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고대진] 운동은 뭘 하십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4-08-30 09:41

본문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을 만나면 이야기의 중심이 건강이다아픈 곳은 없는지 어떤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지 라는 질문이 많다샌안토니오에 살 때는 같은 동네에 살던 분에게 학생 때 운동을 많이 하셨느냐고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것은 건강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학생운동을 많이 한 소위 운동권 출신이냐는 질문이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그런 운동요열심히 했지요 하고 웃어넘겼지만 그런 운동도 운동이었다.

사실 난 어렸을 때 작은 키에 몸도 약해서 자주 학교도 빠질 정도로 병치레가 잦았다작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오는 녀석들과 싸움을 많이 했다많이 맞고 많이 때리고 피 흘리고 하는 나에게 아버지가 유도를 시키셨다맞고 다니지 말라고유도를 한다는 소문이 난 뒤로는 시비 거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삶이 좀 편해진 것 같다그 뒤로도 호신용 운동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검도까지 배웠다검도는 공군 사관학교 수학 교관으로 있을 때 체육교관으로 있던 선배에게 부탁해 학생들과 함께 배웠는데 인기가 없는 수학 교관을 가르치려는 생도들에게 주로 맞아주는 역할을 했다한 수 부탁드린다면서 대련 도전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상대해줘야 했는데 나보다 몇 년 더 배운 녀석들에게 다리 부위에 가격을 받아 퍼런 멍 자국을 달고 다녔다이 생도들과 수영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내 다리를 퍼렇게 멍들게 했던 생도에게 내가 한 수 배울까 하며 물속 깊이 끌고 가 물을 많이 먹였던 생각이 난다내가 물개라는 별명을 가진 교관인 것을 알고는 검도 훈련에서 다시는 한 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되었다.

뭐든지 시작하면 열심히 빠져버리는 성격이라서 대학에 입학하면서 테니스에 미친 듯 몰두하고 열심히 연습하였다물론 타고난 재능이 별로 없는 나는 노력으로만 선수 생활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당시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이 많아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과 대표 선수로 뽑히기도 했고 리치먼드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도 몇 번 했으니 꽤 오래 즐겼던 운동이었다마누라와 연애할 때도 테니스를 가르쳐주며 시작했다손을 잡고 허리를 돌려주며 이렇게 저렇게 아주 상냥하게 가르치는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야 나에겐 못한다고 소리 지르며 야단하더니 여자들에겐 손까지 잡으며 상냥하게 가르치네.”“그러니까 연애를 하지 소리나 지르면 누가 나에게 오겠냐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지 결혼하게 한다는 말은 없던데? 고래와 춤추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지.

결혼 뒤 테니스장을 자주 찾았다키도 크고 다리가 길어서인지 빨리 공을 받아넘기고 운동신경이 나보다 나은 것 같았다가끔 시합할 때는 내기를 했다오늘 설거지는 누구청소는빨래는한 두 점 접어주고도 이기는 날 보면서 약이 오른 마누라내기 시합하면 당신 눈빛이 달라져한 번 져주면 안 돼? 안 돼스포츠 정신에 어긋나. 옛날에는 안 그랬잖아 응 그때는 스포츠 정신보다 더 중요한 정신이 있었거든. 무슨 정신인데? 응 사랑의 정신.

버지니아 리치먼드에서는 운동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테니스 대회에 나가면 일등보다는 이등 삼등을 할 때가 더 많았다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라톤이다오래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13.1 마일을 달리는 반 마라톤을 완주하고 마라톤은 포기하고 말았지만 테니스 대회에서는 우승하게 된 이야기더운 리치먼드의 8월에 테니스 대회는 여섯 개임을 하루에 끝내야 했다대부분의 선수가 다섯 게임을 하고 나서는 쥐가 나거나 기진맥진해 기권해버리고 말았는데 난 아직도 몇 게임을 더 할 수 있는 듯 펄펄 날랐다사실 나도 엄청나게 지쳐 있었는데 지친 표정을 하지 않고 펄펄 날 듯이 뛰는 나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대가 포기하고 만 것이다힘든 우승을 하고 집에 와보니 마누라도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여자대회 우승이었다참석자가 3명인 여자대회에선 2번만 이기면 우승이었다왜 그렇게 힘들게 우승해? 우승이라고 다 같은 우승이냐? 어떻게 다른데트로피는 같은데.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서 다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테니스를 하던 친구들이 골프로 바꾸기 시작하고 골프를 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거의 중독이 될 정도의 골프의 매력은 칠수록 배울 것이 더 나온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치면 칠수록 더 좋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에 계속 연습도 하고 시간을 보낸다몇 달 레슨을 받고 시작해본 골프는 나에겐 맞지 않았다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교수라는 직업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두어 시간이면 충분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테니스와 비교가 되었다내가 있던 대학에서도 골프를 하다가 빠져 테뉴어(종신교수)를 못 받아 다른 곳으로 가거나 정교수 승진을 못 하고 만년 부교수로 남는 사람이 많았다아직도 골프의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나를 보고 골프에 싱글 핸디인 동생은 이해를 할 수 없단다은퇴하고 시간도 많은데 왜 안 해요? 은퇴해도 바쁘긴 마찬가지야나중에 천국 넓은 푸른 풀밭에서나 하려고.



