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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작품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어요…번아웃도 초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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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쓰는 '세컨드 윈드'라는 말이 있어요. 달리면서 느끼는 고통을 딛고 어떤 한계를 넘어섰을 때 다시 앞으로 달려갈 의욕이 생기는 것을 뜻하는데, 제가 딱 그 상태인 것 같아요. 번아웃을 초월한 상황이랄까요. (웃음)"
시청률 두 자릿수대를 넘기기 호락호락하지 않은 요즘 방송가에서 이제훈은 특히 돋보이는 배우다. 2021년 이후로 그가 주연한 TV 드라마는 모두 '마의 벽'이라 불리는 10%대를 뛰어넘었고, 이제훈의 연기는 매번 고른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1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작품들이 잇달아 잘 된 데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이후 이어진 신중하고 진솔한 인터뷰 답변은 그의 이례적인 흥행 기록이 단순히 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훈은 전날 종영한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윤주노를 연기했다. 이 드라마는 첫 회 시청률 3.3%로 시작해 조금씩 상승세를 타다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3%로 막을 내렸다.
이제훈은 "드라마 초반에는 소재가 워낙 특수하다 보니 우려가 있었는데, 시청률이 거의 3배 이상 뛴 것을 보니 많이들 몰입해서 봐주신 것 같다"며 "방송이 끝났다는 게 그 어느 때보다 더 아쉬울 정도로 개인적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2를 암시하는 듯한 결말로 끝났는데, 저는 후속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미국 드라마처럼 시즌5 이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협상의 기술'은 11조원의 부채를 진 대기업 산인그룹을 구하기 위해 윤주노가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회사 매각과 매수를 거듭하는 과정을 펼쳐냈다. 특유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연출로 드라마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졸업' 등의 화제작을 탄생시킨 안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제훈은 "안 감독님의 작품들은 판타지적인 내용도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담아내려는 노력과 결실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협상의 기술'은 그중에서도 더더욱 땅에 발붙인 작품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드라마의 내용이 우리가 평소에 기사로 접할 법한 이야기다 보니, 저 역시 윤주노라는 캐릭터를 접근할 때 최대한 현실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안 감독님은 워낙 명확한 연출 지향점이 있으시다 보니, 불안할 정도로 매번 촬영이 일찍 끝났어요. 보통은 촬영 시간이 길어지거나 계획돼있던 분량을 다 못 찍어서 스케줄이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촬영 현장에서는 '오늘도 일찍 끝났네요'라는 말이 거의 매회 차마다 나왔던 것 같아요."
윤주노의 백발 캐릭터도 안 감독의 의견으로 더해진 설정이라고 한다.
이제훈은 "냉철한 판단력과 차가운 이성을 가진 윤주노의 특징을 하나의 이미지로써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이 백발 분장을 제안하셨다"며 "저도, 분장팀도 과연 4개월 동안 백발로 분장하고 연기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있었지만, 안 감독님이 워낙 확신이 있으셔서 감독님을 믿고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의 특수 분장을 하는 것처럼 촬영하는 내내 최소 3시간씩 분장을 했어요. 과정은 녹록지 않았지만, 실제로 카메라에 담긴 모습을 보니까 백발이라는 설정이 윤주노의 특징을 너무 잘 표현해주더라고요. 이만큼 탁월한 설정은 없었을 것 같아요."
2021년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이제훈은 어떤 위기나 긴장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끌어내는 윤주노를 연기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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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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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에는 진실성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른바 '까놓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감추고 에둘러서 말하는 것보다는, 대놓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제가 가진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듣는 사람에게 제 진실성만 잘 전달된다면 세상에는 못 해낼 것이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다 보니 점점 그릇이 커지는 게 느껴집니다."
이제훈은 현재 차기작인 SBS '모범택시 3'과 tvN '두 번째 시그널'을 촬영 중이다. 유해진과 함께 주연한 영화 '소주전쟁'도 올해 중 개봉할 예정이다.
그는 "한 작품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일정이 너무 바쁘다 보니 상황이 안타깝다. 두 작품을 병행해야 해서 그야말로 양측에 '협상'을 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제작사 분들께 저를 마음대로 갖다 쓰시라고 말씀드렸다. 올해 저는 제 개인 인생은 없다고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서는 언제 쉬냐,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는 등의 질문과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올해 저는 휴식은 포기했습니다. 올해는 열심히 농사만 지으려고요. 사실 이렇게 시즌제를 이어갈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배우예요. 열과 성을 다해서 작품에 모든 것을 갈아 넣는데, 그런 모습을 봐주신 게 아닐까요? 전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거든요. 저 정도면 가성비도 괜찮고, 사업적으로도 쓸만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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