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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Cades Cove에서의 아름다운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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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141회 작성일 25-10-0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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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좋은 숲이 있고 깊은 골에 맑은 물이 흐르고 거기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계절을 찾아 떠나는 산이 제격입니다. 거기에다 산이 낮아 힘들지 않고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으며 거기에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더운 날 땡볕을 이고 흩어지는 잎사귀의 행렬은 흐르는 골을 따라 부서지는 물속에 감춰진 산들의 모습입니다.


스모키 마운틴(Smoky Mountains)은 다른 산들처럼 그렇게 험하거나 높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살며시 잦아드는 계절의 속삭임이 있습니다. 특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이 찾는 케이디즈 코브(Cades Cove)는 공원의 명소로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유적지로서도 유명한 곳입니다. 다른 여행지처럼 그리 화려하거나 웅장한 모습은 전혀 없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스모키 마운틴의 아름다운 도시 게틀린버그(Gatlinburg)를 출발하여 체로키(Cherokee)쪽으로 441번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운전을 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스모키 마운틴 비지터 센터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Little River Road를 만나게 되는데 굽이 굽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이 도로를 따라 40분 정도 운전을 하면 왼쪽으로 Cades Cove입구인 Laurel Creek Road를 만나게 되고 이 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Cades Cove에 도착하게 됩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Cades Cove는 초목이 넓게 펼쳐진 스모키 마운틴 자락에 넓은 초원으로 이뤄진 분지로, 스모키 마운틴 안의 최고 명소중의 하나이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입니다. 특히 이곳은 야생동물과 만날 기회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블랙 베어, 고요테, 사슴 등 손 쉽게 이곳에 사는 동물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초기 정착민들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지은 통나무집과 교회, 방앗간, 외양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차를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난 후 천천히 이곳들을 둘러보며 미국의 역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Cades Cove 안으로 들어가면 11마일 길이의 타원형 일방 통행로 Cades Cove Loop Road를 따라 19세기 초반부터 이 지역에 자리잡은 정착민들의 흔적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 들어 성수기에는 정체가 상당하다는 안내가 있을 정도로 붐비는 곳입니다. 이곳을 구경하려면 차를 이용하거나 자전거 혹은 걸어서 다니게 됩니다. 야생동물과 곳곳에 숨은 역사 유적지들이 초원 여기 저기에 산재해 있는데, 주말이나 여름 휴가철 등에는 수많은 차들이 이곳을 방문하기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는 인내도 필요합니다.다. 명심할 것은 5월 초부터 9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 10시 전에는 차량통행을 제한되고 자전거와 도보 트레일 만이 가능합니다. 


이곳에는 70여 채의 옛 건물들이 모여 있는데, 1820년 대에 지어진 John Oliver Place는 Cades Cove에서 가장 오래된 통나무 집입니다. 또한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 초기 정착민들이 지은 세 채의 교회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곳에 가면 그들의 삶들이 역사 속에 그대로 묻어나 있으며 세대를 달리한 무덤 속 비석 안에서 그들이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이름 속에는 우리가 이곳을 찾아 느끼는 아름다운 산책을 속삭이며 그들의 노트 속에 기록했는지 모릅니다. 


 크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안에서의 아름다운 산책, 문명인임을 거부한 채로 깊은 산속의 분지 안에 건설한 조그만 초기 이민자들의 공동체는 깨알 같은 일상을 Cades Cove안에 그대로 내려 놓았습니다. 흩어지는 계절의 찬란한 햇볕을 뒤로하고, 교회 옆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그들의 비석 안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온 아름다운 산책의 순수한 영혼을 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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