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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외로울 땐 ‘김치’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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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문화 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5-02-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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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언젠가부터 나는 이 곳의 삶이 너무 쓸쓸하거나 백지영의 노래 ‘총맞은 것처럼’에 나오는 가사처럼 가슴이 뻥 뚫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을 때면 김치를 담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웃들은 모두 미국인들이고, 보고싶은 아들들이나 친구들은 다들 너무 멀리에 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김치를 떠올린다.  두 식구 사는 것이니 아이들 클 때처럼 김치를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나는 끊임없이 김치를 담글 생각을 한다.  미국 마켓 장을 보러 가서도 그곳에 있는 모든 채소들을 이용하여 김치를 담는 것을 시도한다. 파는 물론 머스터드 그린을 이용하여 갓김치를 담고 흔한 순무로도 무김치를 담는다.   베이질 같은 허브를 이용하여 김치를 담을 때도 있고, 양파가 세일을 하면 양파로, 텃밭에 고추가 많이 열리면  고추 소박이를 담는다. 김장철은 말 할 것도 없고, 봄이나 무더운 여름, 가을에도 김치를 한 박스씩  담을 생각을 하면, 갑자기 활력이 생기고 기운이 솟아 오른다. 이유없이 몸이 찌뿌둥하고 입맛이 없을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 역시 입맛 돌게 하는 재료를 찾아 김치를 담그는 일이다. 늘 혼자서 때론 남편과 함께 둘이 하는 일이지만 배추를 사올 때부터 우리는 잔치 할 준비를 한다. 김치속에 넣을 무우채를 썰며, 파를 다듬고, 생강이나 마늘을 갈며, 나는 어린시절 엄마가 김치를 담그던 모습을 회상하기고 하고, 그때 생김치를 쭉 찢어서 입에 넣어 주며 웃으시던 그 편안하고 그리운 미소를 떠올린다. 


김치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친정엄마 탓도 있지만, 난 어쨌든 형제 중에서도 김치를 제일 좋아하는 식성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김치 간을 보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다. 짠지 싱거운지, 엄마가 즉석에서 버무린 김치를 한 잎 입안에 넣어주면 난 수랏간 나인처럼 대번에 김치 간을 잘 알아 맞추었다. 커서는 어떤 양념이 부족하고 넘치는지에 대해서도 곧잘 알아, 엄마는 거의 내 간에 의존해서 김치를 담그셨다. 그러면서 엄마는 음식은 먹을 줄 알아야 , 만들 줄도 안다고 하셨다. 또한 남도 부리려면 내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잠깐이나마  가게를 하면서 그 말이 진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요즘이야 인터넷이 발달하여 입맛대로 골라서 주문만 하면 팔도의 온갖 김치가 배달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먹는 김치는 내가 직접 담근 김치만 못하다. 각종 조미료가 들어간 시판김치는 처음에는 맛이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질려서  한 두번 먹다보면  거의 찌개용으로만 사용하게 된다.


특히 갈치젓, 조기젓등 각종 젓갈이 발달한 전라도식 김치는 생김치일때도 맛이 있지만, 익으면 덜큰한 맛이 나는 것이 오감을 자극하며, 오래도록 감칠 맛이 입안에 남아도는 것이 중독성이 있다. 예전엔 정말 다른 반찬 필요없이 잘 익은 김장김치 한 포기면  겨울반찬이 걱정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요즈음은 대형 한국마켓이 주변에 산재해 있고, 김치가 인기있는 한류음식으로 소문이 나서 어딜 가나 김치재료를 구 할 수 있지만, 이민 초기였던  9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우린 오클라호마에서 한 3년정도를 살았는데, 김치를 담기 위해선 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파머스 마켓으로 가서 장을 봤다. 그곳엔 각종 채소가 정말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는데, 당시 한 10불어치 를사면, 트럭에 야채 장사를 해도 될 만큼의 양을 주었다. 다행히 한국무우를 제외한 웬만한 야채는 다 있어서  순무를  무 대신 사와  배추속에도 넣고, 양배추김치는 질리도록  만들어 먹었다. 고추가루는 거의 한국에서 공수를 해왔고, 젓갈 대신 월남마켓에 흔한 피시소스를  사용했는데, 그 맛에 익숙해진 탓인지, 난 지금도 피시소스를 애용하고 있다.


흔히들 마음을 위로해주고 먹으면 힐링이 되는 음식을 소울 푸드이라고 한다. 나의 소울 푸드는 말할 것도 없이 ‘김치’ 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김치를 좋아하고  외로울땐 김치를 담글생각을 하는 것은 김치를 담글 때 생기는 설레임때문 인 것 같다. 절간 처럼 조용한 집안에  채칼이나   소쿠리, 큰 대야가 등장하고, 끊임없이 재료를 손질하고 써는 과정에서 시끌벅적이 연출되며 한 바탕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그야말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얼마전 캐나다에서 입양단체 일을 하는 지인이 입양아들과 함께 김장을 하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 외국인들이 김치에 애정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데, 한국인이 김치도 담글 줄 모른다면 곤란한 일이다.  암튼 외로울땐 김치를 담가 보시라 , 그러면 외로움은 사라지고 침샘이 고이고 , 살 맛이 날 것이다. 어느새 2월이 되었다. 벌써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달, 김치 담는 걸로 이 달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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