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 연세 CLINIC 윤진이 원장의 우리 몸‘아는 것이 힘이다’ ] 도대체 이 증후군이 뭐길래 하루가 10년 처럼 느껴지나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건강의학 댓글 0건 조회 3,881회 작성일 19-05-08 18:39

본문

30대 초반의 남자 분이 내원하셨다.  한참을 머뭇거리시다 성병도 전신으로 번지는지를 물으신다.  언제부터인가 입안에 구멍이 뻥뻥 뚫리더니, 요즘은 성기에도 구멍이 뚫린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생기는 혓바늘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주 생기고, 한꺼번에 5-6개 씩 생겨서 2-3 주까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신다.  너무 아프고 화끈거려 입 안에 불이 붙어 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말을 하기도, 음식을 먹기도 힘이 드신단다.  언젠가 너무 아파 집 근처 클리닉에 갔는데 미국의사가 보더니 헤르페스라고 해서 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약을 먹는 동안도 아픈건 여전했다고 하신다.

 

그일로 여자 친구와 싸움끝에 헤어지셨다고 하신다. 혹시 관절은 아프지 않으신지 여쭤봤더니 한동안은 무릎이 아파 걷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신다. 손목도 자주 아픈데 컴퓨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피부에 발진은 없었는지 묻자 언젠가 자고 일어났는데 다리에 빨간 반점들이 많이 생겨 개미에 물린 줄 알았다고 하신다. 시력은 괜찮으신지 묻자 가끔씩 눈알이 빨개지고 까만 물체가 흐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괜찮다고 하신다. 또 언젠가 눈에서 아주 강한 불빛이 번쩍거리는 것이 보여 안과에 갔는데, 눈에는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하신다.  또 다른 증상은 없냐고 묻자,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고, 언젠가 심한 두통으로 고생하신 적이 있었는데, 마치 머리에 폭탄이 터지는 듯 했다고 하신다.  너무 겁이나 급한대로 Advil을 먹고 자버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두통은 사라졌다고 하신다.  이제 막 30대가 되었는데, 느낌은 80세 노인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하신다.  매일 매일이 너무 고통스러워 하루가 10년처럼 느껴지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문진과 검진에서 이 환자분은 베체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아 헤르페스를 포함한 몇 가지 피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정상으로 나오셔서 베체트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현재는 호전되어 식사도 잘 하시고, 사람들과도 다시 잘 어울리다. 무엇보다, 입 안의 궤양이 없어져 가장 좋으시단다.

 

자, 그럼 이 환자분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하는 이름도 생소한 ‘베체트’병에 대해 알아보자.  1937년 터키 의사인 후루시 베체트씨가 자기가 본 두 환자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의학 세미나에서 발표한 이후로부터, 이 의사의 이름을 따 ‘베체트’ 병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병은 반복적으로 입 안에 통증이 심한 궤양이 생기다가 어느 날 성기에까지 궤양이 발생하면서, 자주 원인 모를 빨간 피부 반점이나 뒤늦은 여드름, 목뒤 종기 등이 잘 생기며 반 이상의 환자들에게 눈에 포도막이나 망막에 염증이 생겨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게 된다. 또한 관절이 붓고 아프는등 아주 고통스러운 만성 전신성 자가 면역 질환이다.  이 병은 주로 극동 아시아, 중동 아시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실크 로드’ 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녀 노소 누구에게나 다 생길 수가 있으나 면역 기능이 가장 활발한 20대 남자들이 가장 심하게 이 병을 앓고 면역이 약해지는 60대 이 후에는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은 유럽인에게는 아주 드물어 미국 의사들의 경우 평생 베체트 병을 앓는 환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은 전신 질환이라 드물기는 하나 뇌, 폐, 위장, 대장, 심장, 신장, 대동맥에도 침법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불치병, 난치병, 희귀병으로 분류되어 치료가 어려웠으나, 요즘은 자가 면역 질환 치료약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많은 분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만일, 내 자신, 아니면 내 주위 사람들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입 안이 헐고, 피곤해 하며, 이 관절, 저 관절들이 아프다가 저절로 좋아지고, 또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거나 원인 모를 피부 질환이 잘 생겼다 없어졋다 하고, 성기나 항문 주변에도 통증이 심한 궤양이 생긴다면, 꼭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여 베체트씨 병, 또는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이 아닌지를 의심해보고, 검사를 해 보시길 바란다.  이 병은 전염성이 전혀 없어서 남에게 옮기는 병도 아니다. 나를 보호해야 할 나의 면역이 나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질환이며, 성병도 아니기에, 부끄럽거나 어려워 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혼자 외롭고 힘들게 이 병을 앓다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분이 단 한 분도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윤진이 원장

