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peek through the window)] 다이내믹 코리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2,545회 작성일 21-12-03 12:57

본문

언젠가부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전화를 하다보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단골이슈가 있다. 여자들의 수다는 보통 아이들 이야기와 건강, 여행, 골프 등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인데, 유독 한국 친구들은 부동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서 들으면 이십 몇 평 짜리 아파트가 몇 십억이나 하는 것도 충격적인데 더 충격적인 것은 여기에 비하면 낮아도 너무 낮은 종부세를 가지고 세금폭탄이니 뭐니 하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해도해도 너무 오른 아파트 가격 때문에 절망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라면 모를까, 1년 사이에 얻은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은 제쳐두고, 병아리 눈물만한 세금을 가지고, 엄살을 떠는 것이다. 

 

 

텍사스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겪는 것이지만 한국으로 치면 5억도 안 되는 집 세금이 1,200만원 쯤 되는데, 한국 친구들은 고작 10분의 1도 안 되는 세금을 갖고도 난리를 친다. 

 

나는 사실 경제에 정통한 사람도 아니고, 세금에는 더더욱 문외한이지만, 미국 와서 배운 것 한 가지는 가진 것만큼 내야 한다는 단순한 경제논리이다. 

 

자본주의 종주국에 사는 죄로 한국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선진국의 모든 혜택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달되는 것이니,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사시사철 냉난방이 잘 되는 학교에서 우리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도, 비대면 수업에 드는 비용도, 하다못해 동네 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리는 것도,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이 많은 것도 알고 보면 다 우리가 낸 세금을 기초로 하는 복지인 것이다. 

 

요즘 한국 신문의 최대 이슈는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과 종부세 같은 세금에 관한 것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고 아예 종부세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속보이는 대선후보도 있고,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내는 것이 싫어서 두 세 채씩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증여하고 나선, 자손들이 변심할까봐 속앓이를 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여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궁지에 몰린 정부는 종부세 과세적용을 9억에서 11억으로 상향조정했는데 신문기사에 보니, 그렇게 조정한 세금이 집이 한 채인 경우 25억 미만 아파트가 평균 50만원이란다. 

이곳의 10만불 짜리 집보다 더 낮은 세금이어서, 입이 안 다물어 진다. 

 

 

참 다이내믹 코리아다. 그렇게 낮은 세수로 어떻게 유치원을 공짜로 보낼 수 있으며, 의료비는 왜 그렇게 러블리한지 알 수가 없다. 

 

수입의 3.40%는 자동적으로 떼고 나오는 미국 직장인들의 월급은 연봉액수로 보면 ‘와’ 소리가 나오지만, 실 수령액을 접하면 정말 빛 좋은 개살구인데, 그렇게 해도 유치원, 높은 의료비는 모두 ‘내돈내산’으로 살아야 한다. 

내는 세금에 비하여 혜택은 터무니없이 야속한대도 이곳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이니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모든 외국인과 우리 같은 해외동포들은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그 사실을 절감한다. 

 

세계에서 명품이 제일 잘 팔리는 나라 중 한 곳이고, 거리의 옷차림들을 보면, 미국에서 청바지나 추리닝을 주로 걸치고 사는 우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는다. 

 

‘한국의 실리콘 벨리’라는 판교 사거리에 가면, 오스틴에 있는 IT 기업에 다니는 아들의 사무실은 너무 지저분한 것 같고, 그곳은 메타도시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강남 여자들의 삶은 또 얼마나 럭셔리한가. 개인 헬스 트레이너가 있고, 피부과엘 동네 마실 다니는 것처럼 다니고, 성형은 기본에,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동안의 여자들이 멋진 카페안에 가득하다.  

 

 

흔히들 미국을 ‘개인주의 끝판왕인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 시스템은 제레미 밴덤이 주장한 공리주의와 비슷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영화를 보고, 할리우드 배우가 입었던 옷을 비슷하게라도 흉내낼 수 있는 나라, 고흐의 해바라기나 모나리자의 미소를 카피본으로 구입할 수 있고, 가진 자들이 더 낸 세금으로, 조금 혹은 많이 덜 가진 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나라, 날마다 터지는 총기사고와 인종차별, 홈리스 같은 다른 나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사회적 난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미국다울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사회논리를 구성원 모두 인지하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기득권 중심의 법으로, 부익부 빈익빈 시스템이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그들은 법과 제도를 이용하여 재산을 불리고, 세금을 내는 데에는 인색하다. 집이나 사업체가 세금을 불납하면 가차 없이 빼앗기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빠져나갈 수 있는 법망이 많다. 

