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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확률, 도박 그리고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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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24-10-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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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확률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박에서 돈을 따는 보장된 방법은 없다. 오히려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해질 뿐이다. 주식도, 다양한 금융상품도 확률 통계로 이해해 볼 수는 있지만 항상 돈을 버는 마술 같은 방법은 없다.

확률을 이용해 도박을 들여다보면, 왜 도박에서 돈을 잃는지, 왜 그러면서도 도박에 빠지는 지 이유를 알게 된다.
간단한 동전 게임을 생각해보자.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달러를 받고 뒷면이 나오면 1달러를 빼앗긴다. 앞뒷면이 절반씩의 확률을 가지고 있다면 돈을 많이 잃지도, 많이 따지도 않을 듯이 보인다. 과연 그럴까?

동전 게임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무작위 이동 (랜덤 워크)를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시작 지점에 서 있다가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동쪽으로 1미터, 뒷면이 나오면 서쪽으로 1미터 이동한다. 동전을 연속으로 세 번 던져서  앞이 두 번 나오고 뒤가 한 번 나왔다면, 앞서 이야기한 동전 게임에서는 2달러를 받았다가 1달러를 빼앗겨 결국 1달러만 남고, 랜덤 워크에서는 동쪽으로 1m 지점에 도달한다.   

이 동전 게임과 랜덤 워크를 계속 반복하면 어떻게 될까? 동전 앞뒷면이 같은 확률이니까 결국 내가 가진 돈은 0에 수렴할까? 착각이다.

통계학에서 대수의 법칙이 알려주는 사실은 어떤 사건이 무수히 많이 일어났을 때 그 결과로 얻은 확률이 그 사건의 근원에 있는 확률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동전을 수백만 번 던지면 앞면과 뒷면의 비율은 1대1에 수렴한다. 하지만 동전 게임은 하면 할수록 내가 가진 돈이 영이 될 확률은 오히려 줄어든다. 돈을 좀 따든지 잃든지 할 확률이 게임이 거듭될수록 늘어난다.
동서로 무작위 이동을 여러 번 해서 도착하는 지점의 빈도를 그려보면 통계학에서 배우는 정규분포(혹은 가우시안 분포)를 형성한다. 즉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빈도가 제일 높지만, 그 주변에 도착하거나 꽤 멀리 떨어진 동쪽 혹은 서쪽에 도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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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분포 그래프

정규 분포를 이용하면 동전 게임의 확률을 대략 구할 수 있다. 동전 게임을 100번 한 뒤 손에 쥔 돈이 10달러 이상이 될 확률은 놀랍게도 15퍼센트나 된다. 20달러 이상을 딸 확률도 2퍼센트가 조금 넘는다. 매번 게임의 베팅 금액이 1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배, 2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치고 나쁘지 않다. 사실 이것은 나쁜 소식이다. 같은 금액을 잃을 확률도 그만큼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하우스(도박장)를 상대로 하는 단순한 게임들이 많은데, 모두 플레이어의 승률이 하우스의 승률보다 조금 낮게 설계되어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동전 게임은 그나마 공정하다고 볼 수 있고, 게임이 계속되어도 0 달러를 기준으로 돈을 딸 확률, 잃을 확률 모두 반반으로 같다. 하지만 도박장의 게임은 승률이 절반 이하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이미 마이너스이고  게임을 거듭할수록 더 마이너스 쪽으로 기운다. 마이너스가 된 기대수익 주변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정규분포가 그려진다. 이 정규분포의 끝단 어디엔가는 마이너스 기대수익을 뛰어넘어 플러스가 되는 희귀한 케이스가 존재한다. 어쩌다 이 케이스를 맛본 플레이어들은 도박 중독의 입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은 어떨까? 주식값의 오르내림이 랜덤 워크냐 아니냐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특정한 뉴스에 폭등하는 주식값은 랜덤 워크가 아닌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언하기 힘들다. 호재 소식에 무작정 상승하는 것 같은 주식 가격도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 쪼개어 보면 아래위로 무수히 진동하고 있고 이것은 랜덤 워크과 매우 유사하다.  

주식 가격이 만약 완벽한 랜덤 워크라면 지금 이 순간 절망에 빠질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기술적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인데, 경제의 거시적인 흐름이나 기업의 전망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식 가격을 그려놓은 차트만 보고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기본 생각은 과거 주식 가격의 추이가 앞으로의 주식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주식을 조금 해본 사람들이라면 RSI, MACD 등 여러 가지 보조 지표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런 보조 지표를 이용해 주식의 오르내림을 예측하고 투자한다. 주식 가격은 랜덤 워크가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주식 가격이 랜덤 워크이든 아니든, 주식 가격을 예측하는 것 또한 확률의 영역이다. 과거 주식 가격에서 특정 패턴이 여러 번 발견되었다고 하자. 그 패턴을 거울삼아 투자를 한다면 항상 성공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성공률이 반반인 특정 패턴이 있다고 하자. 이 패턴에 맞게 투자하는 것은 마치 위에서 이야기한 동전 게임처럼 여러 번 시도할수록 돈을 제법 딸 수도, 잃을 수도 있다. 성공률이 반반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시도해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마이너스가 되는 수익률을 보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전설적인 가치 투자가 워런 버핏이 말했다. 자신의 성공적인 투자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확률적으로 돈을 잃게 되는 베팅을 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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