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교육] ‘67’ 도대체 무슨 의미? ... 교실 점령한 숫자 밈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교육 댓글 0건 조회 772회 작성일 25-10-25 04:35

본문

아무 의미 없지만, 모든 것을 의미하는 알파세대 언어 ... “부모도 알아둬야”


“식스 세븐!”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다.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이 숫자조합을 외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처음 듣는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지만, 아이들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의미를 몰라도,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는 게 바로 ‘식스 세븐(67)’이다.


이 유행은 2024년 12월 힙합가수 스크릴라(Skrilla)가 발표한 곡 ‘Doot Doot (67)’에서 비롯됐다. 이 노래의 가사 속 “67, I just bipped right on the highway”라는 구절이 반복되면서 리듬감 있는 숫자 조합이 밈(Meme)으로 확산됐다.


이후 SNS, 특히 틱톡(TikTok)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사용자들이 해당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한 짧은 영상을 만들면서 ‘식스 세븐’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일종의 리액션, 혹은 언어놀이로 발전했다. 


여기에 NBA 선수 라멜로 볼(LaMelo Ball)의 키가 6피트 7인치라는 점이 결합되며, 농구팬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밈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식스 세븐’은 특정 의미를 갖지 않으면서도, 그 리듬감과 발음의 경쾌함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어권 교사 겸 교육 콘텐츠 제작자인 미스터 린지(Mr. Lindsay)는 “이 단어는 아무 뜻이 없지만, 그게 바로 매력”이라며 “아이들이 ‘식스 세븐’이라는 말소리와 손동작 자체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 아무 의미 없다는 게 곧 의미

4cbe482670cd2089f6912313a8dfdea1_1761335646_737.jpg
 

현재 ‘식스 세븐’은 어떤 상황에도 사용될 수 있다. 누군가 “몇 시야?”라고 물으면 “식스 세븐”, “키가 얼마나 돼?”라고 물어도 “식스 세븐.” 심지어 대답할 말이 없거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도 “식스 세븐” 한마디면 된다.


한 틱톡 이용자는 해설 영상에서 “이 표현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동시에 모든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냥 말이 재밌어서 쓰는 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손으로 양쪽을 저울질하듯 위아래로 흔드는 동작을 곁들이는 이유도, 단순히 ‘리듬감이 있어서’라는 설명이 많다.

결국 ‘식스 세븐’은 ‘의미 없는 것이 곧 의미가 되는’ 디지털 세대의 언어유희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논리나 맥락이 아니라 ‘순간의 반응’과 ‘공감의 코드’다.


문제는 이 유행이 온라인을 넘어 현실 교실로 번졌다는 점이다. 여러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이 숫자 두 개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레딧(Reddit)에 “8학년 교실에서 ‘식스 세븐’만 들으면 단체로 따라 외친다”며 “결국 교실 내에서 금지어로 지정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는 “처음엔 웃겼지만, 이제는 수업방해 수준”이라며 “질문을 하자마자 학생들이 동시에 ‘식스 세븐’을 외친다”고 말했다.


◈ 깊어지는 교사들의 한숨

4cbe482670cd2089f6912313a8dfdea1_1761335657_6458.jpg
 

한 초등학교 교사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아이들이 워낙 많이 쓰니까 아예 수업에 포함시켰다”며 “교과서 6페이지와 7페이지를 읽자고 할 때 손동작과 함께 ‘식스 세븐’을 외치며 웃고, 그 후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이 유행을 역이용해 마지막 수업시간에 ‘식스 세븐 글쓰기 챌린지’를 만들었다. “6~7분 안에 ‘식스 세븐’의 뜻과 유래, 사용법을 67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웃으며 참여했고, 언어가 가진 사회적 의미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


하지만 모두가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이젠 완전히 금지했다”는 한 수학교사는 “대화에 아무 의미도 없고, 수업 흐름만 끊는다”며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브레인 랏(Brain Rot, 두뇌부패)’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브레인 랏’이란 집중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리는 온라인 콘텐츠 과다소비 현상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식스 세븐’ 현상이 단순한 유행어 이상의 사회적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짧은 영상 중심의 SNS 환경에서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소비하고 흘려보내는 자극적 콘텐츠가 언어 습관까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아이들의 언어가 밈화(Meme-ified)되면서, 이제는 거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수준”이라며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할수록 아이들에게는 그게 더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현상에는 문제점도 있다. ‘식스 세븐’이 등장한 원곡 ‘Doot Doot’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가사가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이 이런 노래의 구절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할 경우, 부적절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다.


◈ 걱정보다 대화 필요할 때

707de3cd49f4a506101ff51b04105bb3_1761335776_7991.jpg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식스 세븐’을 외칠 때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걱정보다는 이해가 먼저”라고 말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대마다 이런 무의미한 유행어는 늘 있었다.


1900년대 초에는 ‘23 스키두(23 Skidoo)’라는 말이 “꺼져라”라는 뜻으로 쓰였고, 2010년대에는 래퍼 21 새비지의 ‘21’이 유행했다. ‘식스 세븐’은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새로운 세대의 장난스러운 암호 언어에 가깝다.


부모나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금지보다 맥락을 묻는 대화다. “어디서 들었어?”, “무슨 뜻인 것 같아?” 같은 질문으로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면, 언어의 출처와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이런 과정이 단순한 금지보다 훨씬 효과적인 교육이 된다.


