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렌드 매거진

[씽아나의 씽씽정보] 사라져가는 처소격 조사 ‘에’ / 의지없이 수동형이 되어가는 한국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리빙트렌드 댓글 0건 작성일 23-12-29 13:24

본문

사라져가는 처소격 조사 ‘에’

 

159fb2861c1858b3ac90698c078aadaa_1703877804_9.jpg
요즘 한국 사람들은 어느 장소에 간다고 할 때 ‘~를 간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시장을 간다’, ‘거기를 갔었다’, ‘학교를 가다’... 어떤 장소에 간다는 표현에는 처소격 조사인 ‘에’를 쓰는 것이 맞다. ‘시장을 간다’가 아니라 ‘시장에 간다’, ‘거기를 갔었다’가 아니라 ‘거기에 갔었다’, ‘학교를 가다’가 아니라 ‘학교에 가다’로 써야 맞다는 뜻이다.

또 요즘 들어 아주 심각하게 잘못 쓰이는 표현이 바로 ‘~을/를 찾다’인데, ‘대통령이 수해지역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의사가 노인정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늦은 시간에 친구가 술집을 찾았다’처럼 ‘~을/를 찾다’라는 말의 오용이 정말 심각하다.

“응? ‘찾다’를 쓰려면 ‘~에 찾다’는 이상하니 ‘~을/를 찾다’가 맞는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애초에 ‘찾다’는 단어 자체가 잘못된 동사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어디어디에 간다’는 의미로 쓰려면 ‘찾다’가 아니라 ‘찾아가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을/를 찾아가다’가 아니라 ‘~에 찾아가다’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찾다’만 쓰면 ‘무엇을 찾는다’ 즉 ‘Find’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물을 찾다’, ‘헤어진 가족을 찾았다’처럼 말이다.

그리고 ‘찾아가다’는 그냥 ‘가다’라는 말보다 행동주체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단어다. ‘떼인 돈을 받으러 수소문 끝에 그 집에 찾아갔다’처럼 집이나 학교와 같이 늘 편하게 가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는 잘 안 가 모르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특정 장소를 물색해 그곳으로 가는 행동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일상이나 언론에서 이 ‘찾아가다’를 너무 많이 너무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한다. 위에 언급한 예문들은 ‘대통령이 수해지역에 찾아가’, ‘의사가 노인정에 가서’, ‘친구가 술집에 왔다’ 등으로 바꿔 써야 적절한 표현이 된다.

또 한가지 이상하게 쓰는 단어가 ‘집’이다. 요즘 많은 한국 사람들은, 특히 젊은 층은 ‘집에 가다’ 대신 ‘집 가다’라고 쓴다. ‘얼른 집 가자’, ‘지금은 없으니까 집 가서 줄게’ 등 마땅히 집과 같이 써야 할 조사 ‘에’를 쓰지 않는다.

이는 영어식 문법을 그대로 가져다 쓴 예라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는 ‘집에 간다’고 할 때 ‘Go to home’이 아나라 ‘Go home’이라고 한다. ‘~에, ~으로’를 뜻하는 ‘To’를 생략하는 것인데, 한국 사람들은 이런 외국의 문법을 무분별하게 한국어에 가져다 쓰고 있다. 한국어에는 한국어만의 문법이 있고, 이를 제대로 따르고 후대로 지켜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의지없이 수동형이 되어가는 한국어

159fb2861c1858b3ac90698c078aadaa_1703877815_34.jpg
 

대부분의 언어에는 능동형과 수동형이 있다. 능동형은 행동주체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표현이고, 수동형은 행동주체의 의지가 없이 상황 등에 따라 내가 어떤 결론에 놓이는 형태다.

그런데 요즘 한국어에서는 거의 모든 표현이 수동으로 바뀌고 있다. 바로 ‘되다’는 단어를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붙이는 것인데, 한국 방송만 틀어도 아주 쉽게 이런 표현을 들을 수 있다.

그 예만 해도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지만, 몇 가지 들자면 ‘상을 받게 돼서 기쁘다’, ‘기계가 열을 많이 받게 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방을 많이 먹게 되면 혈관이 막히게 된다’ 등 요즘 일상이나 방송에서 ‘되다’가 너무 많이, 너무 잘못 쓰이고 있다.

앞서 예를 든 문장들은 ‘상을 받아서 기쁘다’, ‘기계가 열을 받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막힌다’로 바꿔 써야 적절하다. 하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의 언어는 어떠한가?

한 동물쇼를 보는데 어떤 사람이 ‘늘 마주치던 길고양이를 입양하게 됐다’고 말한다. 고양이를 입양할 때 자신의 의지는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인가? 분명 자신의 뜻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일을 왜 굳이 수동형으로 표현하는가?

또 다른 TV 쇼에서는 ‘평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번에 식당을 오픈하게 됐다’고 한 업주가 이야기한다. 이 업주는 자신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음식점을 열어놓고 마치 남의 의지였던 듯, 자신의 뜻은 없고 상황이 그렇게 되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다.

사실 이 문장에서 고쳐야 할 부분은 더 있다. 우선 ‘식당’은 비영리와 영리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라 영리목적일 때에는 ‘음식점’이 더 적절한 단어다. 

