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스페인 여행기4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597회 작성일 24-03-01 17:41

본문

돌에 새긴 성경이란 별명이 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과연 외관부터 처음 보는  형식의 특이한 성당이었다.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성당 외관은 몇 개의 거치대가 그대로 걸려있었으며 주변에는 전세계에서 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정말이지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일행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외벽 또한 매끄러운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진흙을 가지고 계속 덧붙인 것처럼 울퉁불퉁했는데, 여기저기 솟은 첨탑은 또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술사학교 같았다. 

암튼 우리는 한국어로 설명이 된 해설 오디오를 귀에 꽂고 외관부터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문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고난,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조각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신약성경 한 권을 그려 놓은 것 같았고 가우디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은 좀 더 크고 특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성당내부는 형용할 수 없이 찬란한 빛과  다채로운 조형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대부분인데, 내부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기둥들은  숲의 나무에서,  철제 창은 벌집을 보고, 벽은 갖가지 꽃들이 새겨져 있는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자연물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오후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색깔이나 그림자가 바뀌고,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은 마치 천지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과연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 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의 백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데 반해 가우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모두 아낌없이 돌려주고 간 천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오전 11시쯤 입장해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성당을 나왔다. 마지막에 기프트 샵에서 성당 모습이 찍힌 액자용사진을 한 장 사고 엽서를 사며 난  이어폰을 남편에게  주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들녀석이 굳이 전철도 좀 타보자며 10불짜리 티켓을 아침에 끊었기 때문이다. 

성당으로 오는 오전 나절엔 그래도 전철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퇴근시간과 맞물렸는지 전철안이 몹시 혼잡했다. 억지로 떠밀려간 전철안은 손 잡이 조차 안보여 나는 겨우 다른 승객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가서 기둥 하나를 발견하여 붙잡고 서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보이지 않아서 입구 쪽을 보니, 그는 손바닥을 전철 천장에 붙이고 있었는데, 주변엔 사람들이 많아 겨우 얼굴만 보였다. 잠시 뒤,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때 누군가 ‘여기 이어폰이 떨어져 있는데 잃어버린 분 없나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이어폰이 우리 것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전철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남편이 호텔 프런트 카페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지갑을 백팩에 둔 것이 아닌가 하고 뒤져봤지만 그 곳에도 역시 지갑은 없었다. 그러고보니 허리에 맨  벨트백 지퍼가 열려 있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문득 여행 전  친구가  요즘 바르셀로나가  제일 악명높은 소매치기 도시이니 조심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동유럽에서 온 집시들과 불법체류자들이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가 하룻동안 느꼈던 그 수 많은 감동들이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왜 우리는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까맣게 잊고 여유 자적했는지도 후회가 됐다. 암튼 그날 오후는 크레딧 카드들을 정지시키고, 새드라이버 라이선스를 신청 하느라 꼬박 한 나절을 보냈다. 다행이라면 패스포트는 백팩에 두어 도난 당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전에  새로 산 크로스 백을 주자, 남편은 어쩐지 그 백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며 굳이 허리에 매는  벨트 백을 착용하고 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그 백이 소매치기들이 가장 쉽게 여는 백이었다. 그 뒤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백을 단속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다음날 구엘 공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어쩌다 이렇게 소매치기 왕국이 됐을까, 한국에선 스마트폰과 랩탑을 카페 테이블에 두어도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다는데 말이다. 

어쨌든 왕자와 거지처럼, 뷰티앤 비스트처럼,  모든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볼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관광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평소 여행을 가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구경거리에 푹 몰입하는 내게 남편은 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그 뒤론 입장이 바뀌었다. 아, 그래도 바르셀로나는 소매치기만 조심한다면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왜냐면 뮤지엄 두 어군데를 남겨두고 왔기 때문이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길을 무심코 떠나면 그간 내 머리 속을 빙빙 돌며 삶의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했던 많은 부분들이 어느새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그 속엔 내가 알 수 없는 평안함이 자리를 합니다. 여행길을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
    문화 2025-10-31 
    박인애 (시인, 수필가)13년 만에 부활한 MBC 대학가요제가 지난 3일 부산 국립한국해양대학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본방 사수하겠다는 생각으로 26일 10시 50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198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던 대학가요제가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로…
    문화 2025-10-31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오바마케어(ACA), 여전히 유효한 ‘국민 건강 안전망’ACA Health Insurance, 흔히 **‘오바마케어(Obamacare)’**로 불리는 이 법안은 2010년 3월 제정되어, 2014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2025-10-31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 Dual Status 신고 시 주의해야 할 세금 함정과 절세 전략 —                                   “이제는…
    세무회계 2025-10-31 
    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카네기멜론·어스틴·UIUC 등 ‘실속형 명문’ 집중 분석… 한인 가정 위한 현실적 입시 전략대학 입시는 성적이 아니라 전략의 싸움이다. 합격률이 …
    교육상담 2025-10-31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자녀를 낳아 키워보면 알 수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닮지만, 부모가 가지지 않은 면도 많이 가지게 된다는 것을…
    문화 2025-10-24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연방정부 셧다운이 이번 주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세무회계 2025-10-24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지극히 맑고 푸르른 가을하늘 아래서 곱게 물든 길가의 아련한 추억들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써 놓은 가을의 언어는 벌써 새벽 앞에 손을 비비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간직했던 추억 가운데 가을과 연관되는 …
    문화 2025-10-24 
    김재일 (Jay Kim) 대표현 텍사스 교육청 (TEA) 컨설팅전직 미국 교육부 (U.S Department of Education) 컨설팅전직 텍사스 공립학교 교장[들어가기 전] 지난 칼럼 이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문의를 주셨습니다. 이번 주 칼럼을 읽으신 뒤 …
    교육상담 2025-10-17 
    자동차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요소들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자동차 사고는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는 사건이므로 사고를 야기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제거해야 한다.자동차 사고에 영향을 주는 위험한 요소들이 …
    보험 2025-10-17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 원장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
    건강의학 2025-10-17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5-10-17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살포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내내 묵은 때들이 훌훌 말끔히 벗겨지고 대지엔 생동감 넘치는 계절의 푸르름이 더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와플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밤새 들리는 한 줄기의 빗소리 속에 찾아오는 삶의 징검다리를…
    문화 2025-10-17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 마감일의 의미와, 기한을 놓친 납세자를 위한 실질적 대처법 –미국의 개인소득세 보고 기한은 원칙적으로 매년 4월 15일이다. 그러나 많은 …
    세무회계 2025-10-17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배움의 기쁨이 있고,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땅의 스승이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
    문화 2025-10-10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