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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스모키 마운틴에서 만난 ‘체로키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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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 24-11-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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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


계절에 따라 변신하는 스모키 마운틴의 모습은 아침 새벽 길에 자욱하게 내린 운무의 화려한 자태에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테네시 주의 케틀린버그(Gatlinburg)를 출발하여 스모키 마운틴 자락을 관통하는 441번 도로를 따라 노스캘롤라이나 주의 인디어 마을 체로키(Cherokee)로 향하는 길은 어느 누가 봐도 환상입니다. 골짜기의 굽이 굽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악도로는 이곳에 왜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국립공원인지를 알게 합니다.


‘눈물의 길’ (Trail of Tears)이라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체로키 인디언 마을로 들어서면 비극적 역사의 주인공으로 삶을 마감한 살리(Tsali)의 이름을 딴 도로인 Tsali Blvd가 보입니다. Oconaluftee River를 따라 아담하게 놓여있습니다. 그들의 넉넉하지 않은 삶들을 대변하듯 이렇게 팔아서 어떻게 삶들을 살아갈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기도 한다. 늘 그러하듯이 불편한 진실이 현실이 되는 인디언 마을마다 있는 카지노가 있는데 역시 이곳에도 스모키 마운틴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인 Harrah's Cherokee Casino Resort가 체로키를 내려 보고 있습니다. 상당한 규모의 카지노가 그곳 인디언의 삶들을 부양하며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씁쓸한 마음을 갖는 것은 나만 생각일까요?


체로키로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곳이 체로키 인디어 박물관(Museum of the Cherokee Indian)입니다. 그리 크지 않는 규모로 박물관 앞에는 ‘눈물의 길’을 상징하듯 외롭고 슬픈 눈물을 흘리는 인디언의 흉상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그곳에서는 인디언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그들의 얼굴 모습 속에서 여태의 미국인과는 다른 한들을 가지고 있는 듯 대체적으로 어두운 빛에 얼굴이 무뚝뚝합니다. 어쩌면 유럽인들이 미대륙에 들어오면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수많은 차별과 고통의 한이 무의식적으로 그들 사회에 깊이 심어진 듯합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체로키 인디언의 모든 역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보존된 유산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박물관은 토기, 화살촉, 통나무 배 등 그들의 삶들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곳곳에서 스피커를 통해 인디언의 역사를 설명해 줍니다. 특히 ‘눈물의 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림을 통해 소개되고 있으며, 북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 문자를 가진 원주민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은 1830년 미국에서 제정된 인디언 제거법(Indian Removal Act)을 만들고 이를 밀어붙여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 법에 의해 스모키 마운틴 근처에 터전을 이루었던 수많은 체로키 인디언들을 포함한 6만명의 다른 부족이 함께 미시시피 강 서쪽의 원주민 영토(현 오클라호마주)로 이주를 강요당하는데, 8천명 이상이 질병과 영양실조, 그리고 저체온증 등으로 희생당한 미국의 흑 역사입니다.


박물관을 나와서 1361번 도로로 조금만 가면 인디언 마을(The Oconaluftee Indian Village)을 만날 수 있는데,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면 그곳에서 인디언들의 살았던 흔적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토막집, 움집, 통나무 집 등이 줄줄이 있고 서너 명씩 그곳에서 앉아서 바구니, 활, 창, 모자, 나무배 등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체로키 인디언의 역사도 알려주며 곳곳에서 전통음악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 한 때는 체로키인의 사냥터였고 삶의 터전이었지만 이제는 이방인들이 이곳을 차지해 버렸고, 미약하게나마 조상이 일궈놨던 땅의 일부에서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겨워 보입니다. 이제 신대륙의 지배자가 된 이방인들은 인디언에게 화해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식민자들과 인디언들이 우정을 상징하는 것은 불꽃이라며 지금도 타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체로키 박물관에서 무표정한 모습의 눈물 맺힌 어느 인디언 부자의 눈동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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