 

유달리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에선 돈이 내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위하여 지출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복지는 다 따라 하고 싶으면서, 세금 내는 데에는 인색한 일부의 의식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잡고 있다. 한마디로 소수의 개인들만 행복한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어마어마한 예술품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보며 즐기는 것 보다, 다수가 보며 행복할 수 있으니 이거야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혹시 우동 좋아하시나요? 저는 ‘우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색의 따끈한 국물과 뽀얀 국수를 안경에 서리가 낀지도 모른 채 휴게소나 기차역에 서서 차가운 바람을 받으며 먹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저에게 우동은 면요리라는 종…
    건강의학 2022-01-07 
    우리는 현재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속에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넘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미래는 강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약자에게는 계속되는 위협을, 준비된 자에게는 도전하면 희망을 줄 것이다.  약자는 강자가 되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
    부동산 2022-01-07 
    이 컬럼을 읽는 시간에 따라 오늘이 2021년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2022년일 수도 있다. 신문의 발행일이 12월 31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2021년의 마지막 날이든 2022년의 첫 날이든 상관없이 내년 세금보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2…
    세무회계 2021-12-30 
    겨울 6시. 아침이 열리기 전. 희뿌연 구름사이를 하현달이 들고나며 간다. 가만히 서서 보는데도 하얗게 맑은 달 혼자서 하늘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다.  ‘21년 막달과 새해 첫날의 배톤 터치를 축하하려는 걸까. 초여름 같은 기온에 앞뜰의 철쭉과 희고 붉은 장미꽃들이 …
    문화 2021-12-30 
    • 주택 재고 사상 최저 기록 Redfin 보고서에 따르면 11월에는 기록상 어느 기간보다 적은 수의 주택이 공급되어 가격이 작년보다 15% 상승했다. 지난 달에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주택 재고가 더욱 부족해졌다. Redfin데이터의 새…
    부동산 2021-12-30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유대인 지역 게토에 사는 제이콥은 어느 날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를 잡으려 다니다가 독일군 보초병에게 걸려서 담당 장교의 사무실로 불려간다.  그런데 제이콥은 그의 사무실에 있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뉴스를 듣게 되는데, 소련군이 게토에서 40…
    문화 2021-12-30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하고 역점사업으로 진행해온 사회복지 예산 법안이 몇 번의 삭감을 거치고 1조 7,500억 달러(한화 약 2,000조원) 규모로 조정 되었으나 그나마도 민주 여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매번 바이든 …
    세무회계 2021-12-23 
    해킹을 통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컴퓨터에 들어가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팔아 넘김으로 개인의 안전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무료 이벤트를 가…
    보험 2021-12-23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꽃도 피었으니까 지는 것이다. 늦은 가을걷이를 했다. 떡잎으로 시작되었을 옆집 능소화가 담장을 넘어와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여름을 주고 갔다. 얼마나 반가우면 매일 한 뼘씩 다가와 환하게 인사를 했던 걸까. 거침없이 내딛던 행보가 부러웠다. 어…
    문화 2021-12-23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어둑한 저녁이 되면 장작불 태우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가족, 친구들과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미국의 특유한 겨울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근래에 급격하게 수요가 높아진 가정 간편식(HMR: Ho…
    건강의학 2021-12-23 
    미국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노동부는 11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8% 급등했다고 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세를 뒤집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총력 대응을 다짐했…
    부동산 2021-12-23 
    안녕하세요! 날이 제법 쌀쌀해지며 따듯한 국물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미국 북부는 벌써부터 눈이 오는 지역도 있다고 합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참으로 우리 삶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하루입니다. 우리에게 에너지 공급을 위해 가볍게 끼니를 떼우는 그런…
    건강의학 2021-12-17 
    겨울철이면 흔히 발생하는 감기. 그러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은 대상포진, 폐렴, 기관지천식 등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고령화의 영향으로 노년층에서 폐렴이 늘고 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입원한 65세 이상 …
    건강의학 2021-12-17 
    지난 11월 21일 연방하원을 통과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의 야심작, ‘Build Back Better’  법안이 아직 연방상원에 계류중이다.   상원내 민주당 의원들은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는 12월 24일까지를 법안이 통과되는 최종 시한으로 삼고노력중인데 …
    세무회계 2021-12-17 
    지난 11월 19일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법정사건이 있었다. 미국 배심원단은 지난해 위스콘신 주 케노사에서 열린 인종적 부당성에 반대하는 시위자 세 사람에게 총을 쏘아 2명을 죽이고 한 사람에게 부상을 입혀 1급 살인죄로 수감되어있던 카일 리튼하우스(Kyle Ri…
    문화 2021-12-17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