 한결같으신 우리 아버지~

이런 아버지랑 통화하면서 저는 항상 웃네요~

저를 웃게 만들어 주시는 아버지~ 내년에는 한국에 가니~ 그 때까지 건강하게~ 지금처럼 한결같으셔야 해요!!!!ㅎㅎㅎ

 

저도 얼렁 한국에 가서 한국의 명절, 한국의 정을 느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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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쏘울메이트
우리 조선족분들.....한국 가셔서 진짜 애쓰시네요.
더 가치있고, 건강한 일들이 많을텐데..
진짜 악의 구렁텅이에 쉽게 빠져서 ㅠㅠ
아쉽네요.
하이채은
사랑스럼쟁이님~
올려주신 사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맞어....저런 전화 한때 많이 왔었지~~~그런 생각하면서요^^
아버지 정말 지혜롭게 잘 대처하셨네요~그러기도 쉽지 않으셨을텐데.....
당황하는 상대방의 모습이 연상되면서.....혼자 빵빵 터졌답니다!
근데 이 사연을.....방송에서 지금 어떻게 나눌까 고민입니다....ㅜㅜ
제가 조선족 연기를 해야하는거잖아요~~~ㅎㅎㅎ
아....쉽지 않지만~~~~내일 화요일 2부 시간에 사연 소개해 드리도록 할께요^^
오늘 남은 하루도 덥지만 즐겁게 보내시구요~~~저흰 방송에서 만나요
깊은산속옹달샘
호호호~~
사투리 잘 하셔야겠네요~~
화이팅입니다!!
저는 잠깐 한국 나갔을 때, 한국 폰 사용했는데, 그 전화에도 대출 받으라는 스팸 전화가 와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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