결국 ‘식스 세븐’은 ‘의미 없는 말을 함께 공유하는 즐거움’을 상징한다. 의미보다는 리듬, 문법보다는 감정, 해석보다는 유희가 중심이 된 디지털 세대의 소통방식이다.


언어학자들은 이를 ‘탈맥락 언어(Post-Context Language)’라고 부른다. 즉, 말이 의미를 잃은 것이 아니라, ‘의미를 유보함으로써’ 새로운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식스 세븐’을 외치며 스스로도 웃는다. 그 웃음에는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공유한다는 묘한 소속감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오늘 ‘식스 세븐’을 외친다면, 내일은 또 다른 숫자를 외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바로 “우리 세대만의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라이프 목록
    시험불안 극복을 위한 ‘3R 원칙’ ... 두려움을 동력으로 바꾸는 뇌 과학적 접근SAT나 ACT를 앞두고 학생들이 자주 호소하는 문제 중 하나는 ‘시험불안(Test Anxiety)’이다. 공부는 충분히 했는데도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머리 속이 하얘지고, 손에 땀이 차며…
    교육 2025-11-01 
    아무 의미 없지만, 모든 것을 의미하는 알파세대 언어 ... “부모도 알아둬야”“식스 세븐!”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다.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이 숫자조합을 외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처음 듣는 어른들은 “도대…
    교육 2025-10-25 
    다시 번지는 청소년 니코틴 중독 ... 흡연자 90%, 18세 이전 처음 접해미국의 ‘담배 엔드게임(Tobacco Endgame)’, 즉 담배사용과 니코틴 중독을 완전히 종식시키려는 국가적 목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이지…
    교육 2025-10-18 
    가을에 즐기는 15가지 가족활동 ... 아이들이 알려주는 ‘멈추어 바라보기’의 힘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탐구하려는 호기심을 지니고 있다. 가을 산책길에서 곤충을 발견하면 한참을 멈춰 서서 들여다보고, 풀밭에 떨어진 알록달록한 나뭇잎을 신기해하며 주워 든다. 반면 어…
    교육 2025-10-11 
    ♥성장기 편식, 부모가 취해야 할 현명한 전략 ... 이렇게 하면 브로콜리도 ‘뚝딱’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편식’이다. 음식을 잘 먹어야 발육도 원활하고 사회성도 좋아지고 학업능력도 향상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식이습관은 곧 교육과도 직결…
    교육 2025-10-04 
    소셜 미디어와 학교 휩쓰는 신조어,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이유세대마다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왔다. 예전에는 “톡 투 더 핸드(Talk to the hand)”라는 표현이 유행했는데,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며 손바닥을 내미는 행위는 당시 또래들 사이에서 당당한 …
    교육 2025-09-27 
    전문가 “불안보다 준비를, 아이의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긴다” 날씨는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주제다. 하지만 폭풍, 천둥, 토네이도와 같은 극심한 기상현상은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줄 수 있다. 이에 공영방송 PBS 키즈가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 ‘웨…
    교육 2025-09-20 
    ▶▶청소년 수면부족이 부르는 위기와 부모가 알아야 할 해결책◀◀오랫동안 청소년의 수면습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수면이 단순한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십대가 하루 24시…
    교육 2025-09-13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감성·자율·느림·규칙’ 맞춤 놀이법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동시에 고민의 연속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와 함께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활동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각 가정의 양육 스타일은 다르고,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잘 맞는 활동이 있…
    교육 2025-09-06 
    SNS 타고 확산된 한정판 수집전쟁, 아이부터 어른까지 열광하는 이유“엄마, 오늘 라부부 언제 풀려?” 휴스턴에 사는 한 10대 소녀의 질문에, 엄마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SNS를 뒤지며 ‘드롭(drop)’ 시간을 기다린다. 몇 년 전 부모세대가 ‘추하지만 귀여운’ 양배…
    교육 2025-08-30 
    건강하고 손쉬운 레시피로 독립심·집중력 모두 챙긴다아침 식사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한 끼라는 말은 익숙하다. 특히 학교에서 하루 절반 가까이를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존스홉킨스대 소아영양치료 전문가 제니퍼 톰슨은 “건강한 아침은 충분한 수면만큼이나 …
    교육 2025-08-23 
    다가오는 스마트폰 사용금지 ... 성적향상과 사이버 불링 감소 “기대만큼은 아냐”최근 주내 모든 공립학교와 차터스쿨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돼 대대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렉 애봇 주지사가 지난 6월 서명한 이 법은 휴대전화를 비롯해 스마트 워…
    교육 2025-08-09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통한다”아이들이 협동하도록 돕는 가장 단순한 방법 ‘함께 그네타기’연구에 따르면, 유아들이 함께 리듬을 맞추며 움직이는 활동은 협동, 배려, 공감 같은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협동은 인간사회의 초석이다. 인류의…
    교육 2025-08-02 
    ‘공교육 붕괴’인가 ‘학부모의 승리’인가… 한도 및 종료시점 없어 ‘교육계 대전환 예고’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서명한 ‘One Big, Beautiful Bill(아름다운 하나의 큰 법안)’이 국내 교육계에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규모 조세 …
    교육 2025-07-26 
    ♣ 일은 단순한 수입원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훈련장 “직업과도 연계” 1980년대 청소년 영화 속에는 여름방학 동안 피자가게, 쇼핑몰, 영화관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들이 흔히 등장한다. 그러나 요즘 10대들에게 이런 장면은 더 이상 공감 가는 이야기가 아니…
    교육 2025-07-1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