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연예

"칸영화제 수상, 한국인으로서 뿌듯…정상성 부수는 감독될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연예 댓글 0건 작성일 25-06-11 17:30

본문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 한국 장편이 한 편도 초청받지 못하면서 충무로에 실망과 위기감이 감돌던 지난달 말, 뜻밖의 낭보가 칸에서 날아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허가영(29) 감독이 중단편 영화 '첫여름'으로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1등 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이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학생 영화를 상영하는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이다. 2001년부터 거의 매년 한국 작품이 초대장을 받았으나 1등 상을 받은 것은 허 감독이 처음이다. 645개 영화 학교에서 2천678명이 출품한 작품을 제치고 심사위원단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라 시네프 수상자 자격으로 파리의 유서 깊은 극장 팡테온 시네마에서 '첫여름'을 상영하고 최근 귀국한 허 감독을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만났다.


"한국 장편이 이번에 초청받지 못해서 저 역시 속상했습니다. 아직 학생이지만,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심란하고 불안하기도 했죠. 하지만 칸에서 만난 사람 중에 '영화가 죽었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모두가 한국 영화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의 작은 영화로 기쁜 소식을 안고 돌아갈 수 있어서 한국 영화인으로서 너무 뿌듯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허 감독의 KAFA 졸업 작품인 '첫여름'은 콜라텍에서 춤추다 만난 연하의 남자친구 학수(정인기 분)가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은 영순(허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영순이 외손녀의 결혼식과 학수의 49재 중 한 곳에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칸영화제 측은 '첫여름'을 초청하며 "인간성과 가까운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허 감독은 그 한 문장에 감격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허 감독은 시상식 때 심사위원장인 마렌 아데 감독이 "당신의 다음 작품이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해준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좋은 작품들 사이에 제 작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시상식에서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있었죠. 그런데 제 이름이 호명된 거예요.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아데 감독님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아, 내가 소감을 말해야 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하하."


무대에 선 그는 관객과 심사위원단 앞에서 "인간과 소수자, 삶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첫여름'에도 이런 그의 영화관이 듬뿍 배어 있다.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전형적인 할머니 모습과는 달리 자기 욕망에 솔직한 노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그동안 '노인'을 얼마나 뭉뚱그려 이미지화했는지를 깨닫게 한다.


주인공 영순은 허 감독이 외할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다. 몇 해 전 작고한 그의 외할머니 역시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포근하고 따뜻한 인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 한다. 허 감독은 10대 때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때엔 "할머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노인을 인터뷰하는 과제를 하기 위해 외할머니와 오랫동안 대화하며 이런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할머니가 꺼낸 첫마디가 '내가 남자친구가 있는데 지금 연락이 안 된다. 걱정으로 잠이 안 와 수면제를 먹고 잔다'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그가 저의 외할머니도 아니고 엄마의 엄마도 아닌 한 명의 여자로 보였어요. 노인에 관한 저의 인식이 완전히 뒤집힌 순간이죠.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느꼈던 얼얼한 감각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는 "성과 사랑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이 영화로 말하고 싶었다"며 "노년 여성의 욕망을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담아내 이들에게 위안도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첫여름'은 허 감독의 외할머니에게서 출발한 작품이지만, 캐릭터의 기본적인 설정 외에 대부분의 이야기는 허 감독이 만들어낸 픽션이다. 부산의 콜라텍을 찾아다니고 노인들을 만나며 시나리오의 디테일을 살렸다.


허 감독은 콜라텍에 처음 갔을 때 "나이가 너무 어려 이른바 '입뺀'(유흥주점에서 손님의 출입을 거부하는 것)을 당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다 노인 관련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그의 말에 콜라텍 손님들은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보조출연자로 영화에 출연하고 의상을 빌려주며 허 감독을 도왔다.


'대선배'인 배우들도 허 감독을 학생이 아닌 감독으로 대하며 존중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영순 역의 허진과는 마치 "연애를 하는 것처럼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며 작업을 이어 나갔다"고 했다.


"배우분들이 저를 어린 감독이라고 가볍게 대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아니라고 하면 절대 (같은 방식의) 연기를 하지 않으셨고 항상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셨죠. 제가 좋은 리더여서가 아니라 저희 할머니가 준 이야기의 힘, 시나리오의 힘 덕에 뛰어난 배우분들이 모였다고 생각해요."


'첫여름'은 허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원래 경영학도였던 그는 막연하게 그려온 영화감독의 꿈을 찾아 지난해 2월 KAFA에 입학했다. 영화를 정식으로 공부한 지 1년 반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칸영화제 1등 상을 받은 셈이다.


