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빙트렌드

[이슈] 연착륙의 문턱에서 — 아무도 섣불리 승리를 외치지 않는 이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리빙트렌드 댓글 0건 작성일 26-03-09 20:12

본문

304cb99cd97c9ea97550669dbbf4bca9_1773105236_4605.png
 

미국 경제가 오랫동안 꿈꿔온 '연착륙'의 문턱에 서 있다. 인플레이션은 잦아들고, 고용 시장은 버티고 있으며, 성장세도 탄탄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위기가 좋을수록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노히트 행진 중인 투수에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것처럼 — 입 밖에 내는 순간 마법이 깨질까 봐.


불가능하다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경제학자 대부분은 고개를 저었다.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그건 동화 속 이야기"라고. 실제로 2022년 미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했을 때, 시장은 실업률 급등과 경기 침체를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그런데 2026년 2월, 숫자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는 전년 대비 2.5% 상승에 그쳤다. 2021년 팬데믹발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년간 연초마다 물가를 끌어올렸던 '연초 효과'도 올해는 한층 약했다. 같은 주에 발표된 고용 통계에서는 실업률이 4.3%로 소폭 하락하며 13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수치만 놓고 보면 교과서적인 연착륙이다.


그럼에도 안전벨트는 아직 풀지 마라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직 이르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애나 폴슨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연착륙 성공을 선언할 생각이 없다. 목표는 2% 물가다. 아직 일을 끝내지 못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PCE 물가지수 기준으로 핵심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3%에 육박하며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

고용 시장 역시 겉보기보다 취약하다는 신호가 있다. 연간 수정치를 보면 2025년 한 해 동안 월평균 1만 5천 개의 일자리만 늘었는데, 이는 전후 역사상 경기침체기를 제외하고는 손에 꼽힐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 증가도 의료·교육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그나마 실업률이 안정적인 것은 기업들이 채용을 줄인 만큼 해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균형은 예상치 못한 충격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


두 가지 상반된 리스크

흥미롭게도 전문가들의 가장 큰 우려는 서로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바클레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지아노니는 오히려 경제가 너무 건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계 전반의 자산 가치가 올랐다. 소비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인데, 이게 인플레이션을 2%대로 끌어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의 전망은 올해 말 물가 2.8%, 실업률 4.0%이다.

반면 페이든&라이젤의 제프리 클리블랜드는 노동 시장 악화를 더 우려한다. 인공지능 붐의 수혜와 피해가 기업별로 극명하게 갈리면서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전망은 물가 2.1%, 실업률 소폭 상승.

같은 데이터를 보고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는 두 전문가. 그것이 지금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관세라는 복병

1월 물가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면 아래 복병이 숨어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주범이었던 주거 비용은 드디어 의미 있게 안정됐다. 하지만 주거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강했고, 관세 영향을 받는 상품 가격은 오히려 가속화됐다. 중고차를 제외한 핵심 상품 가격은 연율 기준 4.4% 상승으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관세 충격을 스스로 흡수해왔던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제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역사는 판정을 미루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끝난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물려받아,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경제를 이끌어온 그가 퇴임을 앞두고 있다. 연착륙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가 이 성과를 공고히 할지, 아니면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미지수다.

