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여름의 정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3,052회 작성일 21-07-09 09:58

본문

칠월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토란대 위에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흐르고, 만개한 호박꽃에는 벌들이 모여들고, 어느 집 앞뜰이든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것만 같다.

토요일에 어울린다는 재즈를 틀어놓고, 제라늄 화분이 수 없이 놓인 달력위에 쓰여 있는 글귀를 새삼스레 읽어본다. ‘그 분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창조했다’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맞다. 그 분은 아주 작은 개미 한 마리라도 아름답게 창조했으나 우리는 그 분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들의 집을 흠집 내거나 부시려고만 한다. 

허밍버드는 저 먹으라고 걸어둔 수액을 벌이나 나비, 심지어 개미가 와서 핥아먹어도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제 것이라고 우기지 않고, 제비는 어린 새끼들을 뱀에게 강도짓 당해도 절망하지 않고, 또 새집을 열심히 짓는다.

달걀 값보다 닭장 유지비가 더 많이 들어보이는 도시농부, 앞집 여자는 요즘 어미 잃은 염소새끼를 거두느라 바쁘다. 우아한 거실 한 가운데 플레이 팬을 놔두고 그 안에 든 새끼들에게 우유 젖병을 물리고 있다. 

냄새나지 않느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고도비만인 그 집 강아지 리버만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어슬렁거릴 뿐이다. (프렌치 불독인데 이름과는 정반대로 생겼다.) 

 

얼마 전에는 토끼들이 채소밭에 있는 고추잎을 다 갉아 먹어버려서 팬스 입구에 작은 철조망을 또 한 겹 쳤다. 모처럼 큰마음 먹고 홈디포에서 가든 팬스를 사다 밭 둘레에 치고 높이가 4피트 정도 되어 예전처럼 토끼들이 드나들지 못하겠지 했는데, 팬스의 사각무늬가 제법 큰 탓인지 아주 비만 토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많은 토끼들이 들락거린다. 

채소밭에는 고추잎이 아니라도 홍갓과 근대, 깻잎 등이 한창 잘 자라고 있는데, 맛이 고추잎이 제일 나은지 그것만 먹는다. 

지금 우리 집 덱 아래에는 몇 마리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출산한 토끼 새끼들까지 아파트 분양 받은 것처럼 한 일가가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보통 토끼들은 그냥 마당에 있는 민들레나 잡풀들을 먹는데, 식성이 유별난 토끼 몇 마리가 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 까짓 것 봐줄 수도 있는데, 채소는 자라기 전에 잎이 떨어져 나가 버리면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 매운 태국 고추는 잎도 매운지 손도 대지 않았다.

최근에는 화분흙을 만들어 보았다. 시중에 파는 것도 있지만, 많은 양이 필요할 때는 재료를 사다 만들면 훨씬 많은 화분갈이를 할 수 있다. 피트모스와 카우 매뉴어, 라임흙과 펄라이트, 본 밀을 섞어 만드는데, 가격으로 치면 화분흙 4포대 값인데, 양이 두 배로 나오니 더 저렴하다. 

화분 안에 있는 식물이나 꽃이 잘 자라지 않고, 시들하다면 대부분 물 아니면 흙 때문이다. 요즘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화분갈이부터 농사에 관해 전문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유튜버들이 무척 많다.

아니나 다를까 시원찮은 우리 집 화분 대부분은 흙이 떡이 되어 있었다. 물도 잘 빠지지 않을 뿐 더러, 뿌리가 도저히 자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민트 화분 바닥엔 개미들이 아주 진을 치고 있었다. 

작년에 삽목을 한 유카는 뿌리는 대부분 났는데 흙이 안 좋았는지 잎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잎이 필 것이다. 가드닝을 모를 때는 무조건 사다가 심었는데, 요즘은 삽목을 하거나 주로 파종을 해서 키운다. 조그만 싹이 나오는 것부터 자라서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 설레이는 일이다.

 

달러스토어에서 산 백일홍 씨앗을 삼월쯤에 오래된 웨건에 흙을 넣고 뿌렸는데, 지금 꽃이 한창이다. 성질이 급해서 왜 이렇게 꽃이 늦지 하고 안달을 했는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백일홍이니 백일 동안은 피어 있겠지… 그 곁에 사과나무도 올해는 제법 많은 사과가 열렸다. 

