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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상어족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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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조회 2,723회 작성일 20-01-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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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와이 귀족이 아닌데 왜 상어 타투를 해?”

“하와이 상어가족과 결혼하면 누구든 상어족이 되고 상어족이 되면 타투를 해야 돼. 그게 약속이지. 상어 타투는 타투 이상의 의미가 있어.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상어족 전체에 관련을 짓게 되어있지. 부부가 이혼을 할 수는 있으나 상어족은 떠날 수 없다는 말이지.”

상필은 잠시 심각해졌다. 레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할 것 같지 않은데 타투로 증거삼는다는 게 좀 억지같았다. 타투 안하면 사랑 안 하는건가?

“여기 침대에 누우세요.”

언제 왔는지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 시술사가 왔다.

“아, 저 잠깐…”

상필은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상필이 자유롭게 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지만 타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미국 대륙을 누비고 다니면서 도시의 타투한 젊은 애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며 타투는 일종의 패션이라고 생각했다.

커다랗고 묵직한 맥주잔을 손에 바쳐들고 마실 때 그들의 타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와일드한 모습이기도 했고 신비스럽게까지 했다. 그런데 자신의 몸에 타투를 한다는 것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티를 벗고 이 가운으로 갈아입고 여기 누워 봐.”

레이가 재촉하며 상필을 침대 위로 올라가게 했다. 그리고는 레이가 상필 위로 올라와 몸을 밀착시켰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레이, 왜 이래. 상필은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가만 있어봐. 내 상어와 상필의 상어가 마주봐야 하니까.”

상필은 레이를 저도 모르게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레이가 살짝 키스를 하더니 말했다.

“오른쪽 팔 바로 여기, 내 상어와 마주보게 만들어야 돼.”

그러니까 레이는 상필에게 상필의 어느 곳에 상어 타투를 할건지를 시술사에게 시범을 보인 것이다. 레이가 상필의 몸에서 미끌어지듯 내려갔다.

아, 상어, 그 작은 상어 타투가 레이를 상징한단 말이지…

“한 시간쯤 걸릴 거예요.”

“아픈가요?

“사람에 따라서 심하게 아프다는 사람이 있고 간지럽다는 사람도 있죠.”

“이 바늘로 하는 건가요?”

“네. 이 바늘은 진동 시스템인데1분당 살갗을 1,000번 찌르고 그럴 때마다 살갗에 색소를 주입합니다.”

“무슨 색소입니까?”

“레이에게서 얘기 못들었나요? 색소는 최고급으로 오색을 골랐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하얀색으로 피부 표피 아래 약 1밀리 깊이에 주입해요.”





타투를 하는 곳은 마치 병실같았다. 사방 하얀 벽에 침대와 시술도구가 전부였다. 어디선가 하와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저 음성, 누구지? 부드럽고 감미로운 하와이안의 목소리다. 아, 이즈, IZ의 목소리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상필이 유일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였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ay up high

And the dreams that you dream of / Once in a lullaby





그의 목소리는 안개같고 구름고 병아리 솜털같다. 거구의 이즈가 우크렐레의 단조로운 반주에 맞춰 달콤하게 노래한다. 상필은 공연히 눈물이 났다. 아, 이게 뭐지. 내가 왜 이리 감상적이지. 그 때 상필의 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레이가 소근거렸다.
“상어가 무섭다고 했지?”
“그러엄, 상어는 무섭지, 물 속에 살아서 다행이지.”
“바보, 상필은 바보야. 상어가 뭐가 무섭다구 그래. 내가 상어얘기 해줄게. 하와이 바다에 상어가 사는 것은 당연 하잖아. 바다가 그들 상어들의 집이니까. 그런데 상어에 물려 죽은 사람보다 수영하다 물에 빠져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돼. 내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것도 한 달에 한 명 정도인데 통계에 의하면 연평균 60명 정도가 익사한다는 거야. 그런데 상어가 사람을 물었다는 통계는 1년에 2회 내지 3회에 불과하다구.”
상필은 말 잘듣는 유치원생처럼 레이의 상어 이야기에 빠져 들어갔다.
“상어는 바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어종이야.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어서 고기 수를 조절한다는 해양학자들의 연구야. 대부분 상어들은 그냥 ‘hit and run’하는 놈들이야.”
“뺑소니 상어들이란 말이지?”
“물론. 상어들은 수영하는 사람들을 물개나 거북이 정도로 본다구. 사람들이 상어꼬리만 봐도, 상어가 스치기만 해도 공격을 했다고 놀라고 허우적거리고 소리를 지르면 상어들은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안다구. 그래서 상어가 방어를 하는거지.”
하와이 해변의 상어는 40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8종이 공격적이고 특히 타이거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다고 한다. 레이가 상어 이야기를 소근거리며 하는 동안 시술받는 오른 팔은 따끔따끔 하기도 하고 간질간질 하기도 했다. 자극적이긴 했지만 참을만 했다.
타투 하면 몸에 얼룩이 지는 건데,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는 데,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제 그런 걱정은 무의미했다. 타투는 진행 중이었다.
조바심 내던 자신을 탁 내려놓으니까 편안해졌다. 잠이 오는 듯도 했고 꿈을 꾸고 있는 듯도 했다. 어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 듯 적막한 느낌도 왔다.
“거기 거울을 좀 비춰봐요.”
레이가 시술사에게 말했다. 높은 천정이 열리는 듯 하더니 거울이 스르르 내여와서 상필의 타투 부분을 비추었다. 상필의 팔에 앙증맞은 상어가 팔닥거리는듯 생생하게 새겨졌다.
상필이 미소가 절로 나왔다. 공연히 걱정을 했나 싶었다. 조그맣고 귀여운 상어가 바다에서 튀어나와 상필에게 안긴 듯 했다. 타투 상어에 금방 애착이 갔다. 상필이 레이를 올려다 보았다. 레이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레이가 상필 이 누워있는 침대로 올라왔다. 상필과 레이의 입술이 포개졌다. 동시에 레이의 상어와 상필의 갓 태어난 상어가 만나고 있었다.
“레이, 고마워. 아주 예쁜 상어네.”
하얀 가운의 시술사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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