허 감독은 하루빨리 첫 장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상금으로 받은 1만5천유로(약 2천300만원)도 제작비로 쓸 계획이다. 라 시네프 1등 상 수상자가 첫 장편 영화를 만들면 칸영화제 상영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한때는 제 이야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까,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게 아닐까 무력감에 빠졌다"며 "하지만 칸영화제에서의 경험과 수상 덕에 '조금 더 해봐도 되겠구나'하는 희망과 안도감을 얻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며 "우리가 편하게만 생각했던 정상성에 젖은 시선을 부수는 감독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Copyright ⓒ 달라스 코리안 라디오 www.dalkor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스포츠/연예 카테고리

스포츠/연예 목록
    김민솔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투어(2부)에서 연장 승부 끝에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김민솔은 25일 전남 무안 컨트리클럽(파72·6천562야드)에서 열린 KLPGA 2025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8차전(총상금 7천만원) …
    스포츠 2025-06-25 
    배우 겸 가수 이본이 21년 만에 라디오 DJ로 돌아온다.KBS 2라디오(106.1MHz)는 '이각경의 해피타임 4시'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본의 라라랜드'를 새로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이본이 라디오 DJ로 복귀하는 것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방송된 KBS …
    연예 2025-06-24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가 50억원을 기부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위한 '민윤기 치료 센터'를 건립하자 이에 동참하려는 '아미'(팬덤명)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세브란스병원은 24일 오전 9시 현재 민윤기 치료 센터 일반인 기부금이 2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연예 2025-06-24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계약이 1년 남은 손흥민(32)의 거취에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토트넘이 올여름 한국 방문 이전에 손흥민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구단 소식을 전하는 토트넘홋스퍼뉴스는 23일(한국시…
    스포츠 2025-06-24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최형우(41)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최형우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서 KBO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1천700타점 고지를 밟았다.최형우는 0-0으로 맞선 1회초 공격 1사 1, 2루…
    스포츠 2025-06-24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홍명보호가 7월 국내에서 치러지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확정했다.대한축구협회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동아시안컵(7월 7∼16일)에 출전하는 23명의 선수 명…
    스포츠 2025-06-23 
    프로야구 1위 한화 이글스의 뒷문을 굳건하게 막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역대 올스타 팬 투표 최다 득표 기록을 세우며 생애 처음으로 '별들의 무대'에 선다.김서현은 23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전 베스트 12 투표 최종집…
    스포츠 2025-06-23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을 앞두고 전용기에 탄 걸그룹 헌트릭스.팬들을 만나기 전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며 이들이 먹는 음식은 김밥과 냉면, 호떡, 순대, 라면이다. 비행기 창밖으론 서울의 야경이 비친다.즐거웠던 간식 시간은 승무원과 파일럿이 악귀라는 사실이 발각되며 난장…
    연예 2025-06-23 
    혼성 그룹 코요태의 신지가 일곱 살 연하의 발라드 가수 문원과 내년 상반기 결혼한다.코요태의 소속사 제이지스타 관계자는 23일 "신지가 내년 상반기에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라며 "오늘 웨딩 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혔다.문원은 …
    연예 2025-06-23 
    북한 조선중앙TV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며 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의 슛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중앙TV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PSG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간의 조별리…
    스포츠 2025-06-20 
    한국 유도가 2025 세계선수권대회 혼성 단체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획득했다.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혼성 단체전 조지아와 결승에서 1-4로 패해 은메달을 따냈다.한국이 2017년부터 시작한…
    스포츠 2025-06-20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소속사 인코드엔터테인먼트가 20일 밝혔다.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비롯한 한일 인사 800여명이 참석했다.김재중은 걸그룹 세…
    연예 2025-06-20 
    올여름 K팝 시장에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멤버가 포함된 아이돌 그룹이 속속 데뷔하고 있다.20일 가요계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출신 멤버 학성은 지난 18일 6인조 신인 보이그룹 비보이즈(BE BOYS)로 가요계에 첫 발을 뗐다.학성은 지난해 KBS 2TV 오디션 프로그…
    연예 2025-06-20 
     한국 펜싱 여자 에페의 간판 송세라(부산광역시청)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송세라는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2025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정상에 올랐다.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으로, 여자 에페 개인 세계랭킹 1위인 …
    스포츠 2025-06-19 
    두산 베어스가 모처럼 뒷심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수확했다.두산은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방문경기에서 치열한 난타전 끝에 9-8로 뒤집기를 연출했다.최근 2연패에서 벗어난 두산은 원정 7연패의 늪에…
    스포츠 2025-06-1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