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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손톱, 발톱 만지고 만드는 ‘작은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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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21-07-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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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잔디가 누렇게 타기시작 할 때인데 자주내린 비로 인해 웃자란 나무들은 짙푸르고 싱그럽다. 

직접 잔디를 깎는 우리는 더 번거롭지만 30년만의 한파로 손상된 나무들을 많이 회복시키니 고맙다. 내 키보다 훨씬 커버린 무궁화도 포기해야 되나 조마조마했는데 귀족처럼 우아한 보랏빛과 흰 꽃을 가득 피웠다. 

게다가 달라스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보던 목화솜 같은 구름을 원 없이 보는 요즘이다. 목 타고 짜증나는 폭염과 광염에 구름까지 말랐었나보다. 파란 하늘에 둥실둥실 한가로운 뭉게구름. 

중국 연변 이련화 님은 동시 ‘흰 구름’에서 “하얀 적삼/하늘 가득 널렸어요/해님이 더워서/벗어버린 거래요”라고 했다.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다. 내 ‘작은 둥지’의 여러 손님들이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 1년 반 이상 계속된 코로나바이러스에 이어 이제는 변종까지, 세계 각국들의 헷갈리는 행정과 뉴스에도 둔감해진듯하다. 

일부 공공장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도 각자의 재량이다. 렌터카를 구하기도 어렵고 사용료도 상상을 초월한단다. 

또 항공료도 비싼데 예측불허의 연착과 결항으로 자가운전에 가족, 친지, 친구와 떠난단다. 갇혀 살다가 모처럼 하루 이틀 자고 가면서 가족 친지, 친구를 만나는 기쁨에 들떠있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여행 전에 매니, 페디큐어를 하려고 손님들이 다녀갔다. 두 엄지발톱이 기형인 M에게는 연례행사로 실크발톱을 만들어주었다. 

자연손톱을 좋아하는 나는 인조네일 중 실크를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손톱, 발톱에 문제가 생긴 분들에게 실크 오버레이 해주면 본인 것과 거의 같아 표가 안 나고 오래 유지되는 편이다. 

뉴욕에서 다니러 오는 분은 엄지손톱을 실크로 해주는데 4-5개월 간다고 했다. 

또 신생아실 간호사가 원래 약한 손톱인데 거의 종일을 씻다보니 손톱이 문드러지고 손끝이 아파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손톱만 보호하도록 한 실크네일을 아무도 몰라보고 인스팩션을 통과했다고 좋아했다. 법을 어긴 것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1995년부터 시작한 미국에서의 새 직업인 매니큐리스트(네일 테크니션)가 나와 가족을 버티게 해주었다. 벤틸레이션이 있는 네일 테이블에서 최고의 재료를 쓰면 케미컬 냄새와 네일 더스트 제거에 도움이 된다. 초창기보다 지금은 아크릴릭과 실크재료가 많이 좋아졌다. 

네일케어 할 때 신경써서 잘 하면 손톱이 약해지지 않고, 자라나서 튼튼해지고 더 이상 인조네일은 필요가 없다. 간혹 매니큐어만 하러 오니 실제 수입은 줄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기쁨이 크다.

기도도 한몫 했으리라. 27년 전 APT 자격을 받았지만 그 일을 포기하고 네일 스쿨에 등록하면서 기도했다. 우선은 이 직업으로 먹고 살겠지만 필요한 사람 도울 수 있기를 기도하며 26년 일하다보니 ‘DJ(디스크자키), 기도동지, 상담사, 네일 닥터’라는 별칭도 얻었다.

 

오래 전 스트레스나 깊이 생각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열 손톱을 물어뜯어 남은 손톱이 절반도 안 되는 분을 만났다. 

파티나 특별한 날에 네일샵에서 플라스틱 네일로 익스텐션 후 아크릴릭을 붙이니 그 당시는 좋은데 한 주 정도 지나면 떨어지기 시작한단다. 인조네일이 떨어지고 나면 본인 손톱은 더 망가지고 네일배드까지 손상된다. 

손톱을 감추느라 신경쓰이고 다른 이들 눈에  Nail Biting(네일 바이팅) 습관이 있는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변호사’라는 인식을 받을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또 손톱을 물어뜯다 보니 앞 이도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실크와 네일글루, 네일필러를 이용해서 자기 손톱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카운티 변호사로 서류를 챙겨들고 법정에 서는데 “내 손톱처럼 자연스러운 손톱 때문에 당당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발톱 때문에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는 분이 왔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야 했고 자라면서 여러 번의 수술로 이제는 지팡이만으로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단다. 

그러나 손상된 발톱이 부끄러워 인조손톱을 사서 잘라서 붙이곤 했는데 이삼일 겨우 붙었다가 떨어진다고 했다. 

엄지 발톱자리에 성냥머리 반쪽 크기의 발톱흔적, 작은 발톱들은 눈곱크기 정도다. 어렵게 붙여도 오래 안 갈 텐데 난감했다. “왜” 라고 물을 수 없어서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과 함께 해변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사방 2-3밀리미터 정도로 실크를 작게 잘라서 흔적만 있는 곳에 붙였다. 실크를 조금씩 크게 잘라 붙이며 네일글루와 네일필러로 발톱을 20개 만들어주고 원하는 대로 분홍빛 폴리시를 발라주었는데 두 시간이 더 걸렸다. 

하나님도 의사도 아니라서 이 발톱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니 물에 젖는 건 괜찮은데 모래밭은 조심하고 반드시 비치 슬리퍼를 신도록 권했다. 그 발톱 10개 모두가 일주일간 해변 휴가를 즐기고도 얼마 동안 잘 견뎌줘다고 엄청 행복해 했다. 

 

손톱 발톱 만지고 만드는 내 작은 둥지에도 파도소리가 들린다. 봄에 아들가족과 갔던 시애틀의 바다를 그리며 앨버트 심프슨 목사님 작사(1891), 찬송가 408(302)장을 허밍한다.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는 저 큰 바다보다 깊다. 너 곧 닻줄을 끌러 깊은 데로 저 한가운데 가보라 언덕을 떠나서 창파에 배 띄워 내 주 예수 은혜의 바다로 네 맘껏 저어가라” *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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