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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두 번째 금리 인하 단행 파월 “12월 추가 인하, 확정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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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셧다운 속 통계 공백에 신중론 커져 … 내부 이견도 드러나며 시장 불확실성 확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이하 연준)가 29일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인하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금리 인하가 당연한 수순(foregone conclusion)은 아니다”라고 밝혀, 시장의 기대를 즉각 냉각시켰다.
이날 결정은 지난해 이후 이어져 온 긴축 기조가 완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루어졌지만,파월 의장이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금리 경로는 오히려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3.75~4%로 인하 … 3년 만의 최저 수준
이번 인하로 연준의 기준금리는 3.75%에서 4.0% 범위로 조정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이후 유지돼 온 최고 수준(약 5.4%)에서 두 번째로 내린 수치이며,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올해 9월에 이어 연속으로 단행된 것으로, 최근 둔화되고 있는 고용시장과 소비활동의 위축이 경기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시장 상황이 완화되고 있으며,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하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제프리 슈미트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연준 이사 스티븐 미란은 더 큰 폭의 인하(0.5%포인트)를 요구했다.
결국 연준은 10대 2의 표결로 0.25%포인트 인하를 확정했다.
◈파월 “12월 금리 인하, 확실하지 않다” … 내부 이견 드러나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내부에서 12월 회의 방향을 두고 강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추가 인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Far from it)”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까지 시장이 예상해온 ‘연속 인하’ 전망을 사실상 부정한 발언이었다.
그는 또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정책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노동부·상무부의 주요 경기 지표 발표가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연준은 고용, 물가, 소비 관련 실시간 통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이번 결정을 내렸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와 동시에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정책을 오는 12월 1일부로 종료하기로 했다.
지난 3년 반 동안 연준은 보유 자산(약 6조6천억 달러)을 줄이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왔지만, 최근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감지되면서 “긴축 종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준은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단기국채로 대체해 시장 유동성을 완화하는 조치를 병행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 둔화세 멈추고 고용은 약화 … ‘균형점’ 찾기 난항
현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 안팎으로, 연준 목표치(2%)를 여전히 상회한다.
지난해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인플레이션은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여파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반면 고용시장은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3개월간 월평균 신규 일자리 증가 수는 2만9천 개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8만2천 개)에 비해 65%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반된 흐름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위원들은 “고용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가 인하를 지지하지만, 다른 그룹은 “물가가 여전히 높고 소비도 견조하다”며 조기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더 내리면 경기가 살아날 수 있지만,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위험도 존재한다”며 “두 가지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 즉각 냉각 … “파월, 기대에 제동 걸었다”
파월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29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0.7% 상승했으나, 기자회견 이후 0.2%(74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보합세(–0.3포인트)를 보였고, 나스닥지수는 대형 기술주 실적 기대감으로 0.5% 상승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092%포인트 올라 3.5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크리스 재카렐리(Northlight Asset Management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결정은 시장이 너무 앞서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양적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모두 좋은 뉴스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했고 ‘추가 인하가 불확실하다’는 파월의 발언이 오히려 실망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잭 매킨타이어(Brandywine Global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결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내부의 강한 의견 대립이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피어스(Oxford Economics 부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월 금리 인하는 이미 예견됐지만, 지역 연은 총재의 반대표는 향후 결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연준의 신중한 기류, 내년 경제정책에도 영향 미칠 듯
이번 회의에서 드러난 신중론은 연준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연준은 2024년 하반기부터 총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기 연착륙을 유도해 왔지만, 물가와 고용의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금리 수준이 경기 억제적이라는 점에는 위원들이 공감하지만, 추가 인하 여부는 향후 경제지표가 말해줄 것”이라며 “우리는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연준 고문)도 “정부 셧다운으로 새로운 경제 데이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사실상 ‘눈을 가린 채 운전하는’ 상태”라며 “지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 “12월 인하 확률 낮아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날 파월 발언 이후 연말 추가 인하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라이언 디트릭(Carson Group 수석전략가)은 “연준은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지만, 파월은 물가 불안을 인정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며 “다만 고용 둔화가 계속된다면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제프리 로치(LPL Financial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연준은 내년까지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12월 회의는 이전보다 훨씬 더 팽팽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인사회에도 영향 … 주택대출·자영업 부담 완화
이번 금리 인하는 달라스·포트워스 지역 한인 사회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주택 구입이나 재융자를 고려하던 교민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또한 중소 자영업자의 대출금리 부담도 일부 줄어 식당, 소매업, 서비스 업종의 운영비 압박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예금금리와 채권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보수적 자산 운용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단기 이익보다는 현금흐름 관리와 부채 조정이 중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파월 “쉬운 결정은 없다” … 연준, 복잡한 길목에 서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경기 부양과 물가 억제 사이의 복잡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마지막 발언에서 “현재 상황에서 완전히 위험 없는 길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빨리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너무 늦게 내리면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우리는 그 사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증시가 불안한 반응을 보였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금리 인하 사이클의 끝이 아닌 조정 국면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향후 몇 달간 연준의 메시지와 경제지표가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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