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플라스틱 행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599회 작성일 23-09-08 11:46

본문

한 무리의 코끼리들이 캘커타 주변 쓰레기 매립장 주변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새로운 쓰레기들을 실은 트럭들이 줄을 지어 와서 쓰레기들을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코끼리들은 정확히 그 시간들을 알고 있다. 

쓰레기들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절반은 비닐을 비롯한 폐기할 수 없는 플라스틱들이다. 

파랗고, 하얀 브라운 색깔의 얇은 플라스틱 봉지들이 찢겨 여기저기 바람에 나부끼고, 악취가 진동을 한다. 

썩은 과일과 고기, 야채 위를 날파리와 나비, 벌들,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곤충들이 날아다닌다.  

쓰레기를 주으러 온 아이들 발 밑에 쥐들이 돌아다니고, 하늘에는 썩은 냄새를 맡고 주위를 빙빙 도는 맹금류들과 이 모든 모습을 한 발 뒤에서 보고 있는 코요테들도 보인다. 

코끼리들은 하나같이 체형이 이상하다. 쓰레기 매립장을 오래 다닌 코끼리들 일수록 한가지 이상 병증이 있다. 

천식에 걸린 것처럼 숨을 내 쉬기가 힘들어 보이는 녀석부터, 밤새 토한 탓인지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코끼리도 있는데, 한 발자국 내 딛다가 다시 주저 앉고 한다.  

발 밑에 뾰족한 톱날이 있는 것을 모르고 밟았다가 화농이 생겨 절룩거리며 돌아다니는 녀석도 있다. 

그들은 점점 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숲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불도저가 밀고간 길들을 따라 그들은 점점 도시로 흘러 들어 간다.  

하지만 도시엔 그들이 설 자리가 없다. 서커스도 사라진지 오래다. 재밌는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서커스를 보고 열광하지 않는다. 코끼리가 아무리 멋진 쇼를 해도 관심이 없다. 아무도 코끼리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홈리스처럼 식사시간이 되면 쓰레기 매립장으로 온다.

어미 코끼리 코순이는 썩은 바나나가 쌓인 곳으로 걸어간다. 새끼 코끼리 3마리가 그 뒤를 따라간다. 산처럼 쌓인 바나나는 아마도 태평양 섬에서 유럽으로 가는 도중 기후 이상으로 상해버린 것들일 것이다. 

코순이는 청명한 여름에 원숭이들이 떨어뜨려 주워 먹었던 바나나 맛을 기억하고 있다. 숲에는 욕심내지 않아도 늘 하루 종일 먹을 수 있는 일용할 양식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하지만 집을 잃어버린 지금 코순이와 아이들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시티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들은 대부분 너무 달거나, 너무 짜거나 기름기 투성인 것이 대부분이다. 도넛이나 케익, 튀긴 닭,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고기들, 어제도 코순이 큰아들 코돌이는 그것들을 먹고 계속 설사를 했다. 코순이는 그래서 기미상궁처럼 먼저 먹어보고 아이들에게 먹어도 된다는 사인을 보낸다. 

그러나 폭염과 굶주림에 정신이 나간 아이들은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아무것 에나 코를 대고 흡입을 한다.

겉이 까만 바나나는 흐물흐물하다. 그래도 다른 이물질이 없어 다행이다. 

어떤 인간들은 음식물 쓰레기에 똥싼 기저귀나 휴지, 오래된 신발이나 플라스틱 장난감을 같이 묶어 버리기도 해서 우리의 위장을 위험하게 만든다.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이다. 나와 아이들은 썩은 바나나로 포식을 했다. 가끔은 구더기도 보이지만 이정도면 훌룡한 편이다. 우리의 모습을 보던 다른 그룹 코끼리들도 우리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다. 바나나산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쉬파리가 쉴 새 없이 주변을 날아다니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갑자기 둘째 코식이가  코로 귀를 때리다가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다. 파리 한 마리가 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코식아, 코식아 가만히 있어, 파리는 저절로 죽던지 나오던지 할거야 코끼리들은 귀가 넓은 탓에 이물질이 귀로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다. 

막내 코자는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 한다. 가끔 가다 배에 통증이 오는지 아 아 아 하고 소리를 내지를 뿐이다. 7톤이나 되는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 그래도 젊은 시절 코순이는 벌목장에서 무거운 재목을 나르는 일을 잘해서, 주인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인은 해가 지면 코순이를 강가로 데리고 나가 날마다 목욕을 시켜주었다. 코순이는 숲에서 일하고, 먹고, 잠자던 그 시절이 그립다.

두 달이 넘게 이어지는 폭염, 다큐에 나오는 쓰레기 매립장 코끼리들 영상을 보고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아래 지구는 점점 플라스틱 행성으로 변하고 있다. 

