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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최 부동산 재테크] Chip War,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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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70여 년 전만 해도 세상에 없던 제품이 오늘날 세계 80억 인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가전기기부터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국가 안보, 산업과 경제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었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칩, 반도체다. 석유를 빼놓고 20세기를 이해할 수 없듯, 반도체를 제외하고 21세기를 조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도체는 TV,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등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첨단 전자기기의 필수적인 부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일본,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반도체에 대해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한 경제학자는 “감자칩과 컴퓨터 칩이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저임금 공장 노동자를 찾던 미국 기업가들이 동아시아의 풍부한 노동력에 매력을 느꼈고, 이 지역 정부와 기업은 실리콘밸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생산기지 역할을 자임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만에서 생산하는 칩은 매년 세계가 소비하는 새로운 연산력의 37퍼센트를 제공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두 기업은 세계 메모리 칩의 44%를 생산하고 있다.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도 극소수 특정 지역, 특정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역이 바로 반도체 생산 분야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오늘날 세계 반도체 공급을 위험에 빠뜨리는 가장 심각한 지정학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면서 양국은 모두 산업과 안보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 반도체를 통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대만, 그리고 TSMC가 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TSMC의 최신 반도체 제작 설비를 향한 중국의 단 한 발의 미사일 공격만으로도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자동차, 통신망 등 현대 사회의 첨단 기술 전반에 걸쳐 수천억 달러를 훌쩍 넘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마디로 대만이 재앙을 겪고 나면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조 달러 단위가 될 것이다.
우리가 매년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연산력의 37퍼센트를 잃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과 그로 인한 락다운이 불러왔던 경제적 재앙보다 훨씬 값비싼 일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반도체 생산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이 소요된다.
코로나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기간 동안 우리는 신규 5G 네트워크나 메타버스 등의 지연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대만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식기세척기도 제대로 구입하기 힘든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적 갈등 상황에 글로벌 경제 전체가 인질로 잡혀 있는 현시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태동부터 미·중 패권 대결, 한국과 대만, 일본,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기술 경쟁과 미래 전략까지 반도체 산업의 70년 역사를 담아낸 Chris Miller의 “Chip War”를 중심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오늘날 반도체 공급망은 여러 도시와 국가가 제공하는 부품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재 생산되는 거의 모든 칩은 실리콘밸리와 접점을 지니고 있거나,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고 만들어진 도구로 제작된다.
미국의 과학 분야 전문가 풀은 굉장히 넓다. 미국의 과학계는 정부 연구 자금을 먹고 자라며 다른 나라의 최고 과학자들을 낚아채오는 식으로 힘을 기른다. 이것이 기술 우위를 지킬 수 있는 핵심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사와 주식 시장은 새로운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스타트업 자금을 제공하며, 실패한 회사는 무자비하게 솎아내 버린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소비 시장은 수십 년간 새로운 유형의 칩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자금을 대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 모든 것을 이겨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중 실리콘밸리의 공급망에 깊숙이 파고드는 쪽을 택한 나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은 소련에 맞서 민주주의 진영을 구축하기 위해,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의 반도체 등 산업을 지원했다. 그 덕에 일본은 소비자 가전에 들어가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찍었다. 반면 1970년대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고, 무역 적자가 쌓이며 정치·경제적 입지가 점차 흔들렸다. 거기다 일본 기업에 의해 자국 기업의 설 자리가 줄어들자, 미국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1980년대 초 이런 기류를 인지한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고, 미국은 일본 대신 한국에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대만 정부는 중국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 모리스 창을 초빙해 반도체 산업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모리스 창은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대표적 미국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기술회사였던 IBM 관계자들마저 모리스 창이 창안한 방법론을 연구하기 위해 텍사스에 모여들기도 했다. 모리스 창은 1970년대 중반 자신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실행하려다 내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파운드리’ (Foundry) 사업을 펼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파운드리는 설계에 관여하지 않고, 고객이 설계해주는 대로 제조만 하는 걸 의미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나누는 것, 그것은 “인쇄술 발명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었다.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라는 부제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명확히 찾기는 어렵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목표가 미국의 무역 규제에 가로막혔으나, 상업성보단 국가적 성과를 좇는 반도체 기업들과 막대한 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반도체를 둘러싼 전쟁이 더욱 격화할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아마존,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이 스스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으며, 화웨이 등 중국 기업도 자체 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는 가운데,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저자는 “미래의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도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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