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드라마 출연 재일3세 박소희…"내 정체성은 자이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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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친코에서 모자수로 출연한 박소희
드라마 파친코에서 모자수로 출연한 박소희

 "저의 정체성은 한국인도, 한국계 일본인도 아닙니다. 자이니치는 자이니치일 뿐입니다"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에서 모자수 역으로 출연한 재일동포 3세 박소희(47) 씨는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자이니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재일동포를 의미하는 일본어인 '자이니치'(在日)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차별을 견디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온 역사를 함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온 가족의 4대에 걸친 연대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재일동포 2세로 등장한다. 선자(윤여정 분)의 아들이자 솔로몬(진하 분)의 아버지로, 파친코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나온다.

그는 "일종의 구슬치기로, 기계에 구슬을 넣어 당첨되면 많은 구슬을 딸 수 있고 이를 현금화하는 오락기기가 파친코"라며 "누구나 즐기는 오락이지만, 사행성이 강해 음지의 비즈니스로 취급받아 일본인들은 하지 않는 사업에 재일동포들은 살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소개했다.

전후 일본에 남은 재일동포들은 1965년 한일 국교 회복 전까지는 일본 정부가 국적을 '조선적'(朝鮮籍)으로 구분해 특별영주권자로 살아왔다.

단일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이들은 제대로 된 취업을 하기 어려웠기에 한국식 불고깃집인 야키니쿠 등 요식업을 하거나, 사금융업 또는 파친코 등 유기업(遊技業)에 종사했다.

박 씨는 "드라마 '파친코'는 재일동포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약간 어눌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선자의 연기를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울컥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자수라는 역할을 연기했지만 재일동포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소설 파친코의 저자인 이민진 씨와 친분이 있던 그는 이 씨가 재일동포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다며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응했다. 가족의 이야기와 자신의 성장 과정을 털어놓았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겪었던 지인들도 소개했다.

그의 조부는 경상북도 의성이 고향이다. 일본 서부지역인 니가타(新潟)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와 인근 지바(千葉)현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친은 재일동포 민족 신문인 '통일일보' 창간 멤버로 들어가 기자로 활동하다가 퇴사해 '야키니쿠'라는 잡지를 15년간 발행하면서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당시 재일동포는 차별을 피해 통명(通名)인 일본식 이름을 쓰고 살았는데, 부친은 한국 이름을 고집했고 자녀들도 한국식 이름으로 살게 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등교 첫날 한국식 이름에 수군거리며 놀리는 일본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때로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차별이 심한 일본을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살아보고 싶은 꿈이 있던 그는 와세다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했지만, 배우의 길을 택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게리 쿠퍼나 잉그리드 버그만 등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영화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연극단에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다"고 했다.

일본에서 10여 년 연극, 영화 등에 출연하면서도 그는 고집스럽게 한국 이름을 썼다.

그러다가 2008년 영화 '라멘걸' 출연을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그는 아라이 소지라는 일본 이름을 쓰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영화·드라마 등에 일본인 배역은 일본인을 쓰려는 경향이 강해서 재일동포 박소희로는 현장 오디션은커녕 서류심사에서부터 탈락했다"며 "일본식 통명을 써야 배우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소설 '파친코'가 발간되자 서점으로 달려간 그는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다고 한다.

재일동포로 힘겹게 살았던 조부모와 부모가 떠올랐고, 자신이 겪었던 아픔이 절절히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드라마 '파친코' 오디션에 도전했고 '모자수' 역을 따냈다.

극 중에서 파친코 점포를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부를 구축한 모자수는 아들 '솔로몬'만은 차별 없는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살라고 유학을 보낸다.

박 씨는 "재일동포 1세대는 정체성이 형성된 후에 일본에 건너왔기에 한국인에 가깝고, 2세대는 언어·문화 등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은 첫 세대"라며 "모자수 역할이 가장 익숙한 재일동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그는 모자수가 모친 선자와 함께 조부의 묘를 찾으러 부산을 방문했을 때를 꼽았다.

"선자는 5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는데,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홀대를 받습니다. 묘지를 찾으려고 관공서를 찾았는데 담당 공무원이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그녀에게 '진짜 국적이 어디냐'고 되물으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어머니를 무시하는 모습에 모자수가 화를 내며 항의를 하는데,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꾹 잡으며 참으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차별받는 것은 외국인이니까 참을 수 있지만, 모국에서 '반쪽발이'라며 무시하는 것에 폭발하죠. 모국 방문한 경험이 있는 재일동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장면입니다."

지난 3월 16일 미국 LA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열린 '파친코' 시사회에서 그는 가슴 양쪽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 배지를 달고 참석했다.

그는 "양쪽 국가에 속하면서도 또 경계인이기도 한 내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직접 만들어서 달았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아주 극소수의 일본 우익이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은 양식이 있고 우호적"이라며 "'파친코'를 보고 많은 일본 친구들이 '감동했다', '재일동포의 존재를 제대로 알려준 작품이다'라며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4년과 2017년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석했다.

그때 전 세계에서 참석한 한인 청년들과 교류하며 우정을 쌓았다.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큰 자산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자이니치로 살면서 겪었던 정체성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자주는 못 보지만, 소셜미디어(SNS)로 매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애플TV+는 얼마 전 '파친코' 시즌 2 제작을 발표했다. 박 씨는 시즌 2에서도 모자수로 활약한다.

드라마 출연 덕분에 인지도가 올랐다는 그는 "각국의 재외동포 사회를 돌면서 이민 역사와 이들의 삶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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