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 믿고 사는 세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273회 작성일 24-02-09 16:56

본문

지인이 페이스북에 캡처한 사진과 함께 스미싱을 조심하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아는 이의 핸드폰 번호로 문자가 왔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자기가 재혼을 하게 되었으니 와서 축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진짜인 줄 알고 하마터면 첨부한 주소 링크를 누를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읽어보니 속아 넘어가기 딱 좋은 문구였다. 만일 아는 사람이 그런 문자를 보냈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나도 눌렀을 것이다. 스미싱(Smishing)이란 말이 생소해서 검색해 보았다.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이라고 적혀 있었다. 믿을 만한 사람의 전화 번호로 경조사 초대장 등을 주소 링크와 함께 보내는데, 링크를 누르는 순간 악성 코드에 감염되어 금융정보나 금전피해를 당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었다. 

한동안 자녀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부모에게 문자를 보내서 금융사기를 치는 보이스 피싱이 극성이었다. 

가까운 지인이 당했는데, 마이너스 통장까지 탈탈 털려 큰 피해를 입었다. 그분은 충격으로 대인 기피증이 생겼고 어리석게 속은 자신이 싫어서 식음을 전폐하고 한동안 앓아 누웠다. 

자식 앞에서 약해지는 게 부모라는 걸 이용해 나쁜 짓을 일삼는 무리들 때문에 피해자가 속출하는데, 근절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그분도 평소에 보이스피싱 같은 걸 왜 당하냐, 딱 보면 모르겠냐고 큰소리쳤던 사람이다. 당하고 싶어 당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자기도 모르게 말려드니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오래전 이메일 사기가 한창일 때 사촌동생 이름으로 다급한 이메일이 온 적 있다. 중동에 억류되어 있으니 돈을 보내 달라던 동생은 집에 잘 있었다. 

속한 곳이 많다 보니 생활비 중에서 경조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결혼식, 장례식, 졸업식, 출판기념회 등 다양하다. 대부분 문자로 오는데, 게 중에는 몇 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다가 경조사 생길 때만 연락하는 얌체족이 끼어 있다.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양심 없는 인사라고 구시렁거리면서도 일일이 챙겨주었는데, 코로나라는 최악의 터널을 지난 후 생각이 좀 달라졌다. 

전 세계가 거리두기를 하며 공포에 떨던 시기에 큰 수술을 하고 철저히 격리된 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그런지 마음문이 좀 닫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안부 한 번 묻지 않았던 사람이 경조사 문자를 보내면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 뉴스를 보니 보이스피싱도 날로 진화하여 수법이 다양해졌다. 부고장, 초대장, 건강관리공단, 택배 등을 사칭한 것들이 많은데 잘못 눌러 앱이 깔리면 개인정보가 빠져나가 피해를 보게 되는데 연간 피해액이 억 단위라 하니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일순간에 다 털리고 빈 껍데기만 남은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할까. 그런 문자를 받으면 확인을 먼저 하여 피해를 줄이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단체장으로 봉사하다 보니 문의 전화가 오기도 해서 처음엔 저장 안 한 번호도 받았는데 스팸이 너무 많아서 요즘은 안 받는다. 보이스피싱 기사를 읽고 나니 겁이 나서 문자메시지 여는 것도 무섭다. 

어제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통은 하다 마는데 계속 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해 버렸다. 일하다 보니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곳에 살다 알칸사로 이사한 지인의 아들이었다. 깜짝 놀라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영사관에 볼일이 있어서 온 길에 보고 가려고 걸었던 거였다. 늘 지인과 통화를 해서 아이 전화번호는 몰랐다. 당일치기로 온 거라 시간이 없다고 해서 머리도 못 감고 튀어 나갔다. 먹고 싶었다는 짜장면을 사주고, 먹는 동안 투고해 갈 순대와 족발도 주문했다. 그곳에는 그런 게 귀하다. 주머니 털어 용돈을 줬더니 자기도 돈 번다며 손사래를 쳤다. 

지인의 아이들은 나를 앤 이모라고 부른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 없으면 앤 이모 집으로 가면 된다고 굳세게 믿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자라 큰딸은 결혼했고, 둘째는 대학 졸업 후 약국에서 일하고, 셋째 딸은 대학교 1학년이고, 막내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셋째는 우리 부부가 산 바라지를 해 주었다. 지인은 우리 딸내미 베이비씨터였다. 그런 인연으로 만나 이십 년 넘게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지인에겐 내가 친정 언니인 셈이다.

