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삼월과 메두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화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5-03-21 11:30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삼월은 메두사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신들의 질투를 받아 무서운 괴물이 되고 만 메두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온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온 만물을 소생케 하고, 생명의 푸른 빛으로 온 세상을 일 깨우지만,   한편으론 예상치 못한 March Madness로 농구 뿐 아니라 오는 봄을 주춤하게 만들며,  기침소리를 끊이지 않게 한다. 올 해는 특히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으로 온 미 대륙이 몸살을 앓았다. 드넓은 텍사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주전에 있었던 토네이도로 지붕이 날아가 피해를 본 집들이 많다. 우리집 지붕도 역시 비켜 가지 못해서, 최근에 수리를 해야 했다.

지난 가을, 성지 순례 때 나는 메두사 얼굴을 한 조각을 처음 보았다.  그 조각은 술탄이 살았다는 화려한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 안   로마시대 지하 물저장고 안에 있었다. 은은한 불빛속에 신전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지하 물 저장고는 이 천년 전에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크고 정교했다. 그런데 그 수로의 맨 마지막 지점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커다란 사각의 대리석으로 만든   메두사상이 물 속에 거꾸로 잠겨 있었다.   수만의 뱀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머리카락과 대조적으로 그녀의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은 몹시 아름다웠다. 자세히 보니 곱슬곱슬한 머리칼마다 뱀의 혀가 날름거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 메두사는 특히 치렁치렁한 머리칼이 아름다웠는데,   포세이돈의 연인이었던 관계로   아테네여신의 저주를 받아, 머리칼은 뱀으로 변했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하게 만드는 무서운 악녀가 된 것이다. 인간과 지상의 모든 사물이 지니고 있는 양면성을 보여준 적나라한 얼굴이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 입구에는 유난히도 브레드포드 배꽃 나무가 많았다. 삼월 중순이 되면 길 양쪽으로 하얀 배꽃이 한꺼번에 우르르 피어서 장관을 이루었다. 외출을 할 때마다 나는 이 배꽃 터널이 좀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런 바램과 달리 배꽃은 일 주일을 가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버리고, 주변은 늘 지저분함으로 남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온갖 것에 달라붙어 진창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봄철이면 하동 쌍계사 십리 벗길, 진해 군항제 등  벗꽃 관광이 유행이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면 그 주변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휩쓸고 간 자리들을 치우느라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언젠가 동생은 그 벗꽃을 구경하러 갔다가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 뻔 했다 하였다. 또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고, 겁 없는 바가지 요금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며, 다시는 벗꽃 예찬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삼월은 개화의 환희와 낙화의 무상함, 생성과 소멸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쨌든 이 삼월은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며, 땅속에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세상일이 거저 되는 것이 없듯이, 삼월 역시 NO pain, No gain이라는 진리를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며 봄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천둥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이는 날들을 겪어야 맑은 날이 오는 것이다. 또한 <데미안>의 명대사처럼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누구든 알을 깨트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국민 위로송’ 인  3월에 딱 어울리는 노래,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시보다 더 시적이고,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가사가 참으로 매력적인 노래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 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칼럼니스트 고대진◈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
    문화 2025-03-28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간단한 암산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00에서 10을 뺀 다음 5를 또 빼면 얼마일까? 어렵지 않게 정답 …
    문화 2025-03-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한 무리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태양아래 아름다운 짙푸른 초원이 있고 경치 좋은 산을 병풍 삼아 한가롭게 되새김질하는 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메마른 샘에 단비가 내…
    문화 2025-03-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드디어 완연한 봄입니다. 주위의 모든 만물이 슬슬 봄의 전령들을 보내고 봄을 예찬하는 노래들이 우리의 입가를 맴돌게 하고 있다. 지난3월초에 달라스 북쪽 오클라호마 주의 치카소(Chikasaw)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
    문화 2025-03-21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삼월은 메두사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신들의 질투를 받아 무서운 괴물이 되고 만 메두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온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온 만물을 소생케 하고, 생명의 푸른 빛으로 온 세상을 일 깨우지만,   한편으론…
    문화 2025-03-21 
    크리스틴 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 (469-605-6035)미국 의료 업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간호 및 돌봄 서비스 분야는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CNA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
    문화 2025-03-21 
    백경혜 수필가오전 다섯 시쯤 번쩍이는 섬광과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유리창을 요란하게 때리는 빗줄기 때문에 커튼을 젖히고 밖을 살피기도 무서웠다. 커튼을 살짝 들고 빼꼼히 내다본 풍경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작달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하늘은 천둥번개로 번쩍였다. 시…
    문화 2025-03-14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봄의 길목에 서서 바쁜 일상을 탈출하여 무심코 산과 물을 건너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3월과 더불어 시골길을 걷는 것은 탄생하는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며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의 멋을 몰래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곳곳…
    문화 2025-03-14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샐러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샐러드하면 떠오르는 대표는 단연 시저샐러드 입니다. 로메인 상추와 크루통(Crouton, 튀긴 빵조각)에 파마산 치즈, 레몬즙, 계란, 마늘, 올리브오일 등으로 만든…
    문화 2025-03-14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유레카 스프링스(Eureka Springs) 여행을 하면서 보는 야산을 끼고 조그맣게 형성된 도시의 아기자기함, 그리고 곳곳에 이곳의 특색을 살려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이벤트들이 있지만, 산을 끼고 내려오는 수정처럼 맑은 이곳…
    문화 2025-03-07 
    김미희 시인 / 수필가 큰아이가 가족을 데리고 한국 처가에 다녀오는 동안, 기르던 애완견을 우리 집에 맡기고 갔다. 처음 제안이 나왔을 때 나는 선뜻 허락하지 못했다. 개를 키워본 적도 없고, 개와 가까이할 자신도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애는 메이…
    문화 2025-03-07 
    Hmart 이주용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밥도둑이라는 단어의 원조격인 게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노르스름한 장이 담긴 게 껍데기에 밥을 비비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밥도둑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게장은 …
    문화 2025-02-28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지난 칼럼에서 양자 컴퓨터의 배경 원리가 되는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을 간략히 알아보았다. 원자처럼 매우 미…
    문화 2025-02-28 
     박인애 (시인, 수필가)미주경희사이버대학교동문회 임원방에서 우리도 유명 강사님들을 초청하여 줌강연회를 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동문은 물론이고,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도 들을 수 있도록 오픈 강의로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줌강연은 이미 여러 단체에서 하고 있…
    문화 2025-02-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핫 스프링스(Hot Springs)의 아침은 다운타운에서 216피트, 해발 1256피트 높이의 산에 위치한 핫 스프링스 마운틴 타워(Hot Springs Mountain Tower)에 비친 강렬한 태양빛 쇼와 같이 시작이 됩니다.…
    문화 2025-02-2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