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문학의 ‘효용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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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지난 달에 있었던 해외 풀꽃 시인상 시상식엘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시 보다는 소설과 수필을 주로 써왔는데 틈틈히 쓴 시로 수상을 하게 되어 더욱 기뻤는데, 어쨌든 난 시를 무척 좋아하고 시를 계속 써왔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에 비하면, 나는 그냥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 이지만, 아무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일은, 세상을 위하여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여겨진다. 왜냐면 문학이 지니고 있는 역할이나 기능은 그 무엇으로도 환산이 불가능하며 다양하기 때문이다. 흔히 문학을 ‘시대의 거울’ 이자 시대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한다. 수 많은 정보를 초 단위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다소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문학은 공적인 시스템이 다루지 못하거나, 비켜간 진실들을 글로 남긴다. 특히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나 안네 프랑크의 < 안네의 일기> 처럼 공권력에 의해 인간 실존이 위협당하는 극한의 상황을 기록한 작품들을 보면, 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작가, 한강만 보더라도 지울 수 없는 근대 한국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문학으로 승화시켜 전세계인들의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점이 수상의 계기가 되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양인 16살 소년의 죽음을 그린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의 삶을 테마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 는 폭력과 인간존엄의 문제를 소설이란 형식을 빌어 기록한 수작이다. 한강을 전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채식주의자>역시 육식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강자들의 폭력성과 단일화된 세계관을 채식을 하며 저항하는 영혜라는 주인공을 통하여,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만들어 놓은 사회시스템 안에 깊숙이 들어와 살고있다.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며, 돈이면 다 된 다는 천민자본주의를 이상향으로 받들며,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무엇 때문에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해야하고 바빠야 하는지 묻지도 않고 계속 달리고만 있다. 밤하늘에 별 한번 제대로 볼 시간이 없고, 느긋하게 책 한권 마음 놓고 읽을 여유가 없다. 하루 종일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남이 사는 모습, 남의 말을 엿 들으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지가 언제 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시대의 조류에 맞게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끊임없이 남의 흉내를 내는데 시간과 돈을 소모하고 있다. 그에 반해 문학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일에 시간을 소비 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당장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일 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은 독자들의 내면과 통찰을 통하여 시대가 추구 하는 가치와 생활상을 바꿀 수 있다. 얼마전에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란 책을 재미삼아 읽었다. 그 책에서 한국의 중견 작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나를 정리하는 일이자, 정신의 자화상을 그려내는일, 삶의 실천적 행위로서의 글쓰기, 황량한 내면을 밝히는 바람, 언어는 존재의 집이자 구원의 한가지 방식,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기위한 방법, 나를 건강한 원시인이게 만드는 본능적 더듬이, 삶의 목적이자 내가 살아가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 등등…..
개인적으로 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냥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책에서 위로를 받고, 영감을 얻으며, 인간의 길을 찾아가고,거기에 지혜나 통찰력을 부단히 배워, 나와 주변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하면 문학을 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더불어 이러한 생각들이 글로 발현되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요즈음 한강작가 붐이 일어 그녀의 책들이 모두 품절됐다는데 평소에 작가들을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한 독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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