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고대진] 채식주의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12-19 14:18

본문

고대진 작가


◈ 제주 출신

◈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축하주를 나누는 자리에서 노벨상을 받은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는 것이 얼마 만인가 흥분하면서 독서 클럽을 만들어 한강의 작품들을 읽고 토론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한강 작품 독서회를 만들어 매달 한 번씩 만나 토론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된다.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는 광주에서 5.18을 겪은 정 작가의 주도로, ‘작별하지 않는다’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제주도 출신인 내가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사이 사이에 송 작가가 이끈 황순원, 신경숙의 단편 소설들을 감상했고 마지막으로 ‘채식주의자’를 골라 김 작가가 토론을 이끌었다. 여기서 토론을 요약해본다. 


채식주의자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으로 세 개의 중편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다. 각 부분은 다른 화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첫 번째 부분은 영혜의 남편 민수의 시각으로, 그의 혼란과 고뇌를 그리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영혜의 형부, 비디오 아티스트인 민호의 시각에서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영혜의 언니의 이야기가 주체가 되어, 가족의 갈등과 심리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작가는 이런 다층적인 서술 방식으로 독자가 여러 관점을 통해 사건을 이해하고, 각각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게 만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채식주의자

안정된 가정의 주부로 남편을 내조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 온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피를 뚝뚝 흘리며 생고기를 먹는 꿈을 꾸고 난 뒤 채식을 선언하고 나날이 야위어 간다. 그녀의 남편과 가족들은 건강을 염려해 그녀에게 채식을 멈추길 강요하며 그녀와 갈등을 겪는다. 급기야 월남 파병군인 출신의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그녀의 입에 억지로 고기를 밀어 넣자,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 칼로 자기 손목을 긋는다. 그리고 정신 분열을 일으키어 조현병(Schizophrenia)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는 것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향과 개를 죽이는 사건에서 비롯된 트라우마 때문이다. 영혜는 주변 인물들, 어머니, 언니, 형부, 남편의 직장 상사들의 폭력, 즉 영혜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요하는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 인해 점점 고립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파멸해간다.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폭력에 대한 저항이며,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상징적인 선언이다.


몽고반점

비디오 아티스트인 영혜의 형부 민호는 영혜의 엉덩이에 꽃잎 모양의 몽고반점이 있다는 아내 인혜의 얘기를 듣자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느낀다. 아내 몰래 처제의 동의를 얻어 내고 그녀의 나신에 꽃을 그리며 그 과정을 촬영한다. 만족과 함께 아쉬움을 느낀 민호는 후배 아티스트를 남성 모델로 섭외하여 두 사람의 몸에 꽃을 그리고 그들의 육체적 교감을 촬영하지만, 실제로 성기를 삽입하라는 민호의 요구에 당혹감을 느낀 남성 모델의 거부로 중단된다. 민호는 작업을 완성하고 싶은 욕망과 몽고반점으로부터 커진 성적 욕망에 휩싸인 채 옛 연인을 찾아가 자기 몸에 꽃을 그린 후 스스로 영혜와 몸을 섞으며 촬영한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이 걱정되어 찾아온 인혜는 캠코더에 담긴 영상과 나체로 잠든 그들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 채 경찰에 신고한다. 신고받고 달려드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의 소란 속에서 영혜는 꽃이 그려진 나신으로 햇살이 비쳐 드는 베란다로 향하고, 민호는 뛰어내려 모든 걸 끝내고 싶은 욕망 속에서도 영혜를 바라보며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언니는 둘을 정신병원에 보낸다. 

‘몽고반점’은 성년이 넘어서까지 몽고반점을 지닌 처제를 향해 도덕적, 윤리적으로 금지된 예술적, 성적 욕망을 품고, 결국 차가운 현실의 끝으로 치닫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처제에 대한 형부의 금기시된 욕망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예술과 삶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나무 불꽃

비디오 촬영 사건 이후 인혜는 남편과 헤어져 혼자 아들을 키우며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생 영혜를 돌본다. 상태가 악화된 영혜는 산속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조현병은 날로 깊어지며 자신을 식물로 여긴다. 어느 날 병원을 탈출한 인혜는 "자신이 반짝이는 나무 중 하나인 것처럼 비에 젖어 있는" 채 숲에 서 있다가 구출된다. 음식 섭취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영혜는 진정제를 투여하겠다는 간호사를 물어뜯기에 이른다. 인혜는 영혜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구급차 안에서 지나치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인물 연구

개인의 선택에 대한 사회적 압력 간의 갈등은 어머니와 언니와 동생 그리고 폭력적인 아버지는 영혜를 위한다며 영혜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위압적인 말이나 폭력으로 혹은 거짓말로 영혜의 선택을 깨려 한다. 그녀의 선택은 그들의 세계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영혜는 점차 사회에서 소외되며, 가족 간의 유대는 깨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적 압박과 가족의 반응에 지친 영혜는 자신만의 깊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나름 영혜를 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세계관을 강요함으로써 영혜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우리를 비롯한 독자들이 얼마나 이들과 다를지 생각해보게 된다. 형부 또한 도덕적 원리와 미적 열망, 현실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넘어 그가 그토록 갈망하고 꿈꿔왔던 미적 이미지를 실현하지만, 사회의 법과 제도 그리고 윤리를 어긴 그는 자기의 아내에 의해 정신병동에 갇히게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김재일 (Jay Kim) 대표현 텍사스 교육청 (TEA) 컨설팅전직 미국 교육부 (U.S Department of Education) 컨설팅 전직 텍사스 공립학교 교장“성적은 괜찮은데, 자기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앞으로 무엇을 더 배우고 싶은지,…
    교육상담 2025-12-19 
    고대진 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
    문화 2025-12-19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 원장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
    건강의학 2025-12-19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어느덧 12월 마지막장 달력을 남기고, 올해도 이제 고…
    세무회계 2025-12-19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 오후에 진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시 보이더니 저녁을 먹고 난 후 밤새 가을비가 내립니다. 버팔로 내셔널 리버(Buffalo National River) 강가를 끼고 조그만 언덕 위에 설치한 텐트를 밤새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는 마…
    문화 2025-12-19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문화 2025-12-12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한해동안 DMS Care Training Center에서 공부하신 많은 학생…
    교육상담 2025-12-12 
    에밀리 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 www.Berkeley2Academy.com 문의 : [email protected]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단순히 높은 내신이나 시험 점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학들은 뛰어…
    교육상담 2025-12-12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년은 트럼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나 이민법등 다른분야도 크게 달라졌고 미국 세법또한 크게 변곡점을 맞는 시기다.  2025년 말로 T…
    세무회계 2025-12-12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딜러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면 자동차 보험 증서 제시를 요청받는다.따라서 새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은 대부분 개인용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그렇다면 비즈니스용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개인용 자동차 보험으로…
    보험 2025-12-1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눈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화려한 고급 쇼핑몰이 가득한 거리도 아니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20여년동안 매년 찾아가서 힘든 이민생활의 애환을 노트에…
    문화 2025-12-12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026년에 예정된 2,…
    세무회계 2025-12-05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달아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을 기다리던 그 세 달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날처럼 더디고 길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설렘 한 겹이 벗겨져 나가는 듯했고, 비행기표를 예약…
    문화 2025-12-05 
    SANG KIM REALTOR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
    부동산 2025-12-05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11월이 지나면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보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 되어서 그런지 텍사스의 단풍은 아직도 찬란한 그 빛을 세상에 내어놓지 못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잠시 잠시 오…
    문화 2025-12-0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