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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수조(兆) 원의 재화도 결국 ‘내 것’이 아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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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오피니언 댓글 0건 조회 2,517회 작성일 21-05-2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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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초였던가, JTBC 뉴스는 “3억 원을 쓰레기로 착각…내다버린 돈 봉투” 얘기를 다루어 시청자들을 입맛 다시게 했다. 연합뉴스나 조선일보 한경 닷컴 등에서도 쓰레기 속의 돈다발에 대한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SNS를 뒤져보니 일본에서도 이런 일이 참 많았다. 

 

2년 전인가, 일본 군마현의 한 쓰레기 처리 회사가 어떤 죽은 노인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봉지에 담긴 현금 4천만 엔을 발견했다는 기사, 이시카와현의 한 온천 마을 쓰레기장에서도 3단 반찬 통에 담긴 2천만 엔이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당시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고독사한 일본 노인의 유품(遺品) 더미 등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가 2019~2020년 이태 동안만해도 약 177억엔(약 1796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나는 이 기사를 대하며 앞으로는 쓰레기장만 잘 뒤져도 돈벌이가 될 것 같다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인 분들이 외롭고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죽음 직전까지 돈을 생명 줄처럼 움켜쥐고 있었던 노년의 강박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회학자들은 노인들이 이렇게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식이나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최후에 의지할 곳은 돈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다고 한다, 허나, 그 정도로 비참한 경우를 당하게 되면 아무리 돈이 있더라도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죽으면 돈도 소용없고, 자식에게 상속한다고 자식이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부모의 유산을 놓고 형제 자매간의 분배 싸움이 심심치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롯데가 그랬고, 대한항공이 그랬다. 하지만 챙겨보건대, 국내 재벌치고 상속에 관한 분쟁이 없는 가문이 거의 없다. 물론 재벌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도 상속을 놓고 일어나는 가족 간의 상쟁은 비일비재 하다. 듣기로는 재산을 3억 원 이상을 남기면 형제는 원수가 된다고 한다. 다만, 세간에 일일이 밝혀지지 않아서 우리가 모를 뿐이다. 

 

근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인한 그 유산 상속문제의 결말을 놓고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했다. 무슨 놈의 법이 상속세가 60%가 넘는 나라법도 납득이 안 갔지만, 그보다 그 자녀들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결국 이건희의 후손들은 13조원의 세금을 국고에 납부했고 그 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만 여 점의 국보급 미술품은 자식들간 갈라먹기 없이 그대로 나라에 헌납했다. 싫든 좋든 사회에 환원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과연 삼성가다운 통 큰 결정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사실 잘못된 재산상속은 상속인에게 독이 든 성배를 전해주는 꼴이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유산을 놓고 싸움질하는 자식보다 재산을 물려주고 떠나는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식들이 원수지간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단절 시키려면, 단순히 돈을 물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는 후손들이 화목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가풍을 조성하고 죽어야 마땅하다. 이를테면 세금 등 법적인 제약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삶의 기틀은 남은 가족들이 다 같이 공생하고 또한 사회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마련해주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솔직히 범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공자말씀처럼 다 옳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남에게 말할 때는 다들 그렇게 쉽게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돈에 집착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의 현실이다. 그리고 일반 서민들은 자신에게 남겨진 재물이 없어 훗날 애들에게 나눠줄 것이 없음을 공연히 속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재산이 있으면 누군들 ‘내 것’의 그 반 이상을 선뜻 내어놓으려 하겠는가? 

 

하지만 돈은 써야 내 돈이다.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쓰지 않으면 결국 남의 돈일 수밖에 없다. 인생은 단 한번 뿐인데…자연과 하늘이 준 물질적인 축복을 마음껏 누리고, 마지막엔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는 게 순리다. 재산을 쌓아 놓기보다 벌어들인 재산과 수입을 최대한 활용하고, 살아서나 사후에나 언제나 비관론을 바닥에 깔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남겨주고 떠나기보다는 살아있을 때 함께 가족여행을 가거나, 자녀의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쓴다면 훨씬 보람된 삶이 될 것이다. 또는 사회에 환원하여 주변에 베푸는데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인에게는 장의사에게 지불할 돈만 남겨두고 다 쓰고 가라는 말은 미래 걱정 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 하라는 뜻일 것이다. 

 

헌데, 이 상식의 이치를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것일까? 아마 후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면서 은행 돈으로 사업 벌여서 대충 알은 빼먹고 일찌감치 자식들 갈라주고 사회를 기망하며 파산 신고로 만세를 부르고....돌아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런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혹 우리 지역에는 그런 모리배가 없는지…적이 궁금하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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