곳곳에 쌓이는 수많은 플라스틱산, 머지않아 우리도 그 산에 갇히게 될 것이다. 남극의 얼음이 녹고, 땅들은 물에 잠기고, 산이 끊임없이 불타면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

폭염은 시작일 뿐이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1,20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Federal Reserve가 지속적인 금리 인상 의 의중울 내보이자 바로 1,300원대로 진입하더니 지금은 1,350원, 연말에는 다시 1,4000원대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들어 많은 분들의 관심…
    세무회계 2023-09-08 
    한 무리의 코끼리들이 캘커타 주변 쓰레기 매립장 주변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새로운 쓰레기들을 실은 트럭들이 줄을 지어 와서 쓰레기들을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코끼리들은 정확히 그 시간들을 알고 있다. 쓰레기들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절반은 비닐을 비롯한 폐기할…
    문화 2023-09-08 
    안녕하세요! 이번 여름은 시원하게 보내셨나요? 폭염으로 힘들었던 텍사스와 아리조나 같은 지역들은 약17년만에 가장 더운 해라고 뉴스에 나온 것을 봤습니다. 반면 뉴욕, 뉴저지와 같은 동부 날씨는 예전과 비교해 꽤 괜찮았다고 합니다. 역시 미국은 국토의 면적이 아주 넓은…
    문화 2023-09-08 
    수많은 페스티벌과 공연이 있는 가을이 다가옵니다. 가을이 되면 짙게 물든 계절의 흔적을 같이하며 삶의 여정을 돌아보고 잠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도시 유레카 스프링스(Eureka Springs) 지역은 그 규모에 비해서 인구가 상당히 …
    문화 2023-09-01 
    미국 연준이 금리를 상당기간 높게 유지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도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팽배해지는 분위기이다. 또한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하향 추세로 이끌기엔 아직 충분히 둔화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을 수도 있음으로 보여 진다…
    세무회계 2023-09-01 
    요즘 “일자목”, “거북목”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막연히 나쁜 것이라고는 알지만 왜 나쁜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옆에서 보았을 때 목과 머리가 몸보다 앞으로 쏠려있는 모습이 거북이의 목과 비슷하다고 해…
    건강의학 2023-09-01 
    친구와 식당에 들어섰다. 내 얼굴을 흘깃 본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보았다.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였을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서빙하는 분이 얼음물을 병째로 갖다주셨다.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차가운 컵을 달아오른 볼에 가져다 댔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달…
    문화 2023-09-01 
    부자가 되기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다. 전문적인 직업, 뛰어난 장사비법, 끊임없는 노력, 부자와 결혼 등이 있겠지만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국한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시간’과 ‘수익률’이다.연못의 연꽃을…
    부동산 2023-09-01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커피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커피는7세기 이전부터 에티오피아의 고지대에서 자생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오래된 식물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염소 목동이었던 칼디(Kaldi)가 우연히 염소들이 먹던 열매를 발견했고 그 열매가…
    문화 2023-09-01 
    매년 6월부터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Aspen Music Festival and School), 18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운전을 하여 그곳을 해마다 찾아가는 이유는 장르를 초월한 많은 종류의 음악과 신인들의 감각 넘치는 타고…
    문화 2023-08-25 
    음주와 보험을 관련지어 생각할 때 중요한 2가지의 보험을 생각해 볼 수 있다.첫째는 술을 판매한 상점이나 식당업주를 위한 리커 라이어빌리티 보험과 둘째로 음주 운전으로 인한 티켓이나 사고를 낸 사람들에게 필요한 SR-22 자동차보험이다.미국 교통안전국의 최근 통계에 의…
    보험 2023-08-25 
    지난달 한인들의 비즈니스가 밀집된 Los Angeles downtown 근처 Fashion district, 일명 자바 시장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1.08 Billion 달러의 로또 티켓이 판매되었다 해서 혹시 당첨자가 한국인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데 아직까지 당…
    세무회계 2023-08-25 
    나는 요즘 많이 웃는다. 예전에는 그저 입만 벙긋하고 말던 별것 아닌 일에도 소리를 내 웃는다. 일요일 아침에 다니러 오겠다는 큰애의 소식에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설렘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후 11주 만에 …
    문화 2023-08-25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요즘 아시안 마켓에 가면 눈에 띄기 시작하는 월병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추석을 지낼때 송편을 먹는것과 같이 월병은 중국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명절음식입니다. 월병이라 함은 밀가루와 라드(돼지 지방), 설탕, 달걀…
    문화 2023-08-25 
    브랜손(Branson, MO)의 하늘은 다른 어느 곳보다 깊고 푸르며 마음을 신선하게 하며 희망을 불러옵니다. 도시의 곳곳을 흐르는 계곡과 진하디 진한 계절의 낮은 산들이 도시를 휘감고 있어서 그러하며, 도시의 곳곳에서 펼쳐지는 최고 수준의 연주와 공연들이 있어서 그러…
    문화 2023-08-1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