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과/학/칼/럼] 인류를 위한 거대한 자석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108회 작성일 25-11-28 17:57

본문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약 2주 전인 11월 14일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 오로라는 주로 북극과 남극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오로라는 미국 위스콘신, 매사추세츠, 펜실베니아와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 발레 등, 오로라를 자주 관측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발생해서 많이 회자되었다. 신비로운 색깔로 감탄을 자아내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태양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오로라가 북극이나 남극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관측되었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태양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빛 에너지만이 아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폭발 현상으로 인해 태양 폭풍이라 불리는 현상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 표면의 폭발로 엑스레이나 자외선이 빛의 속도로 지구 대기의 전리층에 도달하여 통신 장애나 GPS 교란을 일으킨다. 또, 태양에서 방출된 전자, 양성자 등이 포함된 플라스마가 하루 이틀에 걸쳐 지구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것이 오로라 현상의 원인이다.


코로나 질량 방출(CME, Coronal Mass Ejection)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을 통해 전하를 띤 다양한 입자가 태양 주변으로 방출된다. 전자나 양성자처럼 전하를 띤 입자가 움직일 때 그 주변에 자기장이 있으면 입자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긴다. 지구는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에 태양에서 온 전하 입자들은 북극과 남극 쪽으로 이끌리게 된다. 이 입자들이 대기 중의 산소나 질소와 충돌하면 빛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바로 오로라다.


최근에 오로라가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관측된 이유는 엄청나게 강한 코로나 질량 방출로 인해 지구에 예전보다 더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이 태양 폭풍 등으로 영향을 받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을 Kp 지수라고 한다. 평상시에는 0에서 1 정도의 수치를 보이지만 5를 넘어 최대 9까지 올라가면 지구 자기장이 영향을 받을 정도가 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에 이 지수가 8을 넘어 9에 가까워졌는데, 그만큼 지구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발생한 것이다. 

 

54a781dc642284764be5c57341388283_1764373167_5651.png
 

그림 : 최근에 측정된 Kp 지수 (GFZ German Research Centre 제공)


지구 자기장이 없다면 오로라를 더 쉽게 볼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오히려 오로라를 보기 더 힘들 것이다. 지구 자기장은 전하 입자들을 극지방으로 모아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기장이 없다면 입자들은 흩어지고 오로라도 지금보다 너무 옅어서 관측이 어려울 것이다.


사실 지구 자기장은 지구를 지구답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 자기장이 없다면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들이 지구의 대기를 서서히 밀어내어 공기가 희박해질 것이다. 또한, 지구를 우주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전리층이 교란될 수 있다. 전리층은 지구의 생명체들에게도 중요하고 우리의 현대 일상에도 매우 중요하다.


고도 60km에서 1,000km 정도 걸쳐 형성되어 있는 전리층은 태양에서 오는 엑스선이나 자외선이 대기 분자를 이온화시키기 때문에 생긴다. 이 층은 단파 전파를 반사해 대륙 간 무선 통신이 가능하게 해준다. 항공기, 선박, 군 통신 등이 이 전리층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전리층은 엑스레이와 고에너지 자외선을 흡수하고 태양풍 입자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전리층의 교란은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생명체 전반의 생존에도 큰 위협이 된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 외부에 밴 앨런대라는 독특한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밴 앨런대는 지구 자기장에 의해 갇힌 고에너지 입자들의 방사선 띠로, 지구를 태양이나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층이다. 여러모로 지구 자기장이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지구 자기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구 속에 엄청나게 큰 막대자석이 들어있는 걸까? 지구 중심의 핵은 고체에 가까운 내핵과 액체에 가까운 외핵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지구 속에 큰 막대자석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실 지구 외핵의 액체 성분이 큰 역할을 한다. 대류현상과 지구 자전으로 인해 움직이는 핵 속의 액체 금속이 지구 자기장 속에서 전자기 유도 현상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자기장과 전기장이 서로 강화되는 과정으로 통해 지구 자기장이 유지된다.