• 연세 CLINIC 병원 원장
• 윤진이 / Jinny Yoon. M.D
• 연락처 _ 972-446-6888
• 연락처 _ 1017 E. Trinity Mills Rd, #108 Carrollton, TX 75006
• 웹사이트 _ www.jinnyyoonmd.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목입니다. 사고 당시 안전띠를 착용한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등과 허리는 자동차 좌석과 안전벨트로 고정이 되기 때문에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은 사고 시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막아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
    건강의학 2019-09-27 
    열이 나면서 설사 또는 구토가 있어서 병원에 가면 주로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처럼 여름장염과 겨울장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겨울철 장염은 주로 바이러스들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가 있고 이 둘이 전체 바…
    건강의학 2019-09-20 
    카이로프랙틱 치료라고 하면 아직 뭔가 생소하고 명확하게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치료를 꾸준히 받으시는 분들도 있고 효과를 보았다는 분들도 보셨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수술을 고민했을 만큼 고통스럽던 증상이 나은 경우도 …
    건강의학 2019-09-06 
    “오십견”은 50세를 전후로 어깨에 심한 통증이 생기고 어깨 관절의 움직임이 현저히 저하되는 증상을 이야기할 때 많이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마치 어깨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임이 많이 줄어드는 특징 때문에 영어로는 Frozen Should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보통은…
    건강의학 2019-08-23 
    요즘처럼 무더운 달라스의 여름 날씨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여름을 나는 여러 방법과 수분 섭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 권장 수분 섭취량에 한참 모자라는 수분 섭취를 하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물이 인간의 신체에 …
    건강의학 2019-08-09 
    오늘은 여름철에 흔히 겪을수 있고 조심해야 하는 건강 정보 중에서 주의하여야할 두가지 질환에 대해 알아 보자. 첫번째로 벌레에 물렸을 때에 간지러움증과 함께 물린 주위의 부종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때엔 얼음이나 찬찜질을 해 주면 좋다. 하지만, 간혹 발진이외에 심한 알…
    건강의학 2019-08-02 
    자가 면역 질환이란,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줘야 할 면역 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입니다.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걸쳐서 자가 면역이 나타날 수 있으며 145 가지 정도로 아주 많은 질환이 이에 속한다고 볼수 있다. 자가 …
    건강의학 2019-07-19 
    달라스에 자리잡은지 사년이 되었다. 같은 피를 나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끈끈한 연결 고리가 생긴건지 환자나 환자 가족의 아픔이 조금 더 오래 그리고 길게 남아 내게도 상처나 흔적으로 남게 된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나누는 …
    건강의학 2019-07-05 
    [의학칼럼] 소통의 의학 그리고 건강한 이민생활을 위하여 바쁜 일상에 쫓기다 이삼년에 한번씩 한국에 나가 건강 검진을 받고 오는 환자들을 만난다. 병원을 아예 가지 않고 병을 키우는 것보단 현명한 일이지만, 받아 오는 검사 결과지에 대한 이해라던가, 그에 따르는 팔로웝…
    건강의학 2019-06-21 
      의/학/칼/럼   그 누구도 나이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노화의 속도를 줄이거나, 삶의 질의 대한 향상에 대한 관심은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정보의 홍수를 통해 불확실한 자가 진단을 하고 혹은 자가 치료를 시도 하는 분들도 만나보게 됩니다. …
    건강의학 2019-06-07 
    30대 초반의 남자 분이 내원하셨다.  한참을 머뭇거리시다 성병도 전신으로 번지는지를 물으신다.  언제부터인가 입안에 구멍이 뻥뻥 뚫리더니, 요즘은 성기에도 구멍이 뚫린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생기는 혓바늘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주 생기고, 한꺼번에 5-6개 …
    건강의학 2019-05-08 
    치과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은 근세기가 되어 과학이 발달하고 의식주가 넉넉해져서 먹고살만한 시점부터인것 같습니다. 이제는 편안함과 삶의 질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치과는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치과 영역이 단순히 고립된 우리의 입안만을 다…
    건강의학 2019-05-08 
    악기를 배우는, 혹은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음악은 재능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물론 재능은 음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합니다만 음악 교육자로서 저는 재능이 전부이거나 적어도 가장 중요한…
    문화 2019-08-02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 채널을 들을 때 곡 소개에서, 연주회에 가서 클래식 연주를 감상할 때 프로그램지에서 곡명 옆에 붙어 있는Op, K, Woo 등의 숫자를 보셨을 것입니다. 바로 곡 분류에 의한 작품번호인데요. 왜 곡마다 다른 알파벳으로 나누어 구분되는지, 그리고 …
    문화 2019-07-19 
    [ 음악 ] 음악계의 커플들 갈리나 비시넵스카야 ( Galina Vishnevskaya) 와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 Mstislav Rostropovich) 지난주에 로버트와 클라라 슈만 커플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클래식 커플 시리즈로 이번에는 소프아노 갈…
    문화 2019-07-0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