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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스모키 마운틴에서 찾은 티룸(Tea Room)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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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49회 작성일 25-09-1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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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세상의 푸르름이 스모키 마운틴 한곳에만 내려 앉은 것 같습니다. 흐르는 시냇물에 끝없이 흘러 보내도 짙푸른 스모키 마운틴의 색깔을 희석시킬 수는 없습니다. 잠시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에 반사된 한 여름의 석양의 빛이 잠시나마 계절의 욕심을 잠시 멈추게 할 뿐입니다. 컨츄리 음악을 찾아 스모키 마운틴으로 여행을 떠난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곳곳에 이름없는 악사의 연주가 스모키 마운틴 산 자락을 흔들 즈음, 유수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을 뒤로 하고 잠시 쉼을 얻을 곳이 이곳에 있습니다. 


나는 미국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잠시 여행자의 신분으로 쉼을 얻고자 할 때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티룸(Tea Room)을 찾곤 합니다. 번역하면 한국의 ‘다방’과 같은 언어로 번역이 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티룸은 한국의 다방, 혹은 우리가 미국에서 찾는 다른 커피숍과 상당한 차별성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상업성을 떠나 그 지역의 문화가 있고 생활이 커피 한 잔, 소박한 음식 한 그릇 안에 묻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 금주 운동이 일어나면서 여러 곳에 커피와 다양한 차를 파는 곳이 생겨난 것이 티룸의 시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티룸의 분위기는 점심시간 혹은 오후의 휴식시간에 모여서 우아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라운지나 넓은 정원에서 아름다운 연주로 오후의 차 행사를 하며 고객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은 이곳에서 정치 토론을 하였고, 시골에서는 주택을 개조하여 아름답게 꾸민 후 여행자들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 그대로 소박한 영국의 ABC 티룸 처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상함이나 케이트 크랜스턴 티숍(Kate Crranton's Tea shop)의 화려함은 없지만, 이곳 스모키 마운틴 안에 있는 티룸은 한적한 시골 한 구석에 통나무 집을 개조하여 작가들의 즐비한 그림들이 티룸을 실내 장식하며 스모키 마운틴과 어울러지는 여행자의 미담들이 점심시간과 소박한 오후를 꽃피우고 있습니다.


스모키 마운틴의 거점도시 케틀린버그(Gatlinburg)의 다운타운에서 321번 도로를 따라 뉴포트(Newport) 방향으로 10분 정도 운전을 하다 보면 왼쪽으로 Buckhorn Road를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Buckhorn Road를 따라 5분 정도 들어가면 도자기와 관광기념품 등을 파는 조그만 마을을 만나게 되고, 그 왼쪽으로 담장에 아름다운 꽃들이 티룸의 절반을 감싸고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여행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조그만 시골집을 개조하여 만든 Wild Plum Tea Room을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티룸들은 영업시간은 지극히 제한 적입니다. 주로 점심시간만 오픈을 하거나 오후 시간에 잠시 오픈을 하기도 합니다. 이곳 Wild Plum Tea Room의 오픈 시간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려면 제한된 시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점심 스케쥴을 이곳으로 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며 일행이 많은 경우는 반드시 예약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티룸들은 공간이 그리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한된 시간 때문에 자리가 그리 쉽게 나는 편이 아닙니다. 티룸 안에서는 다양한 티와 커피, 그리고 홈메이드의 간단한 점심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어느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으로 이곳만의 뛰어난 맛과 매력을 자랑합니다. 


일단 티룸 안에 들어서면, 넓은 정원의 담장을 둘러싼 장미꽃 무리의 천연스러운 장식에 마음을 빼앗기고, 이름 모를 들꽃의 향기를 가득 메운 티룸의 소박한 분위기에 모든 여정의 피곤함을 내려놓게 됩니다. 이 지역 토기장이가 만든 멋진 커피잔에 담긴 진한 향과 커피 한 모금에 벽에 걸린 무명 작가의 오묘한 그림을 감상하며 여행의 여담을 한편의 드라마로 승화시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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