 처음 만났을 때 기저귀 차고 우유병을 빨던 아기가 23살 청년이 되어 내 앞에 있는데, 내 눈엔 아직도 아이 같아 보였다. 

말수 적은 녀석이 반가운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이제는 약국에서 주사도 놓는다며 배시시 웃었다. 잘 커 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꼭 피가 섞여야 가족이 되는 건 아니다. 언제 어느 때 오든 맨발로 뛰어나가 안아줄 생각이다. 나는 앤 이모니까. 

먼 데서 왔는데 하마터면 스팸인 줄 알고 안 받아서 못 보고 갈 뻔했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험해져서 전화도 마음대로 못 받는 세상이 되었을까. 의심하고,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참으로 불편하다. 

믿고 살아도 되는 세상은 어디 있을까. 

대문을 안 잠그고 자도 아무 일 없었던 시절로 이사 가고 싶다.

 

박인애

시인, 수필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Ryan Kim (텍사스 인저리)이번 칼럼에서는 변호사와 손님과의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에 대하여 나누어 보려고 한다. 물론 변호사를 선임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개인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 그리고 개인이 진행할 때 보다 더 나은 보상을 원하시기 위함을 익히 알고 있으나…
    법률 2024-12-20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답이 뻔한 질문을 칼럼 제목으로 적어놓았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과 편리해진 일…
    문화 2024-12-20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우리 모두 바쁘게 달려온 2024년이 이제 막바…
    세무회계 2024-12-20 
    박인애 (시인, 수필가)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워킹을 하다 구두가 벗겨지거나 굽이 부러져 넘어지는 사고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일반인이었다면 놀라서 주저앉겠지만, 프로는 대처법이 다르다. 평소 까치발을 들고 워킹 연습을 해 온 노하우 덕분일 수도 있겠으나, 언제 그런 …
    문화 2024-12-20 
    그린웨이 배준원2025년 새로운 컨포밍 융자한도(Conforming Loan Limit)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현재의 $766,550에서 $806,500로 다시 상향 조정된 것이다. 팬데믹을 겪던 2021년 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매년 컨포밍 융자한도는 상향조정되어왔…
    세무회계 2024-12-20 
    현 시대 가장 핫한 인물 1위는 누가 뭐래도 일론 머스크이지 않을까 싶다. 일론 머스크는 현대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은 단순한 기업가 정신을 넘어선다. 오늘은 일론 머스크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철학과 사고를 가졌으며, 그의 사고방식은 무…
    부동산 2024-12-2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하늘이 물에 내려오면서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요즘처럼 비가 내리면 하늘과 세상이 물에 잠길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속에 비쳐진 모습은 잔잔한 물결…
    문화 2024-12-20 
    엑셀  카이로프로틱 김창훈 원장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xcelchirodallas@gmail.com2681 MacArthur Blvd suite 103, …
    건강의학 2024-12-20 
    칼럼니스트 고대진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
    문화 2024-12-13 
    공인 회계사 서윤교LLC 또는 Corporation 등 법인체로 회사운영을 하는 분들 중에 이미 많은 분들이 실질적 소유주 보고를 마쳤을 것이다.  보고기한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12월 31일까지 이기 때문이다.  미연방의회는 2021년 ‘Corporate Trans…
    세무회계 2024-12-13 
    버클리 아카데미 에밀리 홍 원장먼저 성탄절을 맞아 2024 년 한해동안 제 칼럼을 사랑해 주신 모든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2025년 새해에도 각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 하시길 기도합니다. 미국 겨울 방학은 워낙 짧다보니 가족 여행, 연말모임, 각종 …
    교육상담 2024-12-13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미국에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축복 가운데 하나는 광대한 대륙을 쉼 없이 운전하여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끝이 안 보이는 초원을 운전하다가 사막을 만나면 인생의 중간을 점검하게 되고 다시 핸들을 잡으면 흩어…
    문화 2024-12-13 
    여행자 보험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보험사 대표)지난 3년여 펜데믹 사태로 인해서 국내외 여행이 극도로 자제되어 오다가 이제 점차 정상화되고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말하는 여행에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소극적 의미로는…
    보험 2024-12-13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여러분은 혹시 케이준이라는 뜻을 알고 계신가요? 식당을 가면 종종 볼수 있지만 어렴풋이 느낌으로만 알고 있는 이 단어와 그와 관련된 음식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원래 케이준은 음식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루이지애나 근방…
    문화 2024-12-13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  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바다건너 고국에서는 대통령이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
    세무회계 2024-12-06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