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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트렌드

[2021 효 이벤트] 사랑하는 엄마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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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리빙트렌드 댓글 0건 작성일 21-07-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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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향.

저의 엄마 이름입니다. 전 엄마라 부르는 게 더 좋습니다. 이름의 의미 그대로 저에게는 끝까지 향기가 나는 분이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무당인 어머니 밑에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가난한 집 첫째 딸로 자랐습니다. 부모님에게 속아서 귀가 안들리는 장애를 가진 부잣집 외동아들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섯번 유산을 하고 일곱번째는 저를 낳았지만 조부모님이 그 귀한 아들을 빼앗아 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 5학교 때 처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어색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귀가 안들리는데다가 돈이 많았던 아버지는 종종 어머니를 때리셨습니다. 중학교 때인 걸로 기억합니다. 집에 들어왔더니 어머니가 맞으셔서 온 얼굴에 엉망이셨습니다. 

“엄마, 저 미친× 하고, 살지 마라, 와, 맞고 사노.” 제가 소리치며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처음으로 저에게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니, 한번만 아버지에게 그런 말하면 내 가만히 안둔데이!! 내가 욕하면 욕했지 니가 아버지한테 그라마 돼나? 알겠나!!”

그래서 그 이후로 저희 형제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너무나 부족했던 아버지를 존경하고 순종했습니다. 

거지들이 많았던 시장 육교 위를 지날 때면 항상 저에게 동전을 쥐어주고 꼭 주도록 하셨고, 시장에 나물을 파시는 분들에게는 원래 가격보다 더 많은 가격을 지불하셨습니다. 힘들었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을 절대 그냥 돌려보내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항상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니는 니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절대 무시하며 살지 마래이. 그 사람들을 항상 도우며 살아래이. 그리고 항상 겸손해야 된대이.”

어머니는 우리가정이 큰 사기를 당한 후 술로 잠을 이루시다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셨고, 10여 년간 정신병원과 병원생활을 하시다가 급성 간암으로 2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솔직히  어머니와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생 이후로는 항상 술이 취해 있던 어머니의 모습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실 것을 아셨는지 돌아가시 일주일 전에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진우야, 미안하대이, 니가 내만 아니었으면 잘 살았을낀데...니가 우리 집안에서 가장 똑똑했는데 내 때문에 고생 많았다. 그리고, 엄마가 진우를 마니 사랑한대이!!”

저는 엄마만 생각하면 저희 가정을 살린 ‘한 알의 밀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셨고, 속아서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결혼해 잦은 구박과 폭력을 당하면서도 병든 시어머니 대소변을 5년간을 불평 한번 안 하시고 받으셨고, 쫄딱 망한 가정을 끝까지 버티고 지켜주셨습니다. 

한번도 저희들에게 화를 내시거나 목소리 높인 적이 없으셨고, 그저 속으로 아픔을 삭이기만 하시다가 병들어 그렇게 가셨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망가지고 부서져버려 불가능해 보였던 우리 가정이 다시 회복할 수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힘들때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릴 때 한번도 따뜻한 엄마 품을 경험 못했었고 제대로 깊은 대화를 한번도 나눠 본 적이 없었지만, 밤새도록 몸살로 열이 펄펄 나는 저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시던, 서울로 올라가는 저를 보고 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척하시면서 몰래 눈물 흘리시던, 군대에 가는 저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한 쪽 구석에서 울고 계시던, 응급실에서 오늘을 못 넘긴다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저에게 밥 먹었는지를 걱정하시던,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 엄청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수줍게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사랑이었다는 걸 부모가 되어보니 알았습니다. 

그 엄마가 Mother’s day에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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