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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타투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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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조회 2,678회 작성일 19-12-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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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유명인인가봐. 여기 포케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레이를 아는것 같은데.”

“알기는 뭘 알아요. 저 사람들은 나를 아는게 아니라 내 팔에 있는 이 타투를 알아보는거지요.”

“레이, 타투 했어? 어디 좀 봐.”

“이거 안보였어요?”

“응, 작은 상어네. 무슨 뜻이야?”

레이의 오른쪽 팔의 상어타투는 초록, 노랑,연두, 빨강색으로 4센치 정도 크기의 아기상어였다.

“이 상어 타투는 하와이 원주민 왕족 혈통을 뜻해요. 지금이야 무슨 신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하와이 타투계에서는 상어가 하와이 혈통임을 알리는 것을 묵계로 하고 있어요. 하와이 신화에서 상어는 하와이 인들의 수호신이었거든요.”

“상어가 수호신?”

“상어는 하와이인들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어요. 상어는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면서 신비한 존재지요. 상어는 사람들에게 고기를 주고, 가죽을 주고, 뼈까지 온 몸을 다 내주니까 그 희생을 고맙게 생각하는 거지요.”





하와이 사람들은 상어 고기는 말려서 저장식품으로 만들고, 가죽은 말려서 훌라 북을 만들고, 작은 뼈들은 낚시바늘로 쓰고 또 이빨은 장신구로 만들어 몸에 지녔다.

무엇보다 상어가 하와이 사람들의 영적인 교감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바다에서 길을 잃으면 상어가 나타나서 길을 안내해준다고 믿었고, 또 사람이 죽으면 상어로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었다.

“레이는 상어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네. 난 상어 하면 영화 ‘조스’가 생각나는데. 무섭고 잔인한 놈이잖아. 하와이 비치에도 종종 나타난다던데 레이는 상어를 바다에서 본 적이 있어?”

“내가 누구야, 나는 하와이의 서핑선수야. 걷는 것보다 수영을 먼저 배웠다구요.”

“그래요, 잘 알고 있고말구요.”

“물 속에서 상어를 만나가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상어를 발로 차기도 하지만 상어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칙이 있어요. 그것만 지키면 문제가 없어요.”

“그게 뭔데요?”

“놀라지 말고 상어처럼 태연하게 수영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상어가 동료로 생각한다 이런 말?”





와이키키 거리의 사람들은 거의가 반라의 몸으로 다닌다. 이 사람들 중 타투가 없는 멀쩡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치에 널브러진 사람들의 몸은 정말 가지각색의 타투로 덮여있다.

와이키키에는 타투를 자랑하러 모인 타투 전시장 같다. 외눈박이 나라에서는 두 눈을 가진 자들이 비정상이라더니 여기 타투천국에서는 타투를 안 한 사람이 소수자다.

‘하와이는 타투 천국이네…’ 상필이 중얼거리듯 말 했을 때 레이가 갑자기 차를 돌렸다.

“어딜 가는거야.”

“타투. I wish you have a tattoo like me.”

“나보구 타투를 하라구?”

레이가 데려간 곳은 50층 고층건물 꼭대기에 있는 타투집이었다. 타투는 뒷골목 어디쯤 숨어들듯 가는 곳인줄 알았는데 이곳 타투집은 고층 아파트 빌딩에 있었다. 규모와 시설이 크고 분위기가 엄숙하기까지 하여 무슨 박물관에 온 듯했다.





높고 넓은 벽에는 타투의 역사를 사진으로 전시해놓았다. 고대 B.C 2000년경 이집트의 아무네트(Amunet)의 미라의 타투는 팔과 넓적다리에 평행선의 무늬들이 있었고 배꼽 아래쪽에는 타원형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의 타투들은 추상적인 기하학적 무늬를 하고 있었다.

중국관에는 약 2400년 전 미라에 나타난 동물형상의 타투가 있는 사진이 있었다. 일본을 방문했던 중국인의 기록에 ‘일본 남자들은 늙으나 젊으나 모두 얼굴에 타투를 하고, 몸에는 붉고 푸른 문양들이 장식되어 있다’고 하는 문구와 함께 전시된 현재 행해지는 야쿠자 타투는 완전 경이로운 것이었다.





맨 마지막 전시실에는 타투(Tattoo)가 폴리네시안 언어인 ‘타타우(Tatau) 두두리다’에서 유래됐다는 것과 추장이나 귀족가문의 신분과 직위를 나타내는 타투가 행해졌다는 비디오가 뜨고 있었다.

사모아 섬에 첫발을 디딘 유럽인들은 ‘이곳 사람들은 허벅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타투를 새겼다. 이들은 거의 벌거벗고 지내지만, 그 모습은 마치 옷을 입은 것처럼 생각될 정도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이한 연속무늬 타투를 전시하고 있다. 이들 타투는 기독교의 전파와 ‘타투금기’조치로 쇠퇴를 했으나, 꺼릴 것 없는 현대인들은 타투문화를 디테일하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피부가 검어 타투의 표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피부에 상처를 깊게 내어 그 살이 벌어진 틈에 색채를 넣는 타투를 한다니… 인간은 왜 타투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죽어 시신이 썩어져도 살가죽의 타투는 남는다는 영원성을 믿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타투는 사람의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고 색깔이 있는 잉크를 진피 속에 집어넣는 것으로 글자나 무늬 또는 그림을 새겨 넣는다. 타투는 마치 화가들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피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요새는 타투를 안하는 사람이 없어. 상필 엄마도 했던데”
“뭐, 울 엄마도?”
“아까 아이폰에 들어온 엄마 사진 보여줬잖아. 사진 보니까 난 금방 알겠던데.”
상필이 어머니가 보내온 사진을 펴보았다.
“어? 울 엄마는 눈썹이 있는 듯 없는 듯 초승달 눈썹인데 어느 틈에 짙고 굵은 사무라이 눈썹이 되었지? 화장발 아냐?”
“화장을 한 얼굴이지만 영구눈썹과 아이라인을 하셨는데.”
“이게 타투로 하는거야?”
“Kind of…”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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