외핵에 둘러싸인 내핵도 돌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회전 속도가 최근에 많이 느려지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역회전하는 시기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인 것은 내핵 회전이 이렇게 다양한 것은 지구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의 일부로 확인되고 있고, 우리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이다. 또, 외핵의 활동에는 큰 변화가 없으므로 지구 자기장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구 자기장이 고정된 자석으로부터 형성된 것이 아니라, 외핵의 대류 현상과 회전 운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지구 자기 북극의 위치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이동한다. 최근에는 매년 30km 이상 캐나다 쪽에서 러시아 쪽으로 이동 중이다. 지구 자기장의 정확한 위치 정보는 GPS가 제대로 작동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GPS는 이 지구 자기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이를 보정한다.  


이처럼 지구 자기장은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류 생존을 위한 거대한 보호막이기도 하다. 이것이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가 더 경이롭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은 늘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신년 초까지 이 주간의 휴가를 잡아놓는다. 마치 알사탕을 아껴 먹으려는 아이처럼, 다른 달에 휴가를 쓰자고 하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연말은 꼭 비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긴 해피…
    문화 2026-01-09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미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주에는 대통령의 도시로 알려진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그렇지만 한적한 이곳에선 두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적은 인구 7만5천명이 거주하는 래피드 시티(Rapi…
    문화 2026-01-09 
      김미희 시인 / 수필가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우리는 습관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특별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저절로 뒤를 향한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늘 분주했고, 그 분주함 속에서 수많은 장면들이 아무 말 없이…
    문화 2026-01-0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이던가? 라는 질문에 고민을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다가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Music Hall에서의 Dallas Musical 시리즈를 문화원의 이벤트로 …
    문화 2026-01-02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지구 밖 환경은 생명체에게 매우 가혹하다. 중력이 없어 걸어 다닐 수도 없고 공기가 없어 숨을 쉴 수도 없다…
    문화 2025-12-28 
     박인애 (시인, 수필가)Willow Bend Mall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이면 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운전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쇼핑몰이기도 하다. 우리가 캐롤톤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그 몰에는 Macy’s, Dillard's, Neiman …
    문화 2025-12-28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겨울의 음악 여행, 흐렸던 하늘 틈 사이로 살며시 비쳐오는 아침햇살의 눈부신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우리 인생의 좋은 글들을 모아 아름다운 선율로 다듬어져 차갑던 가슴을 어루만져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겨울 음악 여행을 만들어 갑니…
    문화 2025-12-28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5-12-19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 오후에 진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시 보이더니 저녁을 먹고 난 후 밤새 가을비가 내립니다. 버팔로 내셔널 리버(Buffalo National River) 강가를 끼고 조그만 언덕 위에 설치한 텐트를 밤새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는 마…
    문화 2025-12-19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문화 2025-12-1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눈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화려한 고급 쇼핑몰이 가득한 거리도 아니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20여년동안 매년 찾아가서 힘든 이민생활의 애환을 노트에…
    문화 2025-12-12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달아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을 기다리던 그 세 달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날처럼 더디고 길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설렘 한 겹이 벗겨져 나가는 듯했고, 비행기표를 예약…
    문화 2025-12-05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11월이 지나면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보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 되어서 그런지 텍사스의 단풍은 아직도 찬란한 그 빛을 세상에 내어놓지 못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잠시 잠시 오…
    문화 2025-12-05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약 2주 전인 11월 14일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 오로라는 주로 북극과 남극 가까이에…
    문화 2025-11-28 
     박인애 (시인, 수필가)교수님과 안국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로 옆이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인데, 규모가 작으니 둘러보고 가라고 권해주셨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다 가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운현궁이 빠져있었다. 한국에 살 때 그 앞을 수없이 지나갔음에도 비껴갔던 거…
    문화 2025-11-2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