 고대진 작가


◈ 제주 출신

◈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답이 뻔한 질문을 칼럼 제목으로 적어놓았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과 편리해진 일…
    문화 2024-12-20 
    박인애 (시인, 수필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워킹을 하다 구두가 벗겨지거나 굽이 부러져 넘어지는 사고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일반인이었다면 놀라서 주저앉겠지만, 프로는 대처법이 다르다. 평소 까치발을 들고 워킹 연습을 해 온 노하우 덕분일 수도 있겠으나, 언제 그런 …
    문화 2024-12-2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하늘이 물에 내려오면서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요즘처럼 비가 내리면 하늘과 세상이 물에 잠길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속에 비쳐진 모습은 잔잔한 물결…
    문화 2024-12-20 
    칼럼니스트 고대진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
    문화 2024-12-13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미국에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축복 가운데 하나는 광대한 대륙을 쉼 없이 운전하여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끝이 안 보이는 초원을 운전하다가 사막을 만나면 인생의 중간을 점검하게 되고 다시 핸들을 잡으면 흩어…
    문화 2024-12-13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여러분은 혹시 케이준이라는 뜻을 알고 계신가요? 식당을 가면 종종 볼수 있지만 어렴풋이 느낌으로만 알고 있는 이 단어와 그와 관련된 음식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원래 케이준은 음식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루이지애나 근방…
    문화 2024-12-13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이스탄불의 성지…..5월에 얼떨결에 예약한 성지순례날이 다가왔다. 시월 말인데도 텍사스 날씨는 여전히 더워, 미리 검색한 튀르키예의 날씨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섭씨 20도라니, 선선한 가을날씨 일 것이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론 추울 것…
    문화 2024-12-06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가을날 알칸소 (Arkansas)의 오치타 국립포레스트 (Ouachita National Forest)의 아름다운 가을 산의 경관을 정신없이 눈에 쏟아 담으며 이리 저리 구부러진 길을 따라 조심스레 운전을 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숲…
    문화 2024-12-06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가 집권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내 친구는 환한 얼굴로 가게에 들러서 신이 난 김에 점심까지 사주고 갔다. 희망으로 들뜬 친구의 소망대로 근심거리가 하나씩 해결되고 치솟은 물가도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인은 조국을 위대…
    문화 2024-11-29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오후에 진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시 보이더니 저녁을 먹고 난 후 밤새 가을비가 내립니다. 버팔로 내셔널 리버(Buffalo National River) 강가를 끼고 조그만 언덕 위에 설치한 텐트를 밤새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는 마음이…
    문화 2024-11-29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다가오는 연말을 맞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가볍게 이야기 나눌수 있는 숙취 해소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과음한 다음날 숙취를 느낍니다. 숙취라는 것은 술을 마신 후 느끼는 특이한 불쾌감,…
    문화 2024-11-29 
    김미희 시인/수필가오후 여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같은 벨 소리인데 이 시간에 울리는 벨 소리는 항상 특별하게 느껴진다. 종일 울리는 그 소리와는 달리 이 벨 소리에는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엄마, 오늘은 퇴근이 언제예요?…
    문화 2024-11-22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미국 대선이 끝났다. 선거 기간 동안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었고, 결국 트럼프의 승리…
    문화 2024-11-2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매 순간 자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자에게 다시 가을비로 씻어줄 아름다운 창문너머로 촉촉히 적시는 가을비는 가물었던 지난 여름을 세월 저 멀리 떠나 보내고 창가에 앉아 진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젖은 그리움에 스쳐가는 아련한 기억들을 마…
    문화 2024-11-22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마트에서 장볼때 도움이 되실수 있는 한국 간장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간장이라 함은 콩을 소금물에 발효시켜 만드는 액상 조미료를 칭합니다. 콩 이외에도 다른 곡식이 들어가기…
    문화 2024-11-2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