경제는 지금, 착지 직전의 비행기처럼 활주로 위를 달리고 있다. 바퀴가 땅위에 멈출 때까지 — 아무도 박수를 치려 하지 않는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트렌드 매거진 목록
    반도체에서 태양광까지, 1,500억 달러 투자 물결의 의미와 한인사회 파급효과지난해 8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발표한 미국 투자 약속은 총 1,500억 달러(약 195조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한화, 대한항공 등 16개 기…
    리빙트렌드 2026-03-09 
     미국 경제가 오랫동안 꿈꿔온 '연착륙'의 문턱에 서 있다. 인플레이션은 잦아들고, 고용 시장은 버티고 있으며, 성장세도 탄탄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위기가 좋을수록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마치 야구 경기에서 노히트 행진 중인 투수에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리빙트렌드 2026-03-09 
     까다로운 줄눈청소 완전정복 ... 젖은 공간일수록 줄눈관리 철저해야아무리 바닥 타일이 깨끗해 보여도, 줄눈(Grout)이 더러우면 집 전체가 낡고 지저분해 보이기 마련이다. 줄눈은 타일보다 약간 낮은 위치에 있고, 구조적으로 다공성이라 음식물 찌꺼기, 먼지, 물기, …
    리빙트렌드 2026-03-09 
     화려함 뒤에 숨은, 알뜰하면서도 깊이 있는 도시탐방 달라스는 흔히 화려한 쇼핑몰과 고급 음식점, 대형 스포츠 경기장으로 대표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지갑을 크게 열지 않아도 충분히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달라스다.관광객…
    리빙트렌드 2026-03-09 
     CES 2026이 보여준 피지컬 AI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가장 먼저 바뀔 것한때 인공지능(AI)은 화면 속에만 존재했다. 검색창에 답을 내놓고, 문서를 써 주고,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디지털 두뇌’였다. 그러나 2026년 CES에서 확인된 AI의 모습은 분명히 …
    리빙트렌드 2026-02-06 
     2025년, 텍사스 1위… 플로리다 2위, 캘리포니아는 6년 연속 최하위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은 어디로 움직였을까. 미국 최대의 셀프 이사 플랫폼인 U-Haul이 발표한 ‘2025 U-Haul 성장 지수(U-Haul Growth Index)’는 이 질…
    리빙트렌드 2026-02-06 
     겨울의 휴면기를 지나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봄맞이 정원 준비는 단순히 식물을 심기 전의 ‘사전 작업’이 아니라, 한 해 정원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과정이다. 특히 기온 변화가 크고 토양 특성이 …
    리빙트렌드 2026-02-06 
     초보 러너부터 마라토너까지 모두 아우르는 코스 ... “풍경이 곧 러닝이다”01 White Rock Lake달라스에서 달리기를 이야기할 때 화이트 락 레이크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곳은 지역 러너들에게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코스로 꼽힌다. 다운타운에서 약…
    리빙트렌드 2026-02-06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와 K-자형 양극화가 만든 새 질서2026년을 앞둔 미국 경제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라이트(stagflation lite)” 쪽으로 더 기울어지고 있다. 성장률은 2% 안팎의 장기 추세보다 낮아지는데, 물가는 연준이 편안해질 만…
    리빙트렌드 2026-01-05 
    오피스 노동자들이 ‘이직’ 대신 ‘버티기’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2025년에 닥친 감원 폭풍은 빅테크 기업 뿐 아니라 유통업체, 로지스틱스 등 전분야에서 불어 닥쳤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재도 오피스 공기는 묘하게 무겁다. 오피스…
    리빙트렌드 2026-01-05 
     홈통 막히면 기초부 균열, 지붕누수, 외벽썩음 등 집 전체에 ‘도미노 피해’나뭇잎이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지면 주택관리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난다. 그중 가장 자주 간과되지만, 방치하면 큰 피해로 번질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집 주변의 홈통(Gutter)이다. 평소…
    리빙트렌드 2026-01-05 
     새해의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영감을 주는 전시부터 텍사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축제까지. 달라스와 포트워스를 아우르는 핫한 로컬 트렌드를 만나보자.1. Legend Continues: 포트워스 스톡 쇼 & 로데오 (FWSSR)"1월의 텍사스는 부…
    리빙트렌드 2026-01-05 
     주가 상승 뒤의 그림자, 셧다운 속 실업수당 급증이 드러낸 현실미국 경제는 지금, 두 개의 다른 세상을 달리고 있다.한쪽에서는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낙관론’이 넘친다.다른 한쪽에서는 셧다운 장기화 속 신규 실업수당 청구 급증이 현실 경제의 균열을 드러내…
    리빙트렌드 2025-12-09 
     팬데믹 이후 기업 생존 전략의 대전환‘노동 호딩(Labor Hoarding)’의 종말과 인력 구조조정의 귀환팬데믹이 남긴 후유증 - 사람을 놓치면 회사가 멈춘다코로나 팬데믹은 기업의 ‘인력 감각’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2020년 이후 세계 곳곳에서 공장과 사무실이 닫…
    리빙트렌드 2025-12-09 
     카네기멜론·어스틴·UIUC 등 ‘실속형 명문’ 집중 분석… 한인 가정 위한 현실적 입시 전략대학 입시는 성적이 아니라 전략의 싸움이다. 합격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진 아이비리그만 바라보기보다, 각 분야에서 아이비리그 못지않은 경쟁력과 높은 취업률을 갖춘 ‘실속형 명문…
    리빙트렌드 2025-12-09 

검색