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연예

파친코 드라마 출연 재일3세 박소희…"내 정체성은 자이니치"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연예 댓글 0건 작성일 22-05-11 12:22

본문

 "저의 정체성은 한국인도, 한국계 일본인도 아닙니다. 자이니치는 자이니치일 뿐입니다"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에서 모자수 역으로 출연한 재일동포 3세 박소희(47) 씨는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자이니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재일동포를 의미하는 일본어인 '자이니치'(在日)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차별을 견디면서도 정체성을 지켜온 역사를 함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온 가족의 4대에 걸친 연대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재일동포 2세로 등장한다. 선자(윤여정 분)의 아들이자 솔로몬(진하 분)의 아버지로, 파친코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나온다.

그는 "일종의 구슬치기로, 기계에 구슬을 넣어 당첨되면 많은 구슬을 딸 수 있고 이를 현금화하는 오락기기가 파친코"라며 "누구나 즐기는 오락이지만, 사행성이 강해 음지의 비즈니스로 취급받아 일본인들은 하지 않는 사업에 재일동포들은 살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소개했다.

전후 일본에 남은 재일동포들은 1965년 한일 국교 회복 전까지는 일본 정부가 국적을 '조선적'(朝鮮籍)으로 구분해 특별영주권자로 살아왔다.

단일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이들은 제대로 된 취업을 하기 어려웠기에 한국식 불고깃집인 야키니쿠 등 요식업을 하거나, 사금융업 또는 파친코 등 유기업(遊技業)에 종사했다.

박 씨는 "드라마 '파친코'는 재일동포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약간 어눌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선자의 연기를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울컥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자수라는 역할을 연기했지만 재일동포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소설 파친코의 저자인 이민진 씨와 친분이 있던 그는 이 씨가 재일동포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다며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응했다. 가족의 이야기와 자신의 성장 과정을 털어놓았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겪었던 지인들도 소개했다.

그의 조부는 경상북도 의성이 고향이다. 일본 서부지역인 니가타(新潟)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와 인근 지바(千葉)현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친은 재일동포 민족 신문인 '통일일보' 창간 멤버로 들어가 기자로 활동하다가 퇴사해 '야키니쿠'라는 잡지를 15년간 발행하면서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당시 재일동포는 차별을 피해 통명(通名)인 일본식 이름을 쓰고 살았는데, 부친은 한국 이름을 고집했고 자녀들도 한국식 이름으로 살게 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학년이 바뀔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등교 첫날 한국식 이름에 수군거리며 놀리는 일본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때로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차별이 심한 일본을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살아보고 싶은 꿈이 있던 그는 와세다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했지만, 배우의 길을 택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게리 쿠퍼나 잉그리드 버그만 등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영화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연극단에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다"고 했다.

일본에서 10여 년 연극, 영화 등에 출연하면서도 그는 고집스럽게 한국 이름을 썼다.

그러다가 2008년 영화 '라멘걸' 출연을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그는 아라이 소지라는 일본 이름을 쓰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영화·드라마 등에 일본인 배역은 일본인을 쓰려는 경향이 강해서 재일동포 박소희로는 현장 오디션은커녕 서류심사에서부터 탈락했다"며 "일본식 통명을 써야 배우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소설 '파친코'가 발간되자 서점으로 달려간 그는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다고 한다.

재일동포로 힘겹게 살았던 조부모와 부모가 떠올랐고, 자신이 겪었던 아픔이 절절히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드라마 '파친코' 오디션에 도전했고 '모자수' 역을 따냈다.

극 중에서 파친코 점포를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부를 구축한 모자수는 아들 '솔로몬'만은 차별 없는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살라고 유학을 보낸다.

박 씨는 "재일동포 1세대는 정체성이 형성된 후에 일본에 건너왔기에 한국인에 가깝고, 2세대는 언어·문화 등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은 첫 세대"라며 "모자수 역할이 가장 익숙한 재일동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그는 모자수가 모친 선자와 함께 조부의 묘를 찾으러 부산을 방문했을 때를 꼽았다.

"선자는 5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는데,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홀대를 받습니다. 묘지를 찾으려고 관공서를 찾았는데 담당 공무원이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그녀에게 '진짜 국적이 어디냐'고 되물으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어머니를 무시하는 모습에 모자수가 화를 내며 항의를 하는데,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꾹 잡으며 참으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차별받는 것은 외국인이니까 참을 수 있지만, 모국에서 '반쪽발이'라며 무시하는 것에 폭발하죠. 모국 방문한 경험이 있는 재일동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장면입니다."

지난 3월 16일 미국 LA 아카데미 박물관에서 열린 '파친코' 시사회에서 그는 가슴 양쪽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 배지를 달고 참석했다.

