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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된 전 UFC 선수 김동현 "다시 옥타곤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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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스포츠 댓글 0건 작성일 23-04-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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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전 UFC 파이터 김동현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전 UFC 파이터 김동현 (사진 출처: 연합뉴스)

종합 격투기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다시 격투기 선수로 복귀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던 전 UFC 선수 김동현(35)에게 비극이 닥친 건 지난해 12월 26일이다.

선수로 뛸 때 얻은 만성 질환인 목 디스크로만 생각하고 목과 어깨의 통증을 진통제로만 달랬던 김동현은 하루아침에 왼쪽 다리가 마비돼 병원을 찾았다.

19일 부산 해운대구 팀매드 체육관에서 만난 김동현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순간에 마비가 와서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마비 증상이 다리뿐만 아니라 상체로까지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곧바로 수술했다"고 담담하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이야기했다.

김동현의 병명은 경추 척수증이다.

경추(목뼈)를 지나는 척수 신경 다발이 압박받아 여러 증상을 불러오는데, 심하면 김동현처럼 하반신에 마비가 온다.

고통을 참는 게 일상인 격투기 선수였기에 병을 더 키웠다.

김동현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워낙 많이 아파봤기에 의사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안다. 그래서 병원 대신 사우나도 가고, 마사지도 받는 식으로 넘겼다"고 했다.

그러고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짚으며 "이거는 몸에만 달려있을 뿐인 짐이 됐다"고 한탄했다.

한때 김동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 격투기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2007년 선수 생활을 시작해 라이트급에서 한국 무대를 평정한 뒤 2015년 세계 최고 격투기 단체 UFC에 진출했다.

처음에는 동명이인 선수 김동현과 구분하기 위해 '김동현 B', '작은 동현' 같은 별명을 쓰다가 자신의 링네임 '마에스트로'를 성처럼 쓴 '마동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UFC 데뷔전이었던 도미니크 스틸(미국)전과 다음 경기인 마르코 폴로 레예스(멕시코)전은 KO로 패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3연승을 달렸다.

브렌던 오레일리(호주)를 판정으로 꺾은 뒤 고미 다카노리(일본)은 TKO로 잡았고, 데미언 브라운(호주)까지 판정으로 잡았다.

이때 거둔 3승은 여전히 한국인 라이트급 선수가 UFC 무대에서 거둔 최다승이다.

김동현은 브라운과 경기에서 로우킥에 맞아 다리뼈가 부러진 상황에서 판정승을 거두는 투지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이때 보여준 우직함이 결국 격투기 선수 생명뿐만 아니라 일상마저 위협하게 됐다.

김동현은 다리 골절상으로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했음에도 라이트급 랭킹(15위) 진입을 위해 무리하게 출전했다가 드본테 스미스(미국)에게 패했고, 이후 두 번 더 패해 3연패로 격투기 선수 생활을 마쳤다.

김동현의 종합 격투기 통산 전적은 16승 11패 3무다.

김동현은 "원래 내 이름으로 체육관도 차리고, 경기도 뛰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빠졌다"면서 "몸을 마음대로 못 쓰는데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가장으로서 가족을 어떻게 돌볼지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김동현은 수술 이후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은 덕분에 다행히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거동할 정도까지는 회복했다.

그가 오전 9시 병원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지옥과도 같은 재활 훈련을 소화하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힘든 이야기는 접어 두고 좋은 일만 생각하자고 김동현을 다독이는 아내, 그리고 생후 160일 된 딸 얼굴을 떠올리며 재기 의지를 다진다.

김동현은 "아이도 태어나고 함께 육아도 해야 하는데, 다리가 마비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아내에게 가장 미안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됐는데 남편이 장애인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그래도 아내와 아이에게 다시 선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재활한다"고 했다.

김동현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투병을 공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재활하다가 지쳐서 힘들 때 '사람들이 날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공개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현이 인터뷰를 진행한 다음 날인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김동현은 "처음 병원에 누워서 가장 많이 찾아본 게 비슷한 상황에서 재활을 통해 원래대로 회복한 사례였다"면서 "병원에서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 포기하는 모습도 봤는데, 저를 보고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 신경이 끊어진 척수는 살릴 수 없어도, 김동현은 반드시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언젠가는 기적이 일어나, 다시 격투기 무대에 복귀해 예전처럼 경기하는 모습을 지금도 꿈꾼다.

김동현은 "다시 옥타곤에 돌아갈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겨내는 과정이다. (팬들에게)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다시 격투기에 복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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