그래니 스미스 종류인데 그냥 먹기는 좀 시지만, 사과 파이를 해먹을 생각이다. 사과를 크게 만들려면 순치기를 해야 한다는데, 동그란 사과가 달린 것이 너무 예뻐서 그냥 두기로 했다. 사과나무가 세 그루 있었는데 그 중 제일 큰 나무가 작년 태풍에 뿌리 채 뽑혀서 지금은 두 그루 밖에 없다. 바람이 많이 부는 동네여서 그런지 과일나무는 대추나무를 제외하곤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우리 집엔 총 세 그루의 대추나무가 있다. 약대추는 해마다 작은 나무가 어떻게 열매를 저리 많이 맺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열린다. 작년부터는 야자대추와 종 대추도 제법 많이 열려 여기저기 나눠 주고도 대추차, 대추고, 대추 효소까지 만들곤 한다. 

문제는 만들어놓고 오랫동안 방치해 둔다는 사실이다. 사실 두 식구 사는데, 냉장고가 여러개다 보니, 만들어놓고 잊어먹기 일쑤이다. 미니멀리즘이 대세라는 데 나는 반대로 맥시멀리즘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칠월 역시 초록의 맥시멀리즘을 대표하는 달이다. 지상의 모든 사물이 물감을 뿌려놓은 듯 초록, 초록으로 한껏 물들어가고 있는 이즘,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도 여름의 정원처럼 풍성하게 생기가 넘쳐나면 좋겠다. 먼 바다가 가깝게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자동차 보험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지만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용중에는 자동차 관리,수리비용과 보험비용이 가장 큰 비용이다. 그래서 보험료에 관련해서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자주 질문하는 사항들을 몇가지 간추려 보았다.…
    보험 2026-01-09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 2026년도 세금보고시즌이 지난 6일 IRS의 발표로 시작됐다.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S Corporation을 포함한 모든 비즈네스 …
    세무회계 2026-01-09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은 늘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신년 초까지 이 주간의 휴가를 잡아놓는다. 마치 알사탕을 아껴 먹으려는 아이처럼, 다른 달에 휴가를 쓰자고 하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연말은 꼭 비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긴 해피…
    문화 2026-01-09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Medical Assistant(MA)가 열어주는 새로운 길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 번쯤 “병원이나 클리닉에…
    교육상담 2026-01-09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미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주에는 대통령의 도시로 알려진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그렇지만 한적한 이곳에선 두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적은 인구 7만5천명이 거주하는 래피드 시티(Rapi…
    문화 2026-01-09 
      김미희 시인 / 수필가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우리는 습관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특별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저절로 뒤를 향한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늘 분주했고, 그 분주함 속에서 수많은 장면들이 아무 말 없이…
    문화 2026-01-02 
    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
    부동산 2026-01-02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2026년은 십이지신 중 일곱 번째 동물인 말의 해로,…
    세무회계 2026-01-0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이던가? 라는 질문에 고민을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다가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Music Hall에서의 Dallas Musical 시리즈를 문화원의 이벤트로 …
    문화 2026-01-02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지구 밖 환경은 생명체에게 매우 가혹하다. 중력이 없어 걸어 다닐 수도 없고 공기가 없어 숨을 쉴 수도 없다…
    문화 2025-12-28 
     박인애 (시인, 수필가)Willow Bend Mall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이면 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운전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쇼핑몰이기도 하다. 우리가 캐롤톤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그 몰에는 Macy’s, Dillard's, Neiman …
    문화 2025-12-28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  2025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 동안의 세법 변화와 경제 흐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세금보고 시즌을 준비하게 된…
    세무회계 2025-12-28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겨울의 음악 여행, 흐렸던 하늘 틈 사이로 살며시 비쳐오는 아침햇살의 눈부신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우리 인생의 좋은 글들을 모아 아름다운 선율로 다듬어져 차갑던 가슴을 어루만져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겨울 음악 여행을 만들어 갑니…
    문화 2025-12-28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애완견과 집보험 뉴질랜드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애완동물의 문병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이 병원은 불치병 등으로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들에게 고양이나 강아지 등의 문병을 받을 수 있는 접견실…
    보험 2025-12-28 
    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난자 냉동이 말해주는 시대의 변화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생 설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일, 결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 세대와는 …
    교육상담 2025-12-2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