그는 "양쪽 국가에 속하면서도 또 경계인이기도 한 내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직접 만들어서 달았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아주 극소수의 일본 우익이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은 양식이 있고 우호적"이라며 "'파친코'를 보고 많은 일본 친구들이 '감동했다', '재일동포의 존재를 제대로 알려준 작품이다'라며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4년과 2017년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석했다.

그때 전 세계에서 참석한 한인 청년들과 교류하며 우정을 쌓았다.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큰 자산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자이니치로 살면서 겪었던 정체성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자주는 못 보지만, 소셜미디어(SNS)로 매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애플TV+는 얼마 전 '파친코' 시즌 2 제작을 발표했다. 박 씨는 시즌 2에서도 모자수로 활약한다.

드라마 출연 덕분에 인지도가 올랐다는 그는 "각국의 재외동포 사회를 돌면서 이민 역사와 이들의 삶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Copyright ⓒ 달라스 코리안 라디오 www.dalkor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스포츠/연예 카테고리

스포츠/연예 목록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자택 주차장에 침입한 4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주거침입·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한국 국적 여성 A씨를 지난 14일 송치했다.A씨는 8월 30일 오후 11시 20분께 BTS 정국이…
    연예 2025-10-22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걸그룹 트와이스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에 여러 곡을 진입시키며 인기를 과시했다.21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트와이스는 싱글차트 '핫 100'에서 '스트래티지'(Strategy)로 63위, 멤버 정연·지효·채영이 부른…
    연예 2025-10-22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연타석 3점 홈런을 터뜨린 김영웅의 '원맨쇼'를 앞세워 한화 이글스를 꺾고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삼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PO 4차전 한화와 홈 경기…
    스포츠 2025-10-22 
     '국민타자' 이승엽 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임시 코치로 활동한다.주니치 스포츠 등 일본 현지 매체는 22일 "이승엽 코치는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일본 도쿄 자이언츠 타운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요미우리 …
    스포츠 2025-10-22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노시환의 재역전 투런 홈런을 앞세워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한화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경기에서 5-4로…
    스포츠 2025-10-21 
    3회까지 무실점 투구 이어가다가 4회 홈런 2방 허용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왼팔 투수 류현진이 18년 만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복귀전에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류현진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 선발 …
    스포츠 2025-10-21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부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OST) '드리머스'(Dreamers)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5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21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이는 '세븐'(Seven), '스탠딩 넥스트 투 유'…
    연예 2025-10-21 
    헌트릭스 인형 3종 세트, '모노폴리 딜…' 등 출시넷플릭스는 자사의 역대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완구 제작을 위해 마텔, 해즈브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넷플릭스는 이처럼 두 회사와 공동 라이언스 계…
    연예 2025-10-21 
    황선우,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쑨양의 기록 경신…문수아는 자신의 기록 1년 만에 경신레슬링 정한재, 사격 오예진도 금메달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수영 경영 종목이 열린 20일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여러 번 함성이 터졌다.황선우(22·강원도…
    스포츠 2025-10-20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성남시청)이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2차 대회 마지막 날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최민정은 20일(한국시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여자 1…
    스포츠 2025-10-20 
    인기 웹툰 '테러맨'이 6년 만에 뒷이야기를 이어간다.콘텐츠 제작사 와이랩은 웹툰 '테러맨' 시즌3이 내년 상반기 중에 연재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테러맨'은 불행을 볼 수 있는 소년 정우가 예견된 재난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로 위장하는 이야기를 …
    연예 2025-10-20 
    박찬욱 감독이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제58회 시체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고 배급사 CJ ENM이 20일 밝혔다.시체스영화제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로, 판타지, 공포 등 장르물의 가치를 조명한다. 벨기에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포르투갈 판타…
    연예 2025-10-20 
    올해 8번째 국제대회 우승을 바라보는 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삼성생명)이 덴마크오픈 준결승에 올랐다.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여자 단식 8강에서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10위)를 …
    스포츠 2025-10-17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지난달보다 한 계단 끌어 올리며 22위에 올랐다.한국은 17일 발표된 FIFA 남자 랭킹에서 직전 9월 18일자 순위보다 한 계단 상승한 22위에 자리했다.지난해 11월 순위부터 23위를 달려온 한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스포츠 2025-10-17 
    애플이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대회 F1(포뮬러원)의 미국 내 독점 중계권을 5년간 확보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애플은 포뮬러원과 이런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모든 F1 경기를 애플TV에서 독점으로 중계 방송한다고 밝혔다.이번 파트너십은 애플이 …
    연예 2025-10-17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