식당은 ‘Dining Room’, 음식점은 ‘Restaurant’, 이렇게 다른 나라 말로 바꿔보면 오히려 그 차이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오픈’ 역시 외국어이므로 ‘열었다’, ‘차렸다’처럼 한국어로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렇게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어떤 사람들은 “뭐 어때, 말만 통하면 그만이지” 식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늘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이 언어에는 품격이 있다. 적절한 단어를 올바른 문법으로 쓰는 것은 소중한 한국어를 오래오래 고품격으로 지켜가는 방법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혹시 나 자신도 ‘되다’, ‘된다’는 불필요한 수동형을 쓰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점검해보고 만약 그렇다면 고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소피아 씽 (Sophia Tseng)

AM 730 DKnet 라디오 아나운서

텍사스 공인 부동산 에이전트

214-701-5437

[email protected]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트렌드 매거진 카테고리

트렌드 매거진 목록
    DK파운데이션, 한인 사회 불우이웃 위한 연말 성금 모금 실시2배 이상 늘어난 기부금으로 2024년 풍성한 나눔 기대이례적인 추위가 북텍사스에 찾아와 그 어느 겨울보다 더 추운 올해 겨울, 북텍사스 한인사회는 ‘더 나눔’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다. DFW 한인사회…
    리빙트렌드 2024-02-03 
    ​새롭게 바뀐 우리 아이 대학 학자금 지원 예년보다 많이 늦어진 연방 학자금 지원 무료 신청인 FAFSA(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의 새로운 소프트 론칭이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시작됐다.2020년 연방의회를 통…
    리빙트렌드 2024-02-03 
    푹 잘 자기하루 시간의 1/3을 잠에 소비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면이 우리 건강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다. 수면 부족은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쳐 감염 감수성(susceptibility to infections)을 높이고, 회복을 더디게 한다. 우리가 자는 동안…
    리빙트렌드 2024-02-03 
    12가지 띠 동물에 관한 설화 동양에서 나이를 세는 방법은 참 다양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띠를 묻는 경우는 아직까지도 아주 흔하다. 그런데 이 띠는 무엇을 뜻할까? 12가지 동물이 등장하는 띠는 ‘12간지’ 또는 ‘십이간’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
    리빙트렌드 2024-02-03 
    흔히 ‘도시의 밤’이라 하면 파티, 그리고 자정까지 클럽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달라스에는 온 가족이 함께 늦은 밤까지 즐길 수 있는 놀거리 또한 가득하다. 아래 소개되는 장소들은 늦은 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
    리빙트렌드 2024-02-03 
    학군 좋고 위치 좋고 편의시설 좋고 주변환경까지 좋은 주택단지가 있다. 바로 프라스퍼에 자리한 ‘스타 트레일(Star Trail)’이 그 주인공으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짝반짝 별처럼 아름다운 단지가 2차 분양을 진행중이다. 살기 좋은 주거지를 이야기할 때 프라…
    부동산파트너 2024-02-03 
    미 경제에 대한 월가의 전망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1년 전 대부분이 미국의 침체와 급격한 금리인하를 예측했지만 이는 여실히 빗나갔다. 미국 경제는 작년 3분기 5.2% 성장했다. 월가의 투자은행과 자산 운용사들 조차 지난해 경제전망을 완전히 틀리게 한…
    리빙트렌드 2023-12-29 
    2022년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 텍사스 한인인구 증가.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 펜실베니아는 둔화세 텍사스 한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나왔다.  텍사스 한인 사회는 미주 내 어떤 한인 사회보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지역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리빙트렌드 2023-12-29 
    새해가 시작되며 부쩍 큰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올해 중반이면 학령기의 마지막인 12학년이 되는 자녀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남다르다. 12학년이 된다는 것은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 된다는 것이며, 이쯤 되면 부모들은 어려 보이기만 했던 내 아이가 일반 성인처…
    리빙트렌드 2023-12-29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시작됐다.모든 것이 새로운 기대로 시작되는 가운데, 나의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이다.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힘차게 해치우겠다는 기본적인 마음과 직업적 성공도 꿈꾸어 본다. 물론 올해도 수많은 방해거리가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데 훼방…
    리빙트렌드 2023-12-29 
    사라져가는 처소격 조사 ‘에’ 요즘 한국 사람들은 어느 장소에 간다고 할 때 ‘~를 간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시장을 간다’, ‘거기를 갔었다’, ‘학교를 가다’... 어떤 장소에 간다는 표현에는 처소격 조사인 ‘에’를 쓰는 것이 맞다. ‘시장을 간다’가 아니라…
    리빙트렌드 2023-12-29 
    텍사스에는 다양한 핫플레이스가 존재한다. 무더위가 엄습하는 여름철에 비해 겨울철은 현지인들과 방문객들 모두가 돌아다니기에 훨씬 수월한 시기이다. 일부 장소에서는 눈발이 날리고 기온이 30~39도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12월부터 3월까지 좀 더 온화한…
    리빙트렌드 2023-12-29 
    지난해는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기가 가장 어려운 한 해였지만 올해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회사 레드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 중위소득 7만8천642달러를 버는 사람이 주택 중간가격 40만8천806달러의 주택을 구입했으면 소득의 약 41.4%…
    부동산파트너 2023-12-29 
    프리시디엄, ‘맥키니 코튼 밀 복합 용도 개발’ 예고 …  임대 아파트 커뮤니티 구축아파트 건축회사로 유명한 텍사스 기반의 프리시디엄(Builder Presidium)이 올해 맥키니 랜드마크를 포함한 복합 용도 개발을 시작한다프리시디엄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코…
    부동산파트너 2023-12-29 
    달라스 랜드마크 매그놀리아 빌딩, 2억 달러 들여 개조 예정달라스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매그놀리아 빌딩(Magnolia Building)이 대대적인 개조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날아다니는 말 페가수스(Pegasus Flying Horse) 간판이 꼭대기에 있는 100년 된…
    부동산파트너 2023-12-2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