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특별기고] 성적 그 이상의 가치, ‘홀리스틱 입학 사정’의 본질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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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
-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 전략운영 이사
학업 역량은 기본 조건, 공동체 기여도와 전공 균형이 당락의 핵심
국내 대학 입학 시스템은 한국의 입시 제도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대학 입시가 전통적으로 학업 성적과 수능 점수 등 정량적인 지표에 의존해 학생을 서열화하는 방식이라면, 국내 대학들, 특히 입학 경쟁이 치열한 상위권 대학들은 ‘홀리스틱 입학 사정(Holistic Admissions)’, 즉 종합적 입학 심사 제도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이는 단순히 점수가 높은 학생을 순서대로 뽑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평가하여 신입생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다.
종합적 입학 심사에서 가장 위험한 오해는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업 성적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난도가 높은 과목을 이수하며 쌓아온 우수한 내신 성적(GPA)은 입학 심사를 받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탄탄한 학업적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과외 활동이나 에세이만으로 명문대 합격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학생의 성적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그 즉시 과외 활동을 줄여서라도 학업 성적을 최우선 순위로 복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대학일수록 성적표는 그 학생의 성실함과 수학 능력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합격권에 들 수 있다. 그러나 합격률이 매우 낮은 최상위권 명문 대학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곳에서 우수한 성적과 시험 점수는 합격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 단지 심사대에 오르기 위한 ‘입장권’에 불과하다. 지원자 대다수가 최상위권 성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학업 성취는 대학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 그 자체로 합격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
대학은 지원자의 학업 역량이 확인된 이후부터 본격적인 선발 과정을 시작한다.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생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학술적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가와 같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정책적 목표가 개입된다. 예를 들어, 리크루팅된 운동선수나 부모가 해당 학교를 졸업한 레거시(Legacy) 지원자가 고려 대상이 되기도 하며, 전공별 인원 균형을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공학이나 컴퓨터 과학처럼 지원자가 몰리는 특정 전공은 수용 인원의 한계로 인해 다른 전공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또한 대학은 지리적 다양성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심도 있게 살핀다. 전국 각지와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로 캠퍼스를 채우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적 성취를 이룬 학생에게는 그 환경적 맥락을 고려한 평가를 내린다. 이는 학생들이 교수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재능과 관점, 삶의 궤적을 가진 동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즉, 대학은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학생이 아니라, 전체 신입생 집단(Class)에 가장 가치 있는 조각이 될 학생을 찾는다.
학업 자격이 입증된 지원자들 사이에서 변별력을 가르는 도구는 에세이, 과외 활동, 그리고 추천서다. 에세이는 대학이 학생의 가치관과 목적의식을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다. 입학 사정관들은 학생의 과거 경험이 미래의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일관성을 살핀다. 과외 활동 역시 가짓수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 대학은 짧은 기간의 여러 활동보다 장기간에 걸친 헌신과 그 안에서 발휘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교사의 추천서는 수치화된 성적표 뒤에 숨겨진 학생의 지적 호기심과 성품, 수업 참여도 등을 생생하게 증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일부 대학은 ‘관심도(Demonstrated Interest)’를 중요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캠퍼스 방문이나 정보 세션 참석 등을 통해 학생이 합격 시 실제로 등록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는 대학 입장에서 최종 등록률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요소로 작용한다. 지원자가 해당 학교를 단순한 선택지 중 하나로 보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입학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대기 명단(Waitlist)의 운영 방식은 이러한 시스템의 특징을 명확히 보여준다. 합격자 발표 후 등록 포기자가 생기면, 대학은 대기자 중 단순히 성적이 높은 순으로 추가 합격자를 뽑지 않는다. 대신 전체 신입생의 균형을 다시 맞춘다. 예를 들어, 생물학 전공 예정자가 많이 빠져나갔다면 대기자 중 생물학 배경이 강한 학생을 선발하고, 특정 지역 출신이 부족하다면 해당 지역 학생을 뽑는 식이다. 합격 여부는 학생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시점에 대학이 필요로 하는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시험 성적 위주의 입시에 익숙한 이들에게 종합적 입학 사정은 다소 불투명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칙은 일관되다. 학업 성적은 예선이며, 본선에서는 그 학생이 대학 공동체에 어떤 색깔을 더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비슷한 성적을 가진 두 학생의 결과가 엇갈리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입체적인 평가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국내 대학 입시 성공을 향한 첫걸음이다. 종합 입학 사정은 한 학생이 가진 수치화된 점수를 넘어, 그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과 공동체 안에서의 조화를 평가하는 고도의 교육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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