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2025미주 문학캠프 스케치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 25-09-11 22:44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해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엘에이에서 열리는 미주 문학캠프는 미주 문인들의 가장 큰 축제이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알라스카, 하와이, 텍사스 등 미 전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모이며, 2박 3일의 캠프와 3일간의 문학여행도 포함된다. 특히 해마다 국내외 유명작가를 초대하여, 문학강의를 듣는데, 올해는 소설 <새의 선물>  은희경작가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로 대한민국 시단을 흔든 박준 시인이 강사로 초빙되어 참으로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첫째 날은 주로 시상식과 두 강사의 강의를 듣고, 사이 사이 점심과 저녁이 뷔페로 제공된다. 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학단체인 <미주 문학>은 계간지마다 신인상을 제정하여, 미주문단을 이끌 신인들을 배출하는데, 올해의 시 부문 수상자는 92세의 강금순 할머니이다. 1.4후퇴때 기억을 되살려 쓴 <함박눈 내리는 날> 이란 시로, 우리모두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 더 없이 귀한 수상이었다. 또한 광복 80주년 기념 문학공모전을 실시하여, 소설부문과 시 부문 수상자가 두 명 더 나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두 수상자들이 이민 2세로 아주 젊은 친구들이고, 지인의 딸인 시 부문 수상자인 이웅희 양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반듯한 모국어로 광복절에 관한 시 까지 써서, 감동을 일게 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가족 모두가 글을 쓰는 부러운 문인가족 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은희경 작가를 90년대 대한민국 문단을 이끌었던 여류작가 중 한명으로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기억한다.  각자 개성은 다르지만, 그녀들이 7080세대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아련한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신경숙의 소설들과 학생운동 출신으로 <후일담 문학>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개인의 양심이란 화두를 던졌던 공지영, 냉소와 유머로 인간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예리한 시선으로 통찰했던 은희경 작가가 그들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작가는 작은 체구에 여리디 여린 모습으로 어디에서 그런 작품을 쓰는 힘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소녀 같았다.


박준 시인 역시 언어의 연금술사처럼 내 놓은 시집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타고난 언어적 감각으로 감성이 물씬 배어 있는 시들이 젊은 세대는 물론 시 좀 안다는 노년층까지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는 시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탈한 모습으로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타자와의 공감을  강조한 강연을 해서 좋은 호응을 받았다. 


130여명의 회원이 모인 문학캠프가 성황리에 끝나고, 스무명 남짓한 문인들이 문학여행길에 올랐다.문학여행지는 해마다 다른데, 작년엔  앤탈롭   캐넌이었고, 올해는 이 광활한 미 대륙에서 가장 신성한 기(?)가 많이 몰려 있다는 아리조나주  세도나였다. 지형적인 특징인지 몰라도 과학적으로도 어느정도 증명이 된 이 기가 충만한 동네는, 어쨌든 해마다 부족한‘기’를  채우려는  순례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로 유명하다. 왜냐면 사람은  이 ‘기’ 가 빠지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말에는 기가 찬다, 기가 막힌다. 기가 팔팔하다, 기가 세다 등 기에 관한 수사가  무지 많다.  그런데  나는 종모양처럼 생긴 벨캐넌 앞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기를 체험했다.  다리가 아파 캐넌 앞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뭔지 모르게 찌르르한 볼테이지가 느껴졌다. 곁에 있던  다른 문인들도 정말 손끝이 화끈해 지면서 , 주변 땅이 지진이 날 때처럼 작은 진동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지나가던 두 명의 등산객들도 우리를 보더니, 그 장소가 맞다고,엄지척을 했다.


아무튼 세도나가 아니더라도 기를 주는 장소,  기를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건강한 기를 빼앗아가는 우울한 뉴스들보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와  전 세계인들의 기를 지금처럼  팍팍 살려주었으면 좋겠다.  문학캠프를 다녀오니 계절은 벌써 처서를 지나 백로이다. <골든>의 가사처럼  ‘ 우리모두 황금처럼 빛날 존재’로 가을을 살았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은 미국에서 가장 늦게 193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좋은 기후 조건과 사시사철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은 곳이어서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문화 2025-09-11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해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엘에이에서 열리는 미주 문학캠프는 미주 문인들의 가장 큰 축제이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알라스카, 하와이, 텍사스 등 미 전지역에서 문…
    문화 2025-09-11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미국 의료 현장은 환자의 치료와 돌봄뿐 아니라, 그 뒤를 받쳐주는 행정과 기록 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제대로…
    문화 2025-09-11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분주했던 2025년의 분기점을 지나 모두에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며 감동을 가져다 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탐스런 비가 내립니다. 길고도 길었던 한해의 절반이 벌써 지나간다고 하니 뭔가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문화 2025-09-04 
      백경혜 수필가  한국에 나와있다.   서울이 이렇게 더웠던가. 조그만 양산 그늘을 믿고 주민센터와 은행 일들을 보러 동네를 돌아다닌 날, 집에 와 거울을 보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목덜미까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찜질방 불한증막에서 나온 듯한 몰골이었다. 마…
    문화 2025-09-04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테네시주(Tennessee)에서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텍사스의 광활한 대지도 아니고 콜로라도의 장엄한 산새도 아니며 뉴욕처럼 인류가 만날 수 있는 화려한 인공미도 아닙니다. 단지 수수하게 그 모습을 남에게 보일 듯 말…
    문화 2025-08-28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축구장을 찾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박찬호와 추신수 덕분에 야구장은 여러 차례 가보았지만, 축구장은 쉽사리 인연이 닿지 않았다. 더구나 한여름의 땡볕 아래 달라스의 경기장을 찾은 것은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경기는 저녁 7시 30분에…
    문화 2025-08-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테네시주(Tennessee)의 아침은 상쾌합니다. 때묻지 않은 싱싱한 환경도 그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한국의 산천을 닮은 모습들이 스쳐가는 여행자의 시선을 확 끌어 잡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웅장하진 않지만 자연스런 곡선의 굽이 …
    문화 2025-08-22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2020년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 사태로 수 개월간 사무실에 가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강의…
    문화 2025-08-22 
     박인애 (시인, 수필가) 오랜만에 전축을 열고 비틀즈 판을 올렸다. 야전이라고 불리던 야외용 미니 전축인데, 바늘이 LP판을 긁으며 흘러나오는 소리가 정겹다. 요즘 음원의 깔끔한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약간의 잡음, 떨림, 그리고 의도치 않은 미세한 …
    문화 2025-08-22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무더위가 한참인 텍사스를 탈출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높이 치솟은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통하여 작은 별빛을 꿈꾸며 서 있는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Park and St…
    문화 2025-08-15 
    엑셀  카이로프로틱 김창훈 원장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
    문화 2025-08-15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5-08-15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요즘은 그야말로 여행자 천국의 시대이다. 시간이 되고, 경비를 충당할 수만 있다면, 아니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도, 여행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여행을 할 수가 있다. 가까이에 있는 주변도시부터 다른 주,…
    문화 2025-08-0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7월인데도 키스톤(Keystone)의 새벽기온은 입김이 어릴 만큼 록키의 깊은 산을 깊이 드리운 채 하얀 구름을 커다란 입술로 삼켜버린 딜론호수(Dillon Lake)의 싸늘한 한기와 더불어 화씨 40도를 가리킬 정도로 싸늘한데 …
